학원 강사계의 양극화 실태를 고발하다

「SKY 캐슬」 속 인물 ‘예서’의 사교육비는 연 50억 원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 사교육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5조 원을 훌쩍 넘겼다. 그 규모는 학원 강사가 고소득자라는 인식을 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소위 ‘스타강사’라고 불리는 억대 연봉 강사들은 극소수다. 그들의 화려함 뒤에는 중소 영세학원 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존재한다.

 

학원계의 피라미드,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

 

학원들이 즐비한 목동 학원가의 모습이다. 학원 건물의 크기 차가 학원 간 양극화를 드러낸다.

학원계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존재한다. 정규직 강사들은 학원과 소속 계약을 맺고 직원으로 근무한다. 이들은 4대 보험 및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 외 학원 강사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소속 계약이 아닌 용역 계약을 체결한다. 일례로, 흔히 정규직으로 인식되는 전임강사 대다수는 1년 단위 계약을 맺은 비정규직이다. 현재 목동에서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씨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 계약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과거 계약서를 작성했던 학원에서도 정규 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학원 강사는 다시 비율제 강사*와 시간제 강사**로 나뉜다.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강사는 비율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좋은 임금을 제시하는 학원을 골라서 출강한다. 실제로 유명 강사들은 7대3(본인 몫7, 학원 몫3), 혹은 그 이상의 유리한 비율 조건으로 계약을 맺는다. 일반 강사들이 비율제 계약을 맺을 때 적용되는 5대5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조건이다.

이들은 마치 ‘신흥 귀족’ 같다. 스타강사의 연 수익은 최대 200억 원대에 이른다. 유명 수학강사 A씨가 강남에 320억 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한 것이 알려져 유명 강사들의 연봉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사회탐구 과목 강사 B씨는 계약금 50억 원에 인터넷 강의 매출액의 35%, 교재 매출액의 90%를 가져가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스타강사들은 전임연구원, 연구조교,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한다. 이들이 ‘걸어다니는 기업’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강사들은 전체 학원 강사 중 1%에 불과하다. 「국세통계연보 2010년판」에 따르면 학원 강사의 평균 연간 소득은 1천300만 원 정도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많은 강사들은 월수입이 채 200만 원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원 보조 강사로 일했던 최모(27)씨는 “낮은 임금 수준이 학원 업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학원 강사들이 마주한 문제는 저임금만이 아니다. 고용불안 역시 이들이 직면한 문제다. 수입원이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학원 강사에게 고용 불안은 일상적이다. 청년유니온의 ‘학원 강사 근로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원 강사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1년 3개월로 근로자 평균인 1년 7개월보다 짧다. 학원에 자리 잡기도 전에 밀려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제로 1년 이하 근속자 수는 50%에 이른다. 학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수업 용역을 제공하는 셈이다. 시간제 계약을 맺는 저임금 강사들은 학원 사정이 힘들면 가장 먼저 해고된다. 지난 2018년 보습학원에서 최저임금 상승을 명목으로 강사 다수를 구조조정한 사례가 알려진 바 있다. 최씨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담당 선생님을 해고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재수학원에서 일하는 강사들의 고용 불안은 더욱 심각하다. 수능이 끝난 12월부터 학기 초인 3월까지는 수요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학원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1년 단위 계약이 아닌, 2월 말부터 11월까지 9개월 단위 계약을 요구한다. 재수학원에서 논술 과목을 가르치는 송모씨는 “매년 9개월짜리 계약을 새로 맺는다”며 “수능이 끝나면 사실상 강제 휴가 상태에 놓인다”고 말했다. 해당 기간에 예비 수업 등을 개설해 고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유명 강사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겨울철에 수입이 끊기는 일은 부수적인 문제다. 재고용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은 강사들을 옥죈다. 송씨는 “비정규직 학원 강사로서 고용 불안은 상존하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근로자성 부정당하는 학원 강사
보장되지 않는 노동자의 ‘기본권’

 

온라인 커뮤니티 '학원강사모여라'에 올라온 퇴직금 상담 문의글이다.

스타강사들이 만들어내는 ‘돈 잘 버는 프리랜서’ 이미지는 학원 강사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가린다. 사회의 시선에 부응하듯, 학원은 강사들을 소속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관례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최씨는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78%에 육박하는 강사들이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다. 정당한 노동 계약조차 없이 필요할 때만 인력을 갖다 쓰는 일이 빈번하다는 뜻이다. 최씨는 “학생이 많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근한 강사를 퇴근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비정규직 학원 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부 기관 통계에서 학원 강사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학원 강사는 소득 조사 시 연예인·운동선수 등과 같이 ‘프리랜서’로 분류된다. 통계청 통계기준과 송필여 사무관은 “학원 강사는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라 프리랜서로 분류된다”며 “계약조건은 분류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정규직 학원 강사들은 직장이 학원일 뿐, 일반 근로자와 다를 것 없다. 연예인·운동선수와의 공통점은 ‘스타’가 되기 위해 처절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퇴직금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한 사업장에서 일주일에 14시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학원에 퇴직금을 요구할 근거를 마련하기 힘들다. 대입 학원에서 영어 과목 보조 강사로 일했던 이모(25)씨는 “비정규직으로서 퇴직금을 기대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노동청 신고와 세무 조사 등을 거쳐 소송을 감수해야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학원 강사 온라인 커뮤니티 ‘학원강사 모여라’의 법률 상담 100건을 분석해본 결과, 퇴직금 관련 상담이 29건으로 가장 많았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학원 강사들은 ‘노동자가 아니기에’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강사들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른 4시간 노동 1시간 휴식 및 식사시간 보장은 법전에나 존재하는 이상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4시간을 일하고 부여되는 휴식시간은 평균적으로 6,7분에 그쳤다. 수업 사이에 잠깐 몸을 가다듬고 2~3시간 동안 수업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셈이다. 최씨는 “하루 근무 중 휴식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식사는 자연히 김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 도중 음식을 먹는 일도 있다. 박씨는 “식사시간이 따로 보장되지는 않아 수업이 비는 시간에 끼니를 떼우고 있다”고 밝혔다.

수업을 끝낸 이후엔 행정업무와 보충수업이 기다린다. 유명 강사들은 비율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만 출근하면 된다. 기타 업무를 맡을 일은 없다. 그에 반해 시간제 강사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학원에 머물러야 한다. 자연스레 학부모 상담이나 담임 업무, 1대1 보충수업 등을 맡게 된다. 게다가 추가 업무에 대한 임금 지불은 미비하다. 실태조사에서 조사한 강사 중 3분의 2에 달하는 이들이 보충수업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송씨는 “행정업무나 보충수업 업무는 당연하게 맡아야 할 몫이 됐다”고 말했다.

 

계약서도 없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인 강사의 처우 따위는 정부 관심 밖이다. 몇 년째 ‘사교육 죽이기’만 되풀이될 따름이다. 노동자를 보호할 정부 의무가 사교육계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비대한 사교육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정부 시도 아래,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들은 비정규직 학원 강사들이다.

 

 

 

*비율제 강사: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우며 정해진 강의만 하고 비율제로 수익을 나누는 계약을 맺은 강사로, 주로 스타강사가 해당된다. 위탁 계약의 형태로 근로자성이 배제된다.

**시간제 강사: 학원과 주당 특정 시간 수업 제공 계약을 맺고 주급 개념으로 임금을 수령하는 강사로, 비정규직 강사는 주로 시간제 강사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출퇴근 시간은 고정된 채 그 안에서 계약된 시간의 수업을 제공한다. 수업 없이 학원에서 대기하는 공강 시간은 근로 시간으로 산정되지 않는다.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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