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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연세문화상] 심사평

[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심사평

정명교
우리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해마다 기교가 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현상일 것이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모바일을 통한 문자생활이 부쩍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단편화된 생각들이 무성해지면서 생각의 깊이를 방해한다는 것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병민의 「정진」, 김재한의 「꽃이 아름다운 이유」, 성승명의 「자연스런 죽음」, 신세빈의 「신데렐라」, 이수정의 「압화」, 이승재의 「남겨진 것들의 미학」, 현정섭의 「감성」은 직관적인 관찰이 돋보이는 문장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영감을 그윽한 반추를 통해 익혀 나가기를 바란다. 김동진의 「바다」, 김준혁의 「가을과 겨울 사이」, 백승민의 「봄의 발라드」, 예건희의 「가시나무숲」, 이희원의 「치어」, 정채연의 「빗소리와 피정」, 최승리의 「젖어드는 일」, 홍예진의 「편련」은 삶에 대한 관찰을 자신과 세계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 놓는 힘이 있었다. 언어의 세공은 생각을 다듬는 일이라는 점을 유념하여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방현의 「창세기」는 세계에 대한 반성을 새로운 세계에 대한 구상으로 변환시키는 사고의 노력이 돋보였다. 관념 속에 머물러 있어 실물감을 주지 못하는게 아쉬웠다. 문원기의 「길」은 삶의 여정을 차분히 살피고 때마다 마주친 발견들에서 소중히 그 뜻을 새기는 미덕이 있었다. 다만 감동과 좌절 사이의 긴장이 약한 것은 생체험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민영의 「갈라테이아를 위하여」는 예술적 창조의 아름다움이 생생한 생의 숨결을 부여받지 못하면 한갓 사물로 전락하고 마는 사연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반면 윤종환의 「편이 된다는 것」은 사회생활에서의 매순간의 결단이 어떻게 거짓 믿음과 집단적 강요에의 투항으로 빠지지 않고 정직하고 생산적인 행동으로 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파고들었다. 신민영의 시가 직정적인 언어로 숨가쁘게 생각을 밀고 나간다면 윤종환이 시는 빌딩과 전쟁의 비유를 통해 선택의 미로를 유연하게 미끄러져 나가고 있다. 심사자는 오래 생각하다가 언어의 조탁이 뛰어난 쪽에 좀 더 점수를 주기로 했다. 윤종환군에게 축하를, 신민영군에게 격려를 보낸다. 시에서 생각과 언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점을 유념해주기를 두 사람 모두에게 당부한다.

[박영준 문학상(소설 분야)] 심사평

신형기
우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7편의 응모작을 읽었다. 비루한 현실과 맞닥뜨린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환멸의 감정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이 인간과 그 현실을 탐색하는 방식의 하나라면 탐색에 나서는 이는 끈기를 갖고 이런저런 면모를 동시에 바라보는 균형감과 현명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는 탐색을 진행하기도 힘들고 찾아낼 만한 것들을 찾아내지도 못할 터이기 때문이다. 응모작들 중에는 이야기를 아예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한 경우들이 적잖았다. 세상에 대한 혐오가 앞서면 소설은 쓰일 수 없다. 누가 말했듯 소설은 성숙한 성인의 장르이다. 새로운 서술 기법을 시도한 것인가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았는데, 서술자가 애당초 설정한 경계를 넘어 오히려 이야기의 진행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그런 시도가 과연 효과 있는 것일까? 부정확하거나 흐트러진 문장들 역시 집중을 방해하는 미숙함의 표지일 뿐이다.

수상작을 가리는 과정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단편이라고 하기엔 조금 긴 분량의 <시선>이었다.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교차되는 시선을 병렬적으로 배치한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했는데, 그러느라 가뜩이나 뼈대가 빈약한 이야기가 번쇄하게 늘어지고 말았다. 사건의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는 긴박감을 살려야 해서 과도한 디테일은 해가 되게 마련이다.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호텔 헤밍웨이>를 뽑았다. 인물들의 내면을 구체적인 풍경으로 제시했고 그런대로 안정된 서술적 골격을 갖추었다는 점을 평가했다. 바야흐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누구든 자신이 과연 무엇을 실제로 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엄정한 성찰의 국면은 환상과 기대가 깨어지는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런 고통을 담담히 그려냈다는 점 역시 선정의 이유로 꼽고 싶다. 한 가지 덧붙이는 물음은 ‘성진’과 같은 배경적 인물을 꼭 죽여야 했을까 하는 것이다.

[오화섭 문학상(희곡 분야)] 심사평

윤민우
우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2018년도 연세문화상 중, 오화섭 문학상인 희곡 부문의 출품작은 약속이나 한 듯, 예년처럼 세 편 뿐이었다. 이 작품들이 각기 어느 정도의 진지함을 가지고 작품의 의미를 전달할 수단을 구현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있어 다행스럽게 느껴졌으며, 고른 창작 수준을 보이고 있어 선정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적은 출품작 수는 여전히 아쉬운 것이었다.

「결박당한 마티아스」의 내용은 인간에게 불을 전수해 준 프로메테우스의 결박과 풀려남을 연상케 하였다. 짧은 대사의 이어짐과 지나치게 단순한 행위의 반복은 마치 부조리극을 연상케도 하지만, 이 작품의 미니멀리즘은 무언가 의미의 해석을 요청하고 있다. 불을 전해 주는 이가 외치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대상이 이를 마다하는 이유는? 그리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스스로를 결박하고, 또 그것을 푸는 이유는? 이 모두가 관객의 자유로운 해석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것이 이 작품이 노리는 효과인 듯하다. 그러나 그 행위들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에는, 혹은 다기한 의미의 해석을 담보하기에는, 이 작품이 가진 세부적인 장치가 너무 미흡하다.

그런 점에서, 「Nostalgia 노스탤지어」는 「결박당한 마티아스」와 대조적이었다. 이 작품에 관해서는 세부에 충실한 섬세한 글쓰기 및 무리가 없는 플롯을 높게 평가할 수 있었다. 세 작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으며, 동시에 편안히 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작품 읽기의 편안함은 완성도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e북과 종이책, 화면을 통한 사인회와 청중과 직접 만나는 사인회, 마케터와 작가라는 인물의 대조적인 구성은 단순성을 면치 못한다. 그리고 감성을 일으키는 종이책을 편애하는 과거의 ‘선배’의 자살과 ‘미래’라는 아이가 이 정서를 되불러 온다는 구성도 평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이 둘 사이에 끼인 작중인물로서의 작가는 번민하고 있으며, 그의 친구 마케터도 이를 중재하려고 애쓴다. 이 작품에 관하여 조언하지면, 옛 것에의 향수와 새 것의 합리성을 중재하는 사이클에 좀 더 세심하게 파고들어 그 틈새에 놓여있는 문제적인 소재를 발굴하거나, 심지어는 그 반복적인 사이클을 뒤틀어 예상치 못할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문학작품은 시각의 균형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은 문제적인 인물이나 상황을 찾아 그것들의 감춰진 부분을 재조명하고, 대중의 기대를 위반하여 그것들을 변명하는데 성공해 왔다.

「불꽃으로 날아든 나비: 순국지사 민영환」은 그런 점을 성취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이 작품은 현재 시점에서 과거 역사로 장면이 일관성 있게 플래시백하면서, 과거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민영환에 관한 세간의 오도된 인식을 바로잡고자 한다. 그런데, 과연 그 목적이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민영환에 관하여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 저자의 충실한 역사공부에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그 새로움이 일반 관객에게 쉽사리 전달되는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문학에서는 사실성의 탐구를 뛰어 넘는 예술적 가치 및 작가 의식도 담보되어야 한다. 균일한 플래식백 방식을 지양해 봄직도 하며, 허구를 만들고 과장을 좀 해도 괜찮을 것이다. 작가의 주관적이고 도발적인 해석의 차원과 이를 전달하는 참신한 기법을 숙고해 보기 바란다. 작가의 도전 정신을 더 키우라는 의미에서는 「Nostalgia 노스탤지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조언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 작품의 소재가 일상적 범위에 머무는 반면, 「불꽃으로 날아든 나비: 순국지사 민영환」은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에 과감히 천착했다는 점에서 좀 더 돋보였다고 평가한다. 아쉬우나 이 작품을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선정한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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