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화상(시분야) 당선작]
편이 된다는 것
윤종환(문정·14)
동의와 비동의 사이에는 수많은 빌딩이 세워져 있어
그 틈에 있다 보면
어느 건물로든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 건물의 내부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높이는 높이만큼의 파괴력
건물 엘리베이터 버튼 수는 붕괴 위험성이다
건물 사이 간격은 조밀하고
옥상을 넘어 다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격수가 숨어 있을 것이란 경고문
이념의 옥상에서 두 다리는 짧다
옥상 아래를 내려다 본 자는 건물을 넘어 다닐 수 없고
동의와 비동의 사이 간격은 아찔했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방법은
지하 배수로에 연결된 통로
오물 흐르고 역한 냄새가 나는 곳이다 하필 침을 뱉은 곳
소속한 건물을 옮기려면 내가 뱉은 가래를 되마셔야할 것이다
일 층 입구에는 친절한 안내원
안내원은 새 하얀 치아를 보이며 빌딩의 문제를 말하라 한다
건물을 나가려면 그 이빨을 부숴야 할 것이다
자동 출입문 센서는 바깥에만 있고
들어서면 언제나 새로운 층을 안내 받는다
입구에 배치된 빌딩 브로셔는 정갈했고
그것을 다 읽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게 되었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