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이를 보고 버스 산업이 원활하게 운영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버스 운수 업계에는 항상 ‘적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재정 악화 정도는 운수 민간 업체(아래 민간 업체)가 자금 관리 및 운영을 담당하는 민영제에서 훨씬 심하다. 위기에 처한 버스 민영제의 실태를 짚어봤다.

 

▶▶ 원주시의 한 시내버스에 ‘운전기사모집’ 공고가 붙어있는 모습이다.


버스 민영제의 현실 준공영제 도입이 해결책?


버스 운수 업계는 울산을 제외한 모든 특·광역시에서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이외 지역에서는 모두 민영제로 운영된다. 두 운영체제의 차이는 관리 주체다. 준공영제는 민간 업체가 운영을 담당하고 지방자치단체(아래 지자체)가 운영비용 지급 및 수익 관리를 맡는 방식이다. 민영제에서는 민간 업체가 운영 및 관리 권한을 모두 가진다. 지자체는 해당 민간 업계에 보조금을 지원 해주는 역할만 수행한다. 보조금은 환승 손실분 정도의 금액으로, 지자체가 임의로 설정한다. 한국교통연구원 모창환 팀장은 “각 시·도 의원의 특성에 따라서 운수업계에 대한 지원이 달라진다”며 “지자체의 우선 순위에 따라 개선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러한 민영제는 예산 부족으로 관리 및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평일 대중교통 평균 이용인원은 ▲서울지역 529만 명 ▲부산지역 152만 명 ▲경기지역 329만 명 ▲강원지역 9만 5천 명 ▲ 충남지역 14만7천 명 ▲전북지역 11만 9천 명이였다. 인구 밀도가 높고 교통량이 많은 지역은 대부분 특·광역시며, 이들은 모두 준공영제로 버스 운수 업계를 운영한다. 준공영제는 버스 운영 수익과 국가 보조금을 모두 보장받기에 민영제보다 재정적으로 넉넉하다. ‘빈익빈 부익부’인 셈이다. 강원도 원주시 시내버스기사 A씨는 “어느 지역은 왕복 운행해도 손님 2명이 탑승한다” 며 “많으면 열댓 명으로, 약 1시간 운행했을 때 1만 원을 버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교통 전문연구원 B씨는 “인구 이동률이 높아짐 에 따라 버스 수익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준공영제 실시 지역은 운용 요금을 충당할 만한 수익이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위와 같은 민영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 는 “버스 산업의 수요와 공급은 불균형하다”며 “버스 산업 전반적으로 예산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준공영제 도입이 필요한 때” 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스 운수 업계의 원활한 운영만을 중시하다가는 민간 업체의 수익원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민간 업체는 자신들이 버스 운용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취한다. 준공영제로 전환하면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지자체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쉽사리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교통 당국에서는 노선 일부를 축소 및 확대함으로써 버스 운수 업계 적자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현행법 상 버스 노선권은 각 민간 업계의 사유재산에 해당된다. 모 팀장은 “일부 낭비되는 노선을 관리해 운영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 며 “노선권 관리 체계도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업계는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에 교통 당국에 쉽게 운수 권리를 넘길 수 없다고 말한다. 민간 업체 관계자 C씨는 “우리도 수익을 내야 하는 입장” 이라며 “노선권을 넘긴다면 버스 운수 업계가 갖고 있던 최소한의 수익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애초에 국가는 각 지역 내 버스 산업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며 “재정이 충분하다면 버스 산업 개편 가능성이 높겠지만 지자체에서도 여건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민영제와 주52시간제도의 ‘잘못된 만남’


주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버스 운수 업계에는 큰 변화가 일었다. 버스 기사의 일주일 근무량이 최대 16시간가량 감소한 것이다. 근무 시간은 줄었지만 버스 운행·배차 간격은 기존과 동일한 탓에 버스 운수 업계는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기존처럼 버스를 운행하기 위해선 버스 기사 약 1만 2천 명 을 충원해야 한다고 밝히며 ‘인력 대란’을 예고했다.
버스 기사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선 임금, 근로시간 등의 기본 복지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민영제로 운영되는 버스업계의 예산은 제한적이다. 또한 민간 업체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지역의 업체에 비해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민간 업체에 고용된 기사들의 복지 수준은 자연스레 하락했다. 원주 시내 버스기사 D씨는 “사측에서는 돈을 적게 주고 일을 많이 시키려고만 한다”며 “기사 월급이 터무니없게 적어 그만두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원주시청 대중교통과 김창걸 주무관은 “원주시 버스기사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시내버스 기사 모집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소득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씨는 “예산 부족으로 버스 대수도 줄이고 노선도 줄이고 있다”며 “임금 관련해선 버스기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버스 운수 업계 내 민영제의 한계는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존재였다. 주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된 후 드러난 민영제의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 정부부터 민간 운수 업계까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 고 있지만 버스 운수 업계 내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 강현정 기자
hyunzzang99@yonsei.ac.kr

사진 정구윤 기자
guyoon121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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