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어려움에도 굳건히 소외계층을 품는 곳이 있다. 바로 영등포구에 위치한 ‘요셉의원’이다. 저녁 진료가 시작되기 20분 전. 병원 앞엔 환자들이 줄지어 선다. 저녁 7시. 병원 문이 열리고 고요했던 병원 내부는 삽시간에 분주해진다. 프런트에선 내과·신경외과·피부과·치과 등 20개 과목의 진료를 접수받고, 의료진들은 진료를 준비한다. 하루 평균 100명의 환자가 요셉의원을 찾는다. 이들은 노숙자, 건강보험료 체납자, 주민등록증 말소자, 난민·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등으로, 의료수급제도와 건강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요셉의원 한동호 사무국장은 “우리 병원은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된 이들을 위한 병원”이라며 “1종 수급권자가 오면 제도권 안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요셉의원의 의료진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진료비 0원’을 위해서다. 낮 1~5시에는 은퇴한 의료진이, 저녁 7~9시에는 현직 의료진이 치료를 담당한다. 현직 의료진은 개인병원 혹은 대학병원에서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요셉의원으로 달려온다. 저녁 식사도 거른 채 바로 진료실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일반 봉사자들도 몇 년째 병원을 지키고 있다.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요셉의원을 찾은 ‘장기 봉사자’만 150명이다. 최근엔 학생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대학교 의과·간호대학 연합 봉사동아리 ‘의청’은 한 달에 2번 요셉의원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한 사무국장은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봉사자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개원 초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기적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기준 요셉의원 후원자는 1만 3천 명에 육박한다. 요셉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가 후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사무국장은 “3등에 당첨된 로또를 가져와서 주고 간 환자부터 병원 문틈 아래로 5만 원을 넣고 가는 분까지 다양하다”며 “한 분 한 분의 따뜻함으로 병원이 지금까지 운영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 무료의료기관을 짓는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3개월도 못 갈 것’이라며 만류했지만, 요셉의원은 31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자료사진 요셉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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