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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각지대'와 싸우는 사람들무료의료기관의 위기를 짚어보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8.12.03 07:01
  • 호수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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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만큼 서러울 때가 없다.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을 테다. 정부는 이런 ‘억울한 일’을 줄이기 위해 의료 공공부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제시하는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의료 혜택은 받을 수 없다. 무료의료기관은 이처럼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무료 진료·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신문사는 오롯이 봉사 인력과 후원자금으로만 운영되는 무료의료기관이 봉착한 난관들을 짚어봤다.

의료계의 공공부조, 의료급여제도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제도는 크게 의료급여제도와 건강보험제도로 나뉜다. 의료급여제도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국민의 의료권을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 제도다. 의료급여제도 수급자(아래 수급권자)는 극소수다. 보건복지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수급권자는 총 150만 4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3%도 채 되지 않는다.

「의료급여법」에 따르면 수급권자는 1·2종*으로 나뉜다. 기존 의료급여제도는 1종 수급권자에게 병원비 전액을, 2종 수급권자에게는 진료·치료 비용의 90%를 지원했다. 그러나 수급권자들의 의료시설 및 의약품 오·남용 사례가 적발되며 정부는 의료급여법을 수차례 개정했다. 그 과정에서 ▲본인 일부 부담금 정책 ▲선택병의원제도가 도입됐다.

지난 2007년 7월, 보건복지부는 ‘본인 일부 부담금’ 정책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모든 진료를 무료로 받던 1종 수급권자는 외래진료비 일부를 지불하게 됐다. 비록 전체 외래진료비의 4%만을 내는 것이지만, 이는 저소득 계층에 속하는 수급권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본인 일부 부담금 정책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병의원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수급권자가 ‘선택의료기관’에서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제도다. 선택의료기관 지정은 수급권자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종 수급권자는 지정병원 방문 시 진료비를 안 내도 된다. 하지만 지정되지 않은 병원에 갈 경우 진료비는 오롯이 환자의 몫이다.

본인의 선택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에만 정부 지원금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병원의 폐원, 수급권자의 주소 이전 등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한 번 선택한 의료급여기관은 변경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가 선택의료기관으로 내과를 지정했다면, 다리가 부러져도 내과에 가야 한다. 정형외과에 가려면 본인부담금으로 진료비를 충당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이럴 때를 대비해 한 달에 6천 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지급한다”며 “다른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지원금 내에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소외계층을 돌보려면 제도 밖으로?

한편,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주민등록 말소자, 노숙자, 난민,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건강보험료 체납자가 그 예시다. 아파도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병원이 있다. 바로 ‘무료의료기관’이다.

무료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은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급여제도 대상자 조항에서 어긋난 사람도,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마음 놓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무료의료기관 운영은 의료법과 정부 지원의 울타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영등포에 위치한 무료의료기관 ‘요셉의원’은 의료기관 개설 신고는 했지만, 병원으로서 정부로부터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지 않았다. 정부에 의료비를 청구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인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할인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도티기념병원’(아래 도티병원)은 이 조항으로 인해 무료 진료를 금지당했다. 도티병원은 연간 8만 명이 넘는 환자를 수용할 정도로 규모가 큰 무료의료기관이었다. 지난 2012년 도티병원 근처 개인병원장이 ‘무료 진료 때문에 주변 병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처벌해달라’는 민원을 구청에 제출했다. 이에 은평구는 ‘도티병원은 반드시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받아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위반할 시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30년간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받지 않던 도티병원은 병원 운영비를 수녀회 지원과 기부금으로 충당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했고, 도티병원은 결국 폐원 수순을 밟았다.

이처럼 의료급여제도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정부 가시권 밖을 담당하는 무료의료기관은 자생해야하는 실정이다. 현재 남아있는 무료의료기관은 자원봉사, 후원, 기부금을 통해 십시일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외계층의 의료권,
건져낼 수 있을까

무료의료기관 폐쇄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쇄와 다른 층위의 문제다. 무료의료기관은 의료급여제도와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갈 수 있는 유일한 병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는 무료의료기관이 처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안전망 병원’ 사업을 도입했다. 이는 일부 민간의료기관을 안전망 병원으로 지정하고 부족한 인력 충원 및 운영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요셉의원을 비롯해 ‘다일천사병원, 성가복지병원’ 3곳이 안전망 병원으로 지정됐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담당 주무관은 “사회적 소외계층이 안전망 병원에서 입원 및 수술을 진행할 때의 어려움을 파악했다”며 “중증 환자가 시립병원으로 이송되면 발생하는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사무국장은 “작년 기준으로 요셉의원에서 치료받던 환자 200명이 시립병원으로 이송됐고, 운영보조금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사업 확대의 부진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무료의료기관에 인력을 지원하는 것은 안전망병원 사업의 골자다. 서울시는 안전망병원당 1명씩 보건소 방문간호사를 배치해 의료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 외의 전문 의료인력의 충원은 언제나 불안정하다. 또한 본 사업은 몇 해째 확장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3년 지정된 5개의 안전망 병원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추가로 지정된 병원은 한 곳도 없다. 오히려 안전망 병원의 수는 3곳으로 줄었다. 서울시는 민간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사업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민간의료기관이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공공의료에 뛰어들기란 어려운 일이다.

여러 번 숙고를 거친 제도라고 해도 맹점은 있기 마련이다. 의료비가 부담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들은 항상 있었다. 정부의 의료급여제도는 이들을 포괄하지 못했고, 무료의료기관은 수십 년간 골목길을 지키며 이들에게 든든한 쉼터가 되어줬다. 이제는 우리가 이 병원들을 지켜줘야 할 때다.


*1·2종 수급자: 1종 수급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근로 능력이 없는 자, 희귀난치성 질환자, 중증질환자, 노숙인 등이 포함된다. 2종 수급자는 1종 수급자에 해당하지 않는 가구다.


글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자료사진 요셉의원>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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