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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으로 날라 온 옆집 공과금 고지서?공공요금 공동 납부에 커져만 가는 자취생 한숨
  • 강우량 기자, 최능모 기자
  • 승인 2018.12.03 06:58
  • 호수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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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주택 임대료가 평균 60만 원에 육박하는 세상이다. 청년들은 낮은 보증금과 월세로 입주할 공간을 찾아 헤맨다. 어렵게 방을 구한 이들은 ‘공공요금’이라는 또 하나의 벽을 마주한다. 우리신문사는 청년의 안정된 주거 생활을 위협하는 공공요금 납부 실태를 조명했다.

내 방 전기요금만 내는 게 아니라고?
전기 사용량 공동 계량에 부담 늘어나

전기요금은 자취생의 공과금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전력 난방 방식을 택한 주택 입주자의 경우에는 그 비중이 더욱 커진다. 하지만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전기 사용량 공동 계량에 따른 요금 통합 부과 ▲다세대/다가구 주택 내 공용 전기* 사용 요금 일괄 배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전기 사용량을 공동으로 계량해 요금을 매기면 개별 납부자의 부담은 증가한다. 지난 1974년 ‘전기요금 누진제**’가 도입됨에 따라 공동으로 계량된 사용량은 개별 사용량의 합에 비해 높은 누진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두 가구가 하나의 계량기를 쓰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둘 다 주택용 전기를 사용한다고 할 때, 두 입주자가 각각 110kWh를 사용한다면 총사용량은 220kWh다. 200kWh까지는 kWh당 93.3원의 요금이 매겨진다. 나머지 20kWh에는 ‘200kWh 초과 사용량 요금 기준’이 적용돼 kWh당 187.9원의 요금이 책정된다. 한 가구당 사용량인 110kWh에 부과된 전기요금이 9천400원에서 1만 1천200원으로 증가한 셈이다. 우리대학교 서문 일대에서 자취하는 장민우(사복·17)씨는 “1원마저 아까운 자취생에게 공과금 통합 납부로 인한 요금 과중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전은 세대별 요금 산정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세대마다 한전 계량기가 설치됐다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일부 다세대/다가구 주택에선 한전 계량기를 건물 당 혹은 층계당 하나 꼴로 설치한다. 배선 분리 및 계량기 설치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세대별 전기 사용량은 흔히 ‘고메다 계량기’로 불리는 사설 보조 계량기로 측정한다. 한전 검침 담당 정모 직원은 “고메다 계량기는 한전에서 설치한 계량기가 아닌 참고용일 뿐”이라며 “사설 보조 계량기는 요금 산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사용량을 개별 측정한다는 안내는 받았다”면서도 “정작 요금은 통합 사용량에 따라 균등 배분되기 때문에 요금 부담이 심하다”고 밝혔다.

입주자를 늘릴 목적으로 무리하게 주거 공간을 나눈 주택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전기 배선이 분리돼있지 않기 때문에 세대별로 소비량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조 계량기를 설치해 세대별 사용량을 추적할 수조차 없는 셈이다. 정 직원은 “벽제를 설치해 가구를 분리하는 일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배선 역시 분리돼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동 주택 내 공용 전기 요금이 일괄 배분되는 점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대부분의 다세대 주택에서는 공용 전기 사용량을 하나의 계량기로 측정한다. 공용 전기요금 역시 누진제의 적용을 받아 상승한다. 신촌에서 자취 중인 유승용(정외·14)씨는 “층수 등의 고려 없이 관리실에서 공용 전기요금을 일괄적으로 배분한다”며 “개인 전기요금보다는 적지만 부담되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강추위에도 꽁꽁 싸매고 버텨봤자…
가스 요금 폭탄 두고 벌어지는 ‘치킨 게임’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자부)가 지난 2013년 실시한 에너지 총조사에 따르면,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72.5%는 도시가스 난방 방식을 사용한다.

도시가스 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세대별 사용량을 공동으로 계량해 요금을 통합 부과하는 문제는 여전하다. 가스 사용량이 단 1m³라도 적은 가구로서는 옆방의 가스 요금을 ‘대납’하는 꼴이다. 서울도시가스 직원 A씨는 “공동 주택에서 보일러를 통합 운영한다고 알고는 있다”며 “각 세대별로 계량기가 설치돼있지 않다면 요금 분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난방용 가스 사용량이 급증하는 겨울철에 극명히 드러난다. 겨울철 전국 평균 가스 요금은 8만 원에 달한다. 이는 여름·가을 요금에 비해 30%가량 높은 수치다. 신촌에서 자취 중인 이항준(정외·14)씨는 “겨울철이면 가스 사용량이 늘어 다른 시기보다 공과금이 1~2만 원 정도 상승한다”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추위는 감수한다”고 밝혔다.

자취생들은 가스 요금을 어떻게든 낮춰보려 애쓰지만, 절감은 어렵다. 이웃집의 가스 사용을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림에서 자취 중인 김지인(24)씨는 “옆방이랑 열량 계량기를 같이 쓰기 때문에 혼자서 가스를 아껴 써봤자 무용지물”이라며 “옆집에서 되는대로 가스를 소비하진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이웃 간에는 불필요한 신경전이 발생한다. 느닷없이 날아온 ‘가스 요금 폭탄’ 때문이다. 이는 자취생 사이의 ‘치킨 게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씨는 “작년 겨울에는 가스 요금이 평소보다 2만 원 넘게 청구되기도 했다”며 “어차피 옆집 때문에 아끼지 못할 바에야 있는 대로 가스를 쓸까 하는 충동마저 들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가구별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당사자들의 공과금은 늘어난다.

재건축 없이는 요원한 공동 납부 해결
각 기관 대책은 피상적 차원에 그쳐

공공요금을 세대별로 납부하기 위해선 전기 배선이나 가스 배관을 분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시공 단계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분리 작업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현행 「건축법」에서 배선 및 배관 공사는 산자부 장관의 인가 아래 이뤄진다. 인가 기준에 ‘세대별 분리 여부’는 포함되지 않는다.

차선책으로는 보수 공사를 통해 연결돼있던 배선 및 배관을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배선 및 배관이 각 층 바닥에 삽입돼있는 탓에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건물 밑창을 들어내 개조를 해야 하는 대규모 작업이기 때문이다. A씨는 “배관을 분리하는 공사 자체가 돈이 많이 들 것”이라며 “입주하기 전에 요금을 공동으로 납부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이나 도시가스업체들은 주택 소유주에게 보수공사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직원은 “입주자들은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국가가 개인의 자산에 개입해 계량기 분리를 강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기사업법」 어디에서도 세대별 한전 계량기 설치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을 찾을 수 없었다. A씨 역시 “건물주 자산인 만큼 서울도시가스에서 나서는 일은 없다”며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각 지자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조 계량기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세대별로 사용량을 측정해 요금 분리를 유도할 목적이다. 청주시는 지난 8월, 대규모 보조 계량기 설치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주택 소유주의 자산권과 충돌했다. 모든 세대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지자체와 한전이 연계해서 진행하는 사업이 아닌 이상 추가 설치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전이 직접 나서 설치한 계량기가 아니라면 어디까지나 ‘참고용’에 불과하다. 정 직원은 “한전은 엄밀히 말해 에너지 공급 업체이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계량기를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공동 주택 요금 산정 기준 완화 제도’가 제시됐다. 여러 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량기에는 누진 비율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전기요금을 예로 들면, 200kWh 이상의 소비량을 보인 계량기라 하더라도 kWh당 산정되는 요금은 93.3원이다. 한전은 지난 2017년 해당 제도 검토를 공표했지만 도입은 요원하다. 김씨는 “고시원이나 원룸텔같은 다세대/다가구 주택에는 주로 입주하는 사람들의 경제 수준을 고려한 요금 산정 기준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렴한 장소를 찾는 자취생에게 고시원이나 원룸텔은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입주 이후 마주한 불합리한 공과금 제도는 그들에게 좌절을 안겨준다. ‘공과금 폭탄’에 자취생들의 초조함은 날로 배가된다. 합리적인 요금 산정을 위한 개선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용 전기 : 공동 주택 내 복도 전구, 승강기 등에 사용되는 전기
**전기요금 누진제 : 현재 전기 독점 수급 및 요금 산정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는 전력 낭비 방지를 위해 ‘전기요금 누진제’를 시행 중이다.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요금 상승폭을 더욱 크게 하는 제도다. 주택용 전력 누진 요금은 최저 93.3kWh/원에서 최고 280.6kWh/원으로 3배 가까이 상승한다. 대부분의 공동 주택에 공급되는 주택용이나 일반용 전기는 누진 비율이 산업용 전기 등에 비해 높다.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사진 최능모 기자
phil413@yonsei.ac.kr

강우량 기자, 최능모 기자  dnfid04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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