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세로 중앙에는 빨간데 목이 굽어 그 모양이 마치 빨간 샤워기 같기도 하고, 빨간 지팡이 같기도 한 물건이 있다. 그 쓰임이 뭔고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그 앞에 모여 서로를 기다리고 함께 안부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 때 신촌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와서 이르기를, ‘이것은 빨간 잠수경이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빨간 잠망경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잠수경이었다. 마침 빨간 잠수경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난스럽게 재미나기로, 매거진 『The Y』 취재단이 이를 새겨듣고 기록하였다.

#꽃에는 힘이 있다, 김다정(28)씨

“꽃 소비를 장려하는 캠페인 중입니다. 기자님도 꽃이랑 사진 한 번 찍고 가세요!”

 

Q. 신촌에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저는 신촌에 살진 않고, 취업 전에 돈을 벌려고 저 멀리 지방에서 올라왔어요. 아르바이트의 일환으로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촌이 다른 지역보다 유동인구가 많아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이벤트하기에 좋다는 생각에 신촌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Q. 진행하고 계신 캠페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요즘 꽃 소비량이 계속해서 줄다 보니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꽃에는 힘이 있다’를 슬로건으로 꽃 소비 장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촌 말고도 서울 각지에서 꽃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마음사진관’ 사진부스를 순회 운영 중이에요. 부스에서 사진을 찍으신 참여자들에겐 추첨을 통해서 원하는 곳에 꽃 선물을 보내드려요. 이 캠페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꽃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의 가치를 느끼고 생활 속에서 꽃 소비를 더욱 활발히 하셨으면 좋겠어요!

 

Q. 하늘에서 5천 만 원이 떨어진다면 무엇이 하고 싶나요?

가게가 가득 딸린 건물을 살 것 같아요. 소원이 있다면 건물주가 되는 거라서…. 요즘은 건물주가 최고잖아요. 비록 지금은 5천 만 원이 없으니까 이리저리 아르바이트 다니지만, 돈만 있다면 무조건 건물을 살래요.

 

Q. 마지막으로 다정씨에게 신촌이란?

신촌은…. 사진관이다.(웃음)

 

#우리 아들 두 번째 수능 파이팅, 이혜선(50)씨

“아들 생각에 무거운 마음을 달래러 신촌으로 산책 나왔습니다. 우리 아들, 제발 긴장만 하지마라!”

 

Q. 신촌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친구랑 연세대와 이화여대 캠퍼스 쭉 돌면서 단풍 구경하려고 나왔습니다. 제가 수험생 아들을 두고 있는데 수능이 6일밖에 안 남아서 마음이 착잡하거든요. 옆의 친구가 제 마음이 싱숭생숭한걸 알고 그럴 때일수록 집에만 있지 말고 돌아다녀야 된다며 끌고 나왔어요. 여기저기 다니다가 오늘은 신촌에 왔네요.

 

Q. 마음이 많이 무거우시겠어요.

두 번째 수능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첫 번째보다 더 긴장돼요. 당연히 저보다 아들이 더 불안하고 힘들겠지만요. 열심히 한 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걸 다 못 보여줄까봐… 마침 아들이 연세대학교 수학과에 지원했는데 최저 등급 기준을 맞춰야 해서 하루하루 기도하면서 사네요. 아들이 연세대를 제일 오고 싶어 하는데 내년에 캠퍼스에서 꼭 기자님을 뵀으면 좋겠어요.

 

Q. 아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하자면?

긴장만 하지 말고 해온 거 정직하게만 다 보여주자. 진짜 수고했어. 사랑해!

 

#스포츠와 신촌을 사랑하는 대학생입니다, 박지웅(25)씨

“다음 주에 있는 주짓수 대회를 위해 마구 살을 찌우고 있습니다. 1회전 탈락만 면하자!”

 

Q. 친구랑 놀러 나오셨나 봐요. 신촌에 자주 오시나요?

네, 그럼요. 거의 신촌 사람인 것 같아요. 심지어 어제까지만 해도 저기 바로 위에 보드게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너무 바빠서 아르바이트는 그만뒀지만 놀 때나 밥 먹을 때 여전히 신촌을 자주 찾는 것 같아요.

 

Q. 본인에게 신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진짜 대학로’라고 부르고 싶어요. 저는 홍익대를 다니는데 홍대 거리는 너무 상업화돼있고 대학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에 비해 신촌은 좀 더 학생들이나 소상공인을 위한 공간 아닐까 싶어요. 축제나 이벤트도 많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고 할까?

 

Q. 일주일 동안 시간이 멈춘 채로 휴가가 주어진다면?

이집트 홍해로 여행을 가서 스킨스쿠버를 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스킨스쿠버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아직 잘 못해서 더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일주일동안 광활한 자연 아래서 먹고 자고 하면서 다이빙 연습만 하고 싶어요. 다이빙 빼고는 아무것도 안하고.

 

Q. 운동을 되게 좋아하시나 봐요.

네, 제가 원래 주짓수를 해요. 다음 주 일요일에 주짓수 대회에 나갑니다. 체급을 맞추려고 마구 살을 찌우고 있는데 살 빼는 것 못지않게 찌우는 게 힘드네요. 제가 먹는 걸 많이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계속 먹어야 되니까 너무 괴로워요. 그래도 ‘1회전 탈락만 면하자, 한번은 이기자’는 각오로 잘하고 오겠습니다!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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