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커피와 따뜻한 사람들이 반기는 이 곳

한적한 연희동 골목을 지나다보면 간판 없는 작은 가게를 마주한다. 오직 ‘원두가게’라는 투박한 입간판만이 반기는 이 곳.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선 부드러운 커피와 친구 같은 바리스타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알 사람은 다 안다는 원두가게 ‘포멜로빈’의 바리스타 우강식씨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카페 소개를 부탁한다.

바리스타 우강식이다. 이 곳 사장과는 대학 동기이다. 우리는 4년 정도 카페에 원두를 납품하다가, 커피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아지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렇게 작년 겨울에 연희동에 포멜로빈을 오픈했다. 이곳은 손님들에게는 원두를 소개하고 다른 가게엔 원두를 파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로스터와 바리스타, 그리고 디자이너 등 6~10명의 팀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포멜로빈은 ‘달콤한 자몽’이라는 뜻의 ‘pomelo’와 부드럽다는 의미의 ‘mellow’가 합쳐진 이름이다. 우리는 이름처럼 새콤달콤함과 부드러움이 밸런스 있게 어우러진 커피를 추구한다.

 

Q. 연희동에 자리를 잡은 계기는 무엇인가.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원두를 공수해오는 공장이 사천교 쪽에 있어서 그 곳과 가까운 위치에 가게를 열고 싶었다. 두 번째는 연희동이라는 공간 자체가 우리 카페가 추구하는 따뜻하고 소박한 컨셉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Q. 추천 메뉴는?

드립 커피를 추천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포멜로 라떼’다. 이 라떼는 블루베리 시럽을 더하지 않았음에도 블루베리향이 묻어난다. 원두는 각 특유의 산미를 띠는데, 그 중에 상큼한 과일 향이 나는 원두가 있다. 블루베리 향의 비결은 로스팅 과정에서 그 특유의 산미를 잘 잡아내는 것이다. 로스팅을 하다 보면 원두의 산미가 극대화되는 지점이 오는데, 이를 ‘로스팅 포인트’라고 한다. 그 지점이 지나면 신맛이 잦아들고 빈자리를 단맛이 채운다. 그래서 로스팅 포인트를 잘 잡으면 블루베리 시럽을 따로 더하지 않아도 커피에서 달콤한 블루베리향이 묻어나오게 할 수 있다. 그렇게 완성된 커피가 바로 ‘포멜로 라떼’다.

 

Q. 카페가 아닌 ‘원두가게’라는 타이틀이 색다르다.

커피 한 잔의 맛이 유지된 채 갈 수 있는 거리는 길어야 10분 정도다. 따라서 커피음료 사업이 넓게 확장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두는 다르다. 액체인 커피와 달리, 고체인 원두는 맛이 보존된 채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때문에 확장성 측면에서 메리트가 크다고 판단해 원두로 사업을 시작했다. 개업 당시의 컨셉은 원두로 커피를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손님들에게 보여드리는 ‘원두쇼룸’이었다. 지금은 그 원두쇼룸에서 커피까지 팔고 있다.

 

Q. 포멜로빈만의 ‘커피 철학’이 있나.

‘한 잔을 만들어도 정성을 들이자.’다. 커피 한 잔의 값은 단순히 커피 자체만의 가격을 담지 않는다. 커피를 내리는 것부터 손님이 마실 때까지 함께 해드리는 그 모든 서비스가 합쳐진 액수다. 그래서 손님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대화로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맞춤형 커피를 드리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바리스타는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며 마음에 위로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도 커피를 구실로 그들의 삶의 일부분이 된다고 생각할 때 가장 행복하다. 정리하자면, 우리의 철학은 이렇게 커피를 만들 때 ‘커피’ 그 자체와 더불어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의 소통에까지 정성을 들이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포멜로빈만이 가지는 매력이나 특색이 있다면?

연희동에 카페는 많지만 우리처럼 모두에게 보이도록 오픈된 공간, 그리고 바테이블에서 손님과 바리스타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포멜로빈의 테이블은 바 형식이라 바리스타와 손님 사이에 벽이 없다. 또한 가게의 외벽이 유리창으로 돼있어 밖에서도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다 보인다. 앞서 말했듯 손님들과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이런 구조를 택했다.

 

Q. 포멜로빈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가?

우리 가게는 손님들이 그냥 오며가며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쉬다 갈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커피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와서 편하게 물어보고 대화도 하고, 그러면서 커피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는 그런 공간.

 

인터뷰가 끝나자, 들어오는 손님들이 하나같이 바리스타들과 오랜 친구처럼 편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매주 새롭게 당신만의 커피를 만들어주는 카페를 만나고 싶다면, 카페 포멜로빈에 한 번 들러보길 권한다.

 

*산미: 커피 생두가 가지고 있는 신맛.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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