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점검해보다

잔반 재사용부터 노로바이러스 식중독까지, 겨울철 식품 위생 관련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아래 식약처)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5월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도입했다. 이는 음식점의 위생수준을 평가하고 평과 결과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음식점들의 참여율이 낮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2일을 기준으로 위생등급 평가를 신청한 업소는 전국 일반음식점 64만여 곳 중 6천 971곳(1.06%)뿐이다. 위생등급을 지정받은 업소도 1천 699곳(0.26%)에 불과하다. 신촌 일대에서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음식점은 단 3곳뿐이다.

 

음식점들은 왜 등을 돌렸나
 


음식점들이 위생등급제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율 신청 방식 ▲실질적 인센티브 부족이 지목됐다. 음식점 위생등급제는 자율 신청 방식으로 운영된다. 영업자가 의무적으로 위생등급평가를 신청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식약처는 “등급평가를 의무화하면 영세업자들에게 부담이 간다는 점을 고려해 자율 신청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영세업자는 위생관리에 사용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위생수준을 상급으로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질적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 제도의 실효성을 낮춘다는 의견도 있다. 원칙상위생등급을 부여받은 음식점에는 2년간 출입·검사 면제, 위생등급 표지판 제공, 시설·설비 개·보수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대학교 부를샘 관계자는 “회사(삼성웰스토리)가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소개해서 등급평가를 받아봤다”며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음에도 이후 별도의 인센티브는 없었다”고 말했다.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T원 연세대점 관계자 역시 “손님들이 위생등급 표지판을 보고 가끔 언급하니까 가게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면서도 “그 외에 따로 인센티브를 받은 적은 없다”고 전했다. 한국식품위생관리협회 관계자 A씨는 “자율 신청을 전제로 제도 참여를 독려하려면 실질적 인센티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서, 음식점들은 위생등급제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자율 신청 방식이더라도 꾸준히 등급평가를 신청하는 음식점들이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식중독예방과 박은진 주무관은 “당장 참여도가 낮다고 해서 활성화가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해마다 등급을 지정받는 음식점이 존재하기에 제도 활성화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생등급 표지판을 무료로 제작해 보내주는 것으로 혜택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표지판을 직접 제작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이는 영세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주무관은 “불만 사항들에 관해 알고 있지만 사실 음식점들에게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이 인센티브”라며 “그래서 지금은 제도 홍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수한 업소에만 등급을?
 


한편 등급 구분이 평가 기준으로서의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현 등급체계가 모든 위생수준을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당 제도는 위생수준이 보통이거나 보통 이하인 음식점에 대해서는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위생등급은 ‘매우 우수’(별 3개), ‘우수’(별 2개), ‘좋음’(별 1개)으로 나뉜다. 즉 가장 낮은 등급이 ‘좋음’인 것이다. 김수진(21)씨는 “음식점 위생등급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별이 1개만 붙은 표지판을 봤을 때, 위생등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혼란은 음식점 위생등급제가 ‘위생수준이 우수하다고 평가된 업소’에만 등급을 부여하는 데서 비롯된다.

식약처는 애초에 등급을 지정받았다는 것이 위생이 상당히 좋음을 뜻하기에 등급체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주무관은 “소비자들의 혼란도 결국엔 제도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제도가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식품위생관리협회 관계자 B씨는 “별 1개를 받은 음식점도 위생이 우수한 편이라면 등급표시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며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모르거나 들어만 본 사람은 충분히 헷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의무화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위생에 대한 소비자와 음식점의 관심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 홍보와 제도 보완이 전제될 때, 비로소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찬주 기자
zzanjoo@yonsei.ac.kr

사진 박수민 기자
raviews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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