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숨겨진 ‘비(非)프랜차이즈’ 이층집을 발굴하고 소개해온 코너 「골목길 이층집」. 아쉽게도 이번 46호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는데요. 그 마지막을 기념하고자 『The Y』에서는 ‘골목길 이층집- 특별편’으로 신촌 박스퀘어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9월 신촌기차역 맞은편에 생겨난 복합문화공간 박스퀘어. 기존 노점상과 청년 창업가가 한 데 자리하고 놀 거리와 먹을거리도 가득하다는 소문을 듣고 기자들이 직접 방문했습니다. 박스퀘어 속 나만의 가게를 찾아 『The Y』와 함께 마지막으로 떠나볼까요?

#올해 크리스마스엔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들지 않는 꽃을 선물하자

꽃 따러 가게

의정부에서 꽃집을 하시는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플리마켓. 이곳의 제품은 모두 생화를 이용해 만든다. 하지만 꽃이 시들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모든 상품에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사용해 살아있는 듯한 꽃을 3년 동안 볼 수 있기 때문. 카드, 꽃다발, 디퓨저 등 여러 상품이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하바리움**과 시나몬 스틱. 하바리움은 사장님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인터넷 판매가의 절반 정도에 살 수 있다. 보기에도 아름답고 각각의 꽃말이 지니는 뜻도 예뻐서 선물로 적격이다. 시나몬 스틱은 해충을 쫓는 방향제다. 천연이기 때문에 아기들이 있는 집에서도 쓸 수 있다고. 시나몬 스틱은 자체개발 상품이기 때문에 ‘꽃 따러 가게’에서만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도 안개꽃, 조팝꽃 등으로 만든 귀걸이나 꽃 장식과 글귀가 잘 어우러진 카드 또한 인기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싶다면

레인보울 45

비건을 위한 채식주의 건강식을 지향하는 레인보울 45. 채식주의자인 사장님은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을 때 함께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채식인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가게를 차렸다. 레인보울 45의 레시피는 ‘사장님이 먹는 그대로’다. 설탕, 인공 감미료, 농축액, 파우더, 물을 일절 넣지 않고 오직 과일과 채소, 코코넛 워터만 사용한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 대신 코코넛 껍질을 그릇으로 이용하는 것에서도 사장님의 배려가 돋보인다. 겨울에는 단호박과 고구마로 만든 따뜻한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사장님 추천메뉴_‘아보카도+바나나 베이스에 반건조 무화과, 카카오닙스, 그래놀라, 크랜베리’ (6천 500원), ‘애플망고+파인애플+바나나 베이스에 믹스베리, 청포도, 그래놀라’ (6천 800원)

-은비기자의 레인보울 45

스무디 베이스부터 토핑까지 그 종류가 수십여 가지가 넘어 결정장애가 있는 기자에겐 너무나 어려웠던 선택. 사장님의 추천에 따라 ‘아보카도+바나나 베이스에 반건조 무화과, 카카오닙스, 그래놀라, 크랜베리’를 추가한 예가체프와 ‘애플망고+파인애플+바나나 베이스에 믹스베리, 청포도, 그래놀라’를 추가해 먹어봤다.

예가체프는 되직한 아보카도와 바나나 베이스가 어우러져 흡사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 했다. 초콜릿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카카오닙스 덕에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신들의 음식’이라고 불리며 먹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니 살찔 걱정은 없다. 베이스에는 아무런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다소 심심할 듯 했지만 크랜베리와 무화과의 달콤함이 그 걱정을 덜어줬다. 오독오독 씹히는 그래놀라는 감초 역할을 한다.

과일 베이스는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토핑으로 얹은 청포도와 믹스베리와도 잘 어우러졌다. 카페에서 파는 과일 스무디와 비슷했지만 뒷맛이 훨씬 깔끔했고, 단 것을 먹은 후 나타나는 입 안의 텁텁함도 없었다.

#깻잎에 이대생의 추억이 묻어 있는 곳

이대깻잎떡볶이

10년간 이대 정문 앞을 지키다 박스퀘어로 옮겨온 이대깻잎떡볶이는 이대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이 집의 마스코트인 깻잎은 떡볶이 위에 고명처럼 뿌려지는데, 그 덕에 깻잎이 소스에 파묻혀 눅눅해지는 일이 없다. 씹을 때 퍼지는 은은한 깻잎 향에 손님의 99%가 만족했다고. 독특한 고명과 달리, 떡볶이 자체의 맛은 낯설지 않다. 학창시절 학교 앞에서 먹던 떡볶이 맛과 비슷하다. 그 반전 매력에 결혼한 이대생도 남편과 다시 찾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왔던 손님 다시 찾아오게 하기’가 목표라는 사장님. 그 맛과 친절함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장님 추천메뉴_깻잎떡볶이(1인분 3천 원), 수제튀김(1인분 3천 원)

#나의, 나에 의한, 나만을 위한 화장품

코스파파

화공생명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으신 사장님이 운영하신다. 사장님은 아토피가 있는 아이를 보고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코스파파’는 ‘파파가 만든 코스메틱’의 줄임말로, 아빠가 만들었으니 안심하고 써도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방부제나 산화방지제 등의 합성첨가물이 없다는 점이 코스파파 화장품의 가장 큰 특징. 기존 화장품과 비교해 첨가물을 99% 줄였다. 10분만 투자한다면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주문서에 간단한 인적사항과 화장품 종류, 첨가하고 싶은 추출물과 오일을 선택하면 끝. 손님이 직접 우린 녹차나 원하는 향수를 첨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하는 경우 화장품에 자신의 얼굴 사진을 라벨처럼 붙일 수 있다. 이 집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일주일에 그치는 일반 DIY 화장품과 달리 한 달, 길게는 두 달까지도 사용 가능하다. 2-3천 원으로 ‘나만의’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 기회를 놓치지 말자.

#한식에 야채와 아이디어를 담다

야채를 담다, 야담

대학생 때부터 창업을 꿈꾸던 사장님이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차린 곳이다. 대학 시절 자취를 했던 탓에 채소를 먹기 힘들었던 사장님. 그 시절의 아쉬움을 담아 채소를 먹을 수 있는 ‘간편한 한 끼’를 메뉴에 넣었다. 메밀을 재료로 한 크레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야담의 메밀 크레페는 일반 크레페와는 달리 불고기와 야채, 밥이 들어가 있어 간편함과 든든함 모두 놓치지 않았다. 또, 메밀 크레페와 곁들이기 좋은 인절미 막걸리가 있다. 막걸리의 탄생 비화는 이렇다. 사장님은 ‘펍’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를 메뉴로 넣었다. 이후 맞은편 가게에서 맥주 ‘코젤다크’에 시나몬 가루를 뿌리는 것을 보고 ‘뭐라도 뿌려야겠다’는 생각에 인절미 가루를 뿌렸다. 막걸리에 부드러움을 더한 ‘밀크폼’ 또한 사장님이 직접 개발했다. 사장님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면서 현재 박스퀘어는 ‘야담 열풍’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손님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는 것이 힘에 부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고 한다. 메뉴가 품절될 수 있으니 최대한 일찍 방문하도록 하자.

사장님 추천메뉴_메밀 크레페(5천 500원), 인절미 막걸리 300ml(2천 900원)

-지현 기자의 ‘야담’

저녁 8시쯤 방문한 탓에 ‘메밀 크레페’는 이미 품절돼 ‘메밀 치즈전(8천 원)’과 인절미 막걸리 300ml를 주문했다. 분명 치즈 이외의 재료는 모두 한국적이었는데도 불고기 피자, 혹은 퀘사디아를 맛보는 느낌이었다. 양식을 먹는 것 같은데도 느끼함은 전혀 없었다. 불고기의 육즙과 담백한 메밀, 채소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인절미 막걸리는 한 입 먹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탄산음료 ‘밀키스’와 비슷한 맛으로, 가벼우면서도 막걸리 본연의 맛을 잃지 않았다. 밀크폼이 들어가서인지 부드럽게 넘어가는데다 인절미 가루의 고소함까지 더했으니 설명이 더 필요 없다. 일상에 지쳐 낮술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야담에 있는 동안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음식이 맛있으면 계속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 : 생화를 특수 보존 처리 용액으로 가공하여 1∼5년간 생기 있는 모습이 유지되는 가공화.

**하바리움 : 동물 표본처럼 식물을 특수 용액이 담긴 병에 식물을 온전한 상태로 보존한 식물표본.

글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사진 박수민 기자
raviews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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