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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수, 다른 현실?대학가 장애인 교수의 현주소
  • 손지향, 하광민 기자
  • 승인 2018.11.18 21:43
  • 호수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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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개 대학 중 300여곳이
시설·설비 ‘보통 이하’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장애인 교수의 고충은 발생한다. 학교 홈페이지나 메일 시스템이 장애인 보조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 업무 플랫폼마저 사용하기 힘든 셈이다. 시각장애를 가진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조성재 교수는 “대구대 홈페이지와 네이버 메일은 음성합성 시스템(Text-to-speech, TTS)*을 지원하지 않아 간단한 행정 업무조차 처리하기 곤란하다”며 “학교에 문제 해결을 건의했으나 개선은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실이나 강의실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립특수교육원이 발표한 「2014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아래 「실태평가」)에 따르면, 총 368개 대학 중 303개가 ▲시설설비 영역**에서 ‘보통 이하’ 등급을 받았다. 대구대 장애학과 조한진 교수는 “이동식 경사로조차 제공하지 않는 대학이 많아 외부 강연 시마다 매번 불편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차별금지 이행 실태 결과」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장애 보조 설비 현황은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설치율 55.8% ▲승강기 내외부 점멸등·음성신호 안내 56.8%, ▲시청각 경보시스템 설치율 25% 등에 그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래된 대학 건물을 개축하거나 장애인 지원 시설을 설치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며 “재정 부담으로 인해 상당수 대학에서 시설 개선이 지연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우리대학교는 이런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신촌·국제캠과 원주캠은 「실태평가」의 시설·설비 영역에서 모두 ‘우수’ 평가를 받았다. 홈페이지도 음성지원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원주캠 학생복지처장 이상인 교수(인예대·서양고대철학)는 “학내 장애인 구성원들과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환경을 개선시켜왔다”며 “대강당노천극장스포츠 센터에 추가적인 이동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총무처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자료 열람 어려워…
대체자료 개발은 아직 미진

그럼에도 대학가 장애인 교수의 연구 환경은 열악하다. 특히 시각장애가 있는 교수는 학술 자료를 거의 이용할 수 없다. 대다수의 연구 자료가 인터넷에 등재돼 있기 때문이다. 웹 자료는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기 어렵다. 조성재 교수는 “문자 인식 프로그램파일 리더기 등의 보조 기구가 PDF 파일을 스캔하지 못하는데, 대개 논문이 PDF 형식”이라며 “설령 글을 인식하더라도 도표·그래프 등은 읽지 못해 정확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술 정보의 접근성 문제가 뚜렷함에도, 대학교 도서관에서 장애인용 대체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대학교 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대학 도서관은 비장애인 학생이 주 이용객”이라며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독서 확대기화면 낭독 프로그램 등 보조공학기기는 구비하나 따로 대체 자료를 제작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자료개발과 A씨는 “대체 자료 제작을 활성화하려면 많은 예산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기존의 출판 자료를 대체 자료로 편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프로젝트 완성률은 약 12%에 그친다. 비용시간적 제약 때문이다. A씨는 “시각장애인용 ‘데이지 3.0(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 DAISY)***’과 전자점자 자료 등을 제작하고 있다”며 “완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에 이를 해결할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애인 교수도 엄연한 학내구성원이다. 학문의 장인 대학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장벽이 허물어질 날을 기대해본다.

*음성합성 시스템: 음성 서비스의 일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텍스트를 오디오로 변환하여 저장 및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시설설비 영역: ▲매개 시설 ▲출입문승강기 등의 내부시설 ▲위생시설 ▲인내 및 기타시설 ▲장애인 대학생 시설설비 만족도 등이 포함된다.
***데이지 3.0: 1988년 스웨덴 국립녹음점자도서관이 최초로 연구개발한 디지털 녹음도서제작기술이며 목차내용이미지표 등을 재구성

글 손지향 기자
chun_hyang@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손지향, 하광민 기자  chun_h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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