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정문정 작가를 만나다

‘갑질공화국’ 대한민국에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갑’의 무례한 언행에 분노하는 ‘을’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열풍은 그 방증이다. 책을 통해 정문정 작가는 갑질에 끙끙 앓는 사람들에게 웃어보라고 권유한다. 이 웃음은 같이 무례해지거나 화내는 것보다 훨씬 야무진 반격이라고. 무례한 사람에게 웃어 보이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또 그가 말한 웃음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어른이 되려는 자, 그 무게를 버텨라

 

정씨는 “‘청춘’처럼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건 다 의심해봐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동네에서 자랐던 초·중·고등학생 때와 달리, 제각각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대학은 정씨를 상대적 박탈감에 빠뜨렸다. 그는 “기회의 불평등이 만연한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내게 대학생활은 괴로움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노력했던 시기였다”고 전했다.

정씨를 괴로움으로부터 구한 것은 심리학 책들이었다. 정씨는 “책을 읽으니 ‘왜 하필 내게만’ 싶었던 일이 동시대 사람들의 평균적 고통임을 깨달았다”며 예시로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들었다. 착하게 살고자, 또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자 하는 강박을 느꼈다는 정씨. 그는 책을 통해 이것이 자신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씨는 “나만의 특수한 피해가 아니었다”며 “거절하지 못하는 희생적 모습은 사회가 주입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과 책을 좋아했던 정씨는 어릴 적부터 작가를 꿈꿨다. 하지만 곧장 전업 작가가 되긴 무리라고 생각해 대학 졸업 후 신문사에 입사했다. 글쓰기 훈련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씨의 신문사 생활은 1년만에 끝났다. 수직적 조직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퇴사한 정씨가 타협점을 찾은 새 직장은 잡지사였다. 그는 “기자라는 직업 자체는 호기심 많은 나와 잘 맞았다”며 “덜 수직적인 분위기에서 긴 글을 쓸 수 있는 『대학내일』에 취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잡지사에서 그는 20대가 겪는 문제를 풀어내는 데 주력했다. 정씨는 “대학생의 큰 고민 중 하나가 생활비 부족인데, 20대를 대상으로 한 잡지의 대부분은 소비 위주의 이야기를 했다”며 “이런 괴리감을 줄이고자 대학생의 경제적 문제를 많이 다뤘다”고 말했다. 과열된 취업시장의 현실도 다뤘다. ‘개나 소가 되는 데에도 수천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통해서였다. 그는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 어학연수나 자격증 취득도 결국 평범한 스펙으로 취급받는 상황을 꼬집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아르바이트, 우울증 등 대학생의 실질적 고민은 무엇이든 정씨의 글감이 됐다.

 

무례함, 참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대학내일』에 실은 칼럼에서 시작됐다. 칼럼을 쓴 계기는 한동안 국민적 화제였던 국회의원의 ‘노 룩 패스(No-Look Pass)’ 사건이었다. 정씨는 “유독 마음에 오래 남았던 사건”이라며 “내 직장 생활 경험을 통해 해당 의원의 수행원이 느꼈을 모멸감에 쉽게 이입했다”고 말했다. 칼럼을 씀으로써 ‘을’이 ‘갑’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최대한 쉽게 말해주고 싶었다고. 칼럼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자, 이를 책으로 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정씨는 책의 주 독자층이 모든 직장인, 더 구체적으로는 20-30대 직장인 여성이라 말한다. 성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회의 무례함에 노출되기 쉽다 느꼈기 때문. 정씨는 “대응 방법을 잘 모르거나 오히려 스스로를 탓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특히 조직 생활에 고민이 많아질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조언을 얻을 곳이 많지 않다 느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책에서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으로 다양한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는 문제가 되는 발언임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정씨는 실제로 후배에게 ‘지금 시대에 그런 발언은 감옥가시겠는데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기분이 덜 나쁘면서도 차분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둘째는 되물어서 상황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무안함을 선사해 언행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상대가 사용한 부적절한 단어를 그대로 돌려주는 방법, 무성의하게 반응하는 방법, 유머러스하게 대답하는 방법 등이 있다. 정씨는 “마지막 방법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사실 후배의 조언으로부터 터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무례한 사람에게 잘 대처하는 것만큼 스스로가 무례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선배와 후배가 받아들이는 무게는 다르다”며 “자신은 무례하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단지 본인이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무례함을 지적할 수 있는 환경 역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씨도 조언해주는 후배가 있었기에 자신의 무례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그는 “서로의 무례함을 알려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안테나’로 끊임없이 동시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정문정 작가. 정씨의 그런 소망에는 이 사회 속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지난 1월, 정씨의 안테나는 ‘갑질’에 대한 사회의 분노를 수신하고 그에 맞서는 법을 지혜롭게 풀어냈다. 그의 조언대로 ‘무례함에 웃으며 대처할’ 용기를 가진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자료사진 정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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