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의 오세윤 지회장을 만나다

그간 IT 업계 노동자들에게 하루 8시간 근무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들은 야근은 물론, 새벽 출근도 불사하며 일해왔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도’는 이런 IT 업계 노동 환경에 변화를 가져왔다. 

과연 IT 노동자들은 장기간의 상시 노동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네이버 본사에서 민주노총 전국섬유화학산업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 오세윤 지회장을 만났다.
 

Q. 본인과 공동성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A. 공동성명의 지회장 오세윤이다. 스포츠게임 개발자로 활동하다 네이버로 이직해 일한지 5년 정도 됐다. 공동성명은 올해 4월 2일 200명 남짓한 직원들의 연대로 출범했다. 사회 신뢰 회복·경영 투명성 강화·IT 근로 조건 개선 등을 기조로 활동 중이다.
 

Q.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 3달째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있는가.

A. 이전에는 근로 시간을 최대 주 68시간으로 제한했었다. 하지만 특례 업종인 IT 업계에선 초과 근로가 얼마든 가능했다. 당시 IT 회사 대부분은 ‘재량근로제*’를 채택했다.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몇 시간이든 회사가 요구하는 만큼 일해야 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도 도입과 함께 IT 업종은 특례 업종에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재량근로제에 따른 과도한 인력 운용은 불가능해졌다. 공동성명은 사측과 협의해 재량근로제를 ‘선택시간 근로제**’로 바꿨다. 우리는 이제 교섭력을 갖췄고, 주 52시간 이상의 초과 노동에 대해 정당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매우 유의미한 변화다. 공동성명은 현재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주 52시간 이상 노동하는 직원은 없다.

다만, 제도 적용 대상이 아닌 소규모 IT 업체에선 장시간 노동이 여전하다. IT 업계엔 타 대기업들로부터 정보통신 업무를 하청받는 중소 SI(System Integrator) 업체***들이 많다. 되려 이들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으리라 본다.
 

Q. 주 52시간 근로제도로 근로 시간이 줄어들어 노동자 실질 소득이 감소한다는 비판도 있다. 업계 내부에선 소득 하락을 체감하는가.

A. IT 업종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재량근로제와 포괄임금제 때문이다. 정기급여에 특별·연장근로수당을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게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제에 따라 특별·연장근로 수당은 실제 노동 시간이 아닌 예상 근로 시간에 의거 산정된다. 

보통은 예상 근로 시간을 노사 간의 교섭으로 결정하겠지만, 그동안 IT 업계에는 노조가 없었다. 따라서 사실상 회사 자체 기준으로 특별·연장근로 수당이 결정됐다. 실제 노동 시간을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 시간에 따른 임금 차등도 없었다. 결국 추가 노동 시간 감소로 수당이 줄어드는 일도 없다는 말이다.

네이버는 선택시간 근로제 도입 후 실제 추가 근로 시간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관례상 회사가 산정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곤 했는데,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노·사 교섭에서 합리적인 추가 수당을 예상해 요구할 근거를 갖게 된 셈이다. 임금 하락은커녕 오히려 상승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Q. 최근 경영자총연합회는 ‘업무 유동성을 고려치 않고 근로 시간을 일괄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특례 업종 지정을 요구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공동성명 역시 IT 업계 업무 환경이 타 업종에 비해 유동적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IT 업계는 여느 산업보다도 변화 속도가 빠르고, 창의적 활동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도와 선택시간 근로제가 기업 내 유동적인 업무 방식과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이 유동적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지금까지 재량근로제는 이름만 ‘재량’이었다. 재량의 주체는 노동자가 아닌 회사였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요구하는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환경에서든 장시간의 노동은 신체에 무리를 준다. 장시간 과다 노동이 지속되면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IT 산업에서는 무엇보다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산업의 기반이자 혁신의 동력이다. 창의성은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 능력 중 하나다. IT 업체들이 노동자들의 창의적 결과물을 원한다면, 그 바탕이 되는 ‘일과 삶의 균형’을 확보해줘야 한다. 
 

Q. 공동성명은 노동조합으로서 사측의 특례 업종 지정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A. 특례 업종은 법률로 정한다. 사측의 주장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공식 논의는 없다고 알고 있다. 아직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물론,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만에 하나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IT 업계 근로자 대부분이 다시 장시간 상시 노동에 처하게 된다. 다른 사업장에서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IT 업계는 노조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노조가 없는 이상, 사측에서 얼마든지 노동자에 주 80시간에 달하는 노동을 강제할 수 있다. 

이에 공동성명은 IT 대기업 최초의 노동조합으로서 노동자를 적극 대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IT업종의 특례 업종 지정을 시사한 김동연 부총리에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다만, 노동조합이 활성화되지 않은 IT 업계 특성상 파급력이 약하기에 고민은 여전하다.
 

Q. 주 52시간 근로 준수 등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IT 업계에서 노동조합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A. 노동자를 대변하는 존재로서 노동조합은 필수적이다. 단지 노동자가 피해받는 일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노동자가 존중받을 때 진정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IT 업계에서 노동자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혁신의 동력이다. 한두 사람의 천재성으론 창의적 혁신을 지속할 수 없다. 집단 지성만이 창의적 개인과 집단을 뒷받침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활발하고 열정적인 활동이 집단 지성 발현에 필수 조건이다. 이를 일하는 이들이 회사에 애정을 가져야만 한다. 사원들이 회사를 ‘내집단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효능감과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이들이 모일 때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사업체는 노동과 자본으로 구성된다. 즉, 노동조합은 어엿한 경영자의 파트너다. 노조 역시 회사 발전을 위해 힘쓴다. 다만, 노동의 입장에서 바라볼 뿐이다. 공동성명은 이에 주안점을 두고 회사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동성명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파트너로서 힘이 증가한다. 이에 현재는 조합원을 늘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타 기업의 노조 결성에도 적극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문제로 상담을 요청해온다. 궁극적으로 IT 업계 전반에 걸쳐 노동조합과 회사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일을 목표로 두고 있다.
 

Q. 주 52시간 근로제도로 촉발된 변화의 목소리는 IT 업계 환경 전반에 걸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IT 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IT 업계는 더 이상 인력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창의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 일-삶 균형의 보장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다. IT 업체들은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고려한 경영 방침을 세워야 한다.

IT 업계 종사자 혹은 IT 업계 지망생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노동조합을 봐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노조는 경영자의 파트너로, 업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노조에 동참하는 수가 많을수록 업무 환경은 개선되고, 효율 역시 증가할 것이라 본다. 여전히 IT 업계는 노조의 불모지다. 노조 수가 점차 늘고, 자본과 노동이 함께 회사를 이끌어갈 날을 소망한다.

 

 

*재량근로제: 근로 시간과 업무수행 방식을 근로자 재량에 맡기는 제도로, 노사가 서로 서면으로 합의해 정한 근로 시간을 실제 근로 시간으로 인정한다. 
**선택시간 근로제: 일정 기간을 단위로 사전에 합의한 총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근로자의 결정에 맡기기로 한 근로 시간제를 칭한다. 흔히 플렉스타임제(flex time)라고 일컫는다.
***SI(System Integrator) 업체: 개별 기업에 맞는 정보시스템의 기획에서부터 개발과 구축, 운영까지를 담당하는 정보통신업체.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사진 박수민 기자 
raviews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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