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아침 11시, 2018 정기 연고전(아래 연고전) 럭비경기가 잠실보조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연고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지금껏 럭비경기는 목동 주경기장에서 치러졌다. 당장 관람이 가능한 관중 수가 지난 2017년 대비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우리대학교 안팎에서 ‘럭비부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는 볼멘소리마저 터져 나온다.
 

보조경기장 대관, ‘연고전 사상 최초’


경기장 예약은 그 해 연고전 주관 대학이 맡는다. 올해 연고전을 주관하는 학교는 고려대다. 고려대는 당초 잠실주경기장 대관신청을 했다. 지금껏 축구와 럭비경기가 치러졌던 목동주경기장이 전국체전을 위해 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가 ‘경기장 잔디 보호’ 명목으로 대관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 A씨는 “럭비 경기로 인한 잔디훼손 우려가 크기 때문에 대관을 불허한다는 공문을 고려대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이후 고려대는 우리대학교 체육위원회와 협의를 거친 후 잠실보조경기장을 대관했다. 고려대 체육위원회 체육지원팀 송유현 주임은 “서울시가 훼손 잔디 교체 비용을 약 5억 원으로 잡았는데, 그 돈을 누가 부담하겠냐”며 경기장 변경 원인이 금전적 부담임을 시사했다.

대관부터 난항을 겪자, ‘올해 럭비경기 개최 자체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취재 결과 실제로 올해 럭비경기 개최 여부를 놓고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간의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의견차 때문에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우리대학교 체육위원회 신은성 체육지원팀장은 “양교 간 학생처 회의에서 4개 종목 경기 진행이 논의됐다고 안다”며 “고려대 측이 럭비경기를 무승부 처리하고, 다른 4개 종목만 진행하자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대학교로선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아니었다. 럭비는 지난 3년 연속으로 우리대학교가 승리를 거둔 효자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려대 체육위원회 체육지원부와 고려대 학생지원부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서 듣거나 언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선결정 후통보?
럭비선수들의 설움


결국 경기 장소는 잠실보조경기장으로 확정됐다. 예정대로 오는 6일 아침 11시에 경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잠실보조경기장을 대관하는 과정에서 양교가 보여준 모습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해 통보했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에 임하는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럭비부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신 팀장은 “당연히 럭비부 측이 불만을 표할 것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경기를 안 하는 방법 외에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럭비부 이건 선수(스포츠응용·17,S.H.)는 “지난 8월 말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온 후에 처음으로 해당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의 대관 불허 사유가 설득력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대학교 럭비부 김도현 감독은 “잔디 훼손을 이유로 럭비 경기 대관은 불허했지만, 축구 경기 대관은 허락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 B씨는 “축구는 잔디훼손이 적어 단기간에 복구가 가능하지만 럭비의 경우는 복구가 어렵고 잔디를 아예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다수라 불허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럭비전용경기장도 하루에 5~6경기씩 열흘간 치러야 잔디가 상한다”며 “럭비경기는 스크럼을 형성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태클과 패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서울시의 우려는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우리대학교 럭비부 감독 및 선수단은 잠실보조경기장 대관 결정을 두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럭비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번 일로 설움이 2~3배가 됐다”고 밝혔다. 소식을 뒤늦게 접한 럭비부 선수단 역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선수는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오랜 시간 동안 선수들이 준비한 경기를 많은 학우들 앞에서 보여주지 못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박준범 선수(체교·16,Flanker)는 “럭비선수로서 정기전 때만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러지 못하게 돼 아쉽다”며 “럭비만 찬밥 신세인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금껏 럭비경기가 열렸던 목동주경기장은 수용인원이 2만 석에 달한다. 반면, 잠실보조경기장은 약 2천 석 규모에 불과하다. 그중 우리대학교 학생 몫은 1천 석뿐이다. 연고전은 럭비선수들이 가장 고대하는 경기 중 하나다. 이때처럼 많은 학생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 럭비선수들이 깊은 실망감을 표하는 이유다. 럭비부 주장 전민규(체교·15,Lock)씨는 “연고전은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아주는 경기”라며 “아쉽긴 하지만 장소가 어디든 간에 열심히 경기에 임해 올해도 승리를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글 서민경 기자
bodo_zongwi@yonsei.ac.kr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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