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고독의 계절 가을. 덩달아 허해지는 속을 훈훈하게 채워줄 음식이 필요한 때다. 기자들은 직접 따끈따끈한 팬케이크가 맛있는 신촌과 연희동의 맛집 네 군데를 다녀왔다. 올 가을, 트렌드를 주도할 팬케이크 맛집을 찾고 있다면 기자들의 솔직한 평을 참고해보자.

비밀 시그니처 (리코타 치즈 팬케이크, 1만 4천 원)

팬케이크 가격이라고 하기엔 조금(?) 비싼 가격. 학생식당에서 밥을 3~4번은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비싼 값을 할 것이라는 마음과, SNS상에서 자자한 명성 때문에 기대가 컸던 가게다.

이곳의 메뉴판엔 약 15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사전에 경고받은 대로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팬케이크. 위에는 하얀 머랭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 외에도 블루베리, 사과, 리코타 치즈, 견과류, 메이플 시럽이 같이 나왔다.

한입 가득 입안에 넣어보니 머랭이 마치 눈처럼 입에서 녹았다. 먹기 전엔 너무 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적당한 달콤함과 머랭의 부드러움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팬케이크에 비해 머랭의 양은 턱없이 많았고, 기자들의 속은 점점 니글니글해졌다. 느끼해질 때를 대비해 함께 나온 과일들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사과는 퍼석퍼석했고 블루베리와 리코타 치즈에선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 리코타 치즈는 그나마도 양이 매우 적었다. 왜 메뉴 이름을 ‘리코타 치즈’ 팬케이크라 지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SNS에 자랑하기 딱 좋은, 예쁜 생김새가 조금 위안은 됐으나 맛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총평 : 기자들이 남긴 유일한 팬케이크. 맛이 비주얼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뜰리에안 (애플 시나몬 팬케이크, 8천 500원)

아뜰리에안에는 모두 다섯 종류의 팬케이크가 있다. 녹차, 초코, 딸기, 블루베리, 애플 시나몬이 그것이다. 기자들은 그중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애플 시나몬 팬케이크를 맛봤다. 3단으로 쌓인 팬케이크 위에 장미꽃 모양의 사과 조림이 장식돼 나왔다. 이름에 걸맞게 사과를 넉넉히 넣은 이 팬케이크. 같이 제공되는 메이플 시럽에도 사과 조림이 들어있었다. 아마 메이플 시럽과 시나몬, 사과를 함께 졸인 것 같다.

한입 먹자 바로 시나몬 향이 입안에 감돌았다. 처음엔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몇 입을 더 먹자 강한 향에 익숙해져 괜찮았다. 팬케이크에 뿌려진 슈가 파우더와 메이플 시럽, 사과 조림을 한 번에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과 새콤한 맛에 시나몬 향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춤을 췄다.

하지만 메이플 시럽을 한 번에 다 뿌린 게 화근이었을까. 팬케이크가 바닥을 보일 때쯤엔 너무 달아 텁텁함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아뜰리에안에서는 팬케이크 외에도 수십 종류의 차를 팔고 있다. 단맛 때문에 나는 텁텁함을 잡고 싶다면 담백한 차를 주문해 곁들이기를 추천한다.

총평 : 팬케이크계의 모범생. 맛있지만 특별하진 않다.

레인트리 (생과일 팬케이크, 1만 3천 원)

이대역 3번 출구에서 이화여대 정문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우측 골목에 레인트리라는 작은 여행 테마 카페가 있다.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 아래에 비치돼있는 여행 사진집을 꺼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집의 3가지 팬케이크 메뉴 중 생과일 팬케이크를 시켰다. 팬케이크 위에 올릴 아이스크림은 녹차와 바닐라, 두 가지 맛 중 선택이 가능하다. 기자들은 ‘기본 중의 기본’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이곳의 팬케이크는 유독 양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름처럼 풍성하게 올려진 생과일과 독보적인 크기가 먹기 전부터 기자를 만족시켰다. 익숙한 재료와 맛이지만 ‘실속 있는’ 팬케이크랄까?

먼저 뜨거운 팬케이크에 살짝 녹은 아이스크림을 묻혀서 먹어봤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때문에 시린 이를 뜨거운 팬케이크가 녹여주며 잘 어우러졌다. 새콤한 생과일은 시럽으로 덮인 팬케이크의 단맛을 중화시켜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담소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해치워버린 팬케이크. 집에서 종종 해먹던 팬케이크의 맛이 그립다면 이곳을 한번 들러보길.

총평 : 무난한 재료와 비주얼, 예상했던 맛 그대로의 팬케이크

뱅센느(플레인 팬케이크 + 블루베리, 1만 2천 원)

연희동에 위치한 대표적인 팬케이크 맛집, 뱅센느. 9천 원짜리 플레인 팬케이크에 블루베리나 누텔라 바나나 토핑을 추가해서 먹을 수 있는 가게다. 기자들은 블루베리를 선택해 먹어봤다.

우선, 다른 가게의 팬케이크 두 개를 겹친 정도의 두께가 인상적이었다. 레인트리의 팬케이크가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다면, 뱅센느의 팬케이크는 압도적인 두께를 선보였다. 팬케이크 위에 가득 뿌려진 통통한 블루베리도 기자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한 마디로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 없는 비주얼. 다만 설탕에 졸인 따뜻한 블루베리기 때문에, 차갑고 탱탱한 느낌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팬케이크를 조각 내 먹어봤더니 갓 만들어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식감 역시 굉장히 촉촉했다. 여기에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블루베리의 상큼함이 더해지니 금상첨화. 주문 후 메뉴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뜨거운 팬케이크에 담긴 정성을 보니 이해가 됐다. 블루베리 ‘덕후’라면 꼭 한 번 가보기를 권하는 가게.

총평 : 독보적인 두께에 촉촉함까지 놓치지 않은 팬케이크.

 

글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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