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으로 제작한 맞춤형 의료보조기, 최원석씨를 만나다

▶▶ 최원석(작업치료·석사4학기)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재활과 자세 교정 등을 위해 의료보조기를 이용한다. 일시적 사용일 경우엔 답답해도 참고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선천적·만성적 장애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3D 프린팅을 통해 투박하고 비실용적인 의료보조기를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최원석(작업치료·석사4학기)씨를 만나봤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A. 우리대학교 재활공학기술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3D 프린팅을 이용해 의료보조기를 제작한다. 작업치료학 전공자들은 보통 병원 등지로 취업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나는 병원에 실습을 나갔다가 괴리감을 느꼈다. 병원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환자들을 봤기 때문이다. 이후 재활공학 분야에 관심이 생겨 우리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Q. 작업치료학이란 어떤 학문인가.
A. 환자의 재활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물리치료학과 비슷하다. 다만 치료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 작업치료학은 생활 동작의 재활에 초점을 둔다. ‘물리치료는 사람을 걷도록 하고 작업치료는 사람을 춤추게 한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예컨대, 하지마비 환자가 보행 능력을 되찾는 것이 물리치료의 영역이라면 작업치료는 혼자 하의를 입도록 하는 분야다.

▶▶ 좌. 맞춤형 손목보호대, 우. 기성 손목보호대


Q. 3D 프린터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환자를 도울 방법을 찾던 도중 논문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접하게 됐다. 3D 프린팅 기술을 작업치료학에 접목하면 다양한 종류의 의료보조기를 소량 생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개개인의 신체적 특성이 다양한 장애인에게 맞춤형 의료보조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Q. 맞춤형 의료보조기를 제작하며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가.
A. 3D 프린터 사용을 위한 모델링 프로그램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작업치료학과에선 배우지 않는 내용이라 시간을 쪼개가며 유튜브로 독학했다.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취득한 3D 프린터·모델링 프로그램 관련 자격증만 6개다.

지금은 작업환경이 문제다. 현재 작업실에서 운용하고 있는 3D 프린터는 단 한 대뿐이다. 3D 프린팅을 통해 하나의 제품을 제작하려면 수차례의 출력이 필요한 만큼, 시간적인 제약이 크다. 맞춤형 의료보조기 의뢰는 많이 들어오는데 제작 속도에 한계가 있어 미안함이 크다.

Q.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
A. 일전의 팔근육 절단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지난 2월의 일이었는데, 의료보조기의 도움을 받아 재활치료만 꾸준히 진행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환자였다. 그런데 기성 의료보조기가 걸림돌이었다. 위생 문제가 첫 번째였다. 통기성이 부족해 땀 배출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무거운 데다가 마감처리가 미흡해 실용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3D 프린팅을 이용해 직접 그 환자에게 맞춤형 의료보조기를 제작해줬다. 더욱 가벼운 소재를 사용했고 통풍구 또한 기성품보다 많이 냈다. 환자는 실용적이어서 좋다며 크게 만족했다. 그 덕에 자신감을 얻어 더욱 열심히 임할 수 있었다.

Q. 우리나라의 의료보조기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A. 보건복지부의 지난 2017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수는 250만 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국산 의료보조기 업체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국내 장애인들은 대부분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의료보조기는 서구적 체형을 기준으로 제작돼 한국인과 잘 맞지 않는다.
몇 안 되는 국산 의료보조기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외국 것을 단순 모방한 유사품이다. 가격도 비싸다. 특수한 의료보조기들은 수요 자체가 워낙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Q. 최근에도 맞춤형 의료보조기 제작을 위해 진행한 사업이 있나.
A. 10월부터 강원도 원주시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장애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의료보조기 제작을 계획했다. 이번 계획의 자금은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모았다. 당시 목표했던 금액보다 절반 정도에 미치지 않은 상태로 마감돼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과 협력해 총 8명의 장애인에게 맞춤형 의료보조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Q.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들 한다. 나는 내가 배운 기술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에 크게 만족한다. 독자들도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 후 그를 실천으로 옮겨본다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 노지강 기자
zonzal@yonsei.ac.kr

사진 최능모 기자
phil4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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