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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담배 그리고 테킬라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속 테킬라 이야기
  • 김나영 기자, 박건 기자
  • 승인 2018.09.03 17:53
  • 호수 43
  • 댓글 1

술은 우리를 취하게 한다. 취한 우리는 겁이 없다.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 혹은 외면할 수도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마틴과 루디 또한 그랬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에서 각각 뇌종양과 골수암 말기를 진단받은 둘은 병실에서 서로를 처음 만난다. 우연히 그들의 수중에 들어온 테킬라 한 병. 두 사람은 거기에 곁들일 레몬과 소금을 찾아 온 병원 식당을 뒤지고, 그 자리에서 테킬라를 나눠 마시며 친구가 된다.

 

“우리는 지금 천국의 문 앞에서 술을 마시는 거야”

 

술을 마시며 루디는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고,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둘은 그 길로 차를 훔쳐 병원을 벗어난다.

바다로 향하는 여정에서 그들은 강도 짓을 일삼는다. 그 때문에 경찰에 포위되자 인질극을 꾸며내 빠져나온다. 훔친 차에 들어있던 돈은 전화번호부에서 마음에 드는 주소를 골라 부쳐버린다. 그들을 말 그대로 ‘막 나가도록’ 만들어준 것은 뇌종양과 골수암, 그리고 테킬라 한 병이었다.

테킬라는 용설란이라는 다육식물로 만드는 40도 정도의 멕시코 특산 증류주다. 우리나라에선 고급 양주로 쳐주지만 해외에선 취급이 박한 술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소주’ 같은 존재. 국내보다 가격도 싸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류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술 취한 이들이 벌인 수많은 사건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게 테킬라다.

그런 면에서 테킬라는 마틴과 루디, 그들이 처한 상황과 꽤 닮아있다. 투박하고 강렬하며 거친 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킬라를 마실 때는 마구잡이로 마시기보단 나름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영화 초반의 두 사람이 레몬과 소금을 찾아 헤맨 것처럼.

테킬라를 마시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이자 마틴과 루디를 병원 식당으로 이끈 방법이 바로 슈터(Shooter)다. 손등이나 팔목 등에 소금을 조금 묻혀 핥고 짭짤한 맛이 퍼질 때 테킬라를 원 샷. 그리고 바로 레몬이나 라임 조각을 입으로 빨아 테킬라의 잔향을 상쇄하는 것이다. 그 다음, 슈터만큼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슬래머(Slammer) 방식이 있다. 스트레이트 잔에 테킬라를 반 정도 따르고 탄산이 들어간 자몽 음료나 소다수로 나머지를 채운다. 그리고 종이 소재 잔 받침이나 냅킨으로 잔을 덮어 가볍게 내리치면 탄산이 위로 휘돌아 올라온다. 내용물이 휘감겨 섞이면 곧바로 마시는 것이 슬래머. 이 방식으로 테킬라를 마시면 청량감이 상당하다. 우리나라에서 토닉워터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이 외에도 개인별, 나라별로 테킬라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기자가 방문한 신촌의 바 ‘Magazine’에는 다양한 테킬라가 준비돼있었다. 비교적 저렴한 ‘호세쿠엘보’를 주문하자 소금과 커피 가루, 레몬이 함께 제공됐다. 우선 정통 슈터 방식으로 시작했다. 손등에 묻혀 핥은 소금 때문에 짭짤한 맛이 날 때 바로 샷을 털어 넣자 테킬라 특유의 향이 훅 풍겼다. 그때 레몬을 깨물었더니 입안이 개운해졌다. 소금 대신 커피 가루를 썼을 때는 짭짤함 대신 얕은 쓸쓸함이 혀에 남았다. 소금과 커피 가루는 테킬라의 맛을, 레몬은 테킬라의 향을 상쇄해줬다. 다음으론 테킬라를 사과 주스와 곁들여 마셔봤다. 일본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라고 한다. 주스의 달콤함과 상큼함이 테킬라의 잔향을 레몬보다 훨씬 깔끔하게 지우고 혀끝에 단맛만 남겼다. 테킬라의 향이나 씁쓸한 맛이 부담스럽다면 사과 주스와 함께 마시길 추천한다.

 

테킬라는 숙성 정도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우선 자연 발효와 증류 이후에 어떤 작업도 더해지지 않은 테킬라 블랑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에 등장한 바로 그 테킬라다. 투명한 빛의 테킬라 블랑코는 드라이하고 강렬한 맛이 특징이다. 마틴과 루디라는 캐릭터를 잘 담아낸 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용설란의 향이 가장 많이 배어있으면서도 깔끔해 칵테일을 만들 때도 자주 활용된다. 여기에 식용색소를 첨가해 색과 맛을 낸 것이 골드 테킬라다. 저렴한 가격과 달짝지근한 끝 맛 덕분에 수출되는 테킬라 중 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사실상 숙성된 테킬라를 흉내 낸 ‘하위호환’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테킬라 레포사도. 60일~1년 동안 커다란 참나무통에서 테킬라 블랑코를 숙성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맛이 옅고 부드러우며 마시고 난 뒤 입안에 참나무 향이 감돈다. 멕시코 현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종류라고. 마지막으로 용량 600L 이하의 정부 공인 나무통에서 테킬라 블랑코를 1년 이상 숙성한 테킬라 아녜호가 있다. 색이 매우 짙고, 그만큼 향과 맛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 당연히 가장 고급 테킬라로 분류되며 가격도 제일 비싸다.

 

마틴과 루디는 다사다난한 여정 끝에 바다에 도착한다. 한 손엔 담배, 다른 손엔 테킬라, 그리고 그들 앞에는 바다가 있다. 파도가 거칠게 부서지고 하늘은 어둑어둑하다. 그제야 외면해왔던 죽음의 두려움이 그들을 덮친다. 마틴이 부르자 루디는 먼저 말을 꺼낸다.

 

“내가 먼저 얘기할게. 두려울 것 하나 없어”

 

루디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바다 앞에서 결국 마틴은 세상을 떠난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일탈을 즐긴 그들은 테킬라를 닮았다. 강렬한 테킬라 향은 곧 레몬을 깨물어 사라지기에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마틴과 루디의 삶 역시 그랬다. 그들이 함께한 여정의 시작과 끝에는 테킬라가 녹아있었다.

글 김나영 기자
steaming_0@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김나영 기자, 박건 기자  steaming_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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