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성 교수 (우리대학교 공과대)

스마트 시티에 대한 정의는 국제적으로 200여 개가 존재한다. 이를 축약하면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도시경쟁력 및 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 기술을 담을 그릇으로 도시를 이해하고, 현재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행복한 삶과 지속 가능한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스마트시티 정책을 국가적인 과제로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추진 전략에는 국가 시범도시 조성을 포함하여 도시재생과의 연계, 민간의 활력 증진 방안 등 다양한 전략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유비쿼터스 도시”를 표방하며 새로 개발하는 택지 등에 적용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2009년 관련 법령도 제정하는 등 세계적인 스마트시티 분야를 선도해왔다. 인천 송도, 화성 동탄 등 신규 개발지와 서울, 부산, 대전 등 기존 도시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전략은 도시 성장 단계별로 차이가 있는데 신규개발, 도시운영과 노후 및 쇠퇴지역으로 나눠 접근한다. 첫째, 신규개발의 경우는 국가 시범도시를 조성하고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혁신도시 등을 스마트시티 화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국가 시범도시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의 시험대로 도시문제 해결과 삶의 질을 제고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험하는 공간으로 계획돼 있다.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세종특별자치시의 5-1 생활권과 부산의 에코델타시티 두 곳이 시범도시 후보지로 선정됐다. 둘째, 도시운영단계에 있는 도시의 스마트화를 통해 지자체로 확산하는 전략은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국가전략 R&D 실증 사업과 테마형 특화단지 사업 등을 통해 추진한다. 셋째, 노후·쇠퇴단계에 있는 도시에 대해서는 스마트도시형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며 각 지구에 약 2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2017년에는 인천 부평, 조치원, 부산 사하, 포항, 남양주 등 5곳이 시범지구로 선정됐으며, 올해에도 5곳 정도를 스마트도시형 도시재생 사업으로 선정하여 지원할 계획이다. 도시재생 사업에서는 특히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등 주민이 주체가 돼 민간기업과 지역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제안하는 방식이며, 노후화돼 인구와 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지역에서 저비용-고효율의 서비스 제공을 지향한다. 현재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데,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의 발굴이 추진된다.
정부는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개선과 혁신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인력양성 사업과 꾸준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및 공공 인프라에 대해 정부가 선투자하는 등의 과제를 수행한다. 자율주행차, 드론 등 미래 신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규제를 정비해야만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도 개정돼야 한다. 규제 개선을 통해 신산업이 태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혁신 생태계가 시범도시 등에 조성돼 국가의 예산 지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할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규제 샌드박스와 국공유지 특례 등 특례 규정을 ‘혁신성장진흥지구’ 지정을 통해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7월 16일 발표된 국가시범 도시의 기본구상(안)에서는 공유 자동차의 활용이나 복합용도개발, 블록체인 방식의 개인정보 제공 등과 같은 그동안 실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개념들이 포함돼 있다. 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과 구현에 걸림돌이 됐던 규제를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실험의 장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기존도시에서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시민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시범도시에서 실험을 해보고, 검증된 기술을 기존 도시에 적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제시된 정책들은 시민, 기업들과 소통을 통해 변경, 진화시켜 나갈 것들이다. 도시에는 하나의 해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마다 또 도시마다 역사, 문화, 산업 등에 따라 차별화된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만들어져 있는 도시에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도시를 선택하여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볼 때가 됐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며, 도시는 미래의 기술들이 구현되는 하나의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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