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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미친 남자, 월드컵을 중계하기까지스포츠 아나운서 이광용을 만나다
  • 박건 기자, 윤채원 기자, 최능모 기자, 하광민 기자
  • 승인 2018.09.02 22:17
  • 호수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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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 스포츠를 사랑한 남자가 있다. 연고전 때마다 응원 소리를 피해 경기에만 몰입하던 학생은 어느덧 월드컵 중계석에 앉아있다. 그 자리의 주인공은 KBS 스포츠 아나운서 이광용 동문(사회·94)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명료한 해설을 선보이는 이씨를 만나봤다.


스포츠를 사랑한 소년,
마이크를 잡다

 

정기 연고전. 매년 가을에 열리는 5종목의 운동경기는 양교 학생들의 자존심 싸움을 부추긴다. 20여 년 전 파란 물결의 일부였던 그에게 연고전은 재밌는 ‘운동경기’였다. 많은 학생들은 응원과 함께 연고전을 즐기곤 한다. 그러나 이씨는 경기에만 집중하고자 일부러 응원단과 따로 떨어져 경기를 관람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지켜봤던 종목은 축구였다. 송종국(체교·98)과 김용대(체교·98)가 주축이 된 우리대학교 축구팀은 이씨를 경기장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그런 이씨의 스포츠 사랑은 초등학생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는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이후 프로축구, 씨름, 배구 리그가 차례로 생겨났다. 이씨는 TV를 켤 때마다 스포츠 채널을 틀었고, 스포츠는 그의 인생에서 점점 지분을 넓혀나갔다. 비록 스포츠 관련 학과에 진학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졸업을 준비하던 그가 스포츠 관련 직종을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이씨는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매료됐다. 그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해보기로 했다”며 당시의 각오를 전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이씨는 지난 2002년 1월에 MBC 스포츠 플러스 공채에 합격했다. 연말에는 ‘KBS 공채 합격’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아나운서 이광용의 캐비닛:
『옐로우카드』와 러시아 월드컵

 

아나운서로 일하던 어느 날, 뉴미디어 부서의 동기가 이씨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작가나 예산 없이 주제 선정부터 패널 섭외까지 ’원맨쇼‘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 순간은 훗날 이씨를 대표할 『이광용의 옐로우카드』(아래 『옐로우카드』)의 시발점이 됐다. 스포츠 토크 프로그램 『옐로우카드』는 여러 클럽과 선수를 분석할 뿐 아니라 리그 자체의 문제까지 주제로 다뤘다. 『옐로우카드』의 특징은 기존 방송에서 듣기 힘들었던, 경기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분석을 다룬다는 점이다. 이씨는 그 배경에 축구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씨가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한 당시는 K리그*의 전례 없는 침체기였다. 이씨는 “원년부터 K리그를 지켜봤던 축구팬으로서 대책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비록 K리그가 반등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원맨쇼'는 분명 의미 있는 시도였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성원에 힘입어 『옐로우카드』는 지난 2008년에 처음 전파를 탄 뒤로 8년간 방영됐다. 사람들에게 ‘이광용’이라는 이름을 알린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이씨는 “프로그램의 파급력에 힘입어 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며 “그 8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이씨는 또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중계방송의 메인 캐스터가 된 것이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축제인 만큼, 많은 방송사가 월드컵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백방으로 힘썼다. 이씨가 몸담은 KBS는 지상파 3사 중 중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10여년 가까이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내공을 쌓아온 이씨의 해설 역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비결을 묻자 이씨는 “세 음절로 말하자면 이·영·표”라고 답했다. 그는 “타사가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영표 해설위원은 축구의 전문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며 이영표 위원에게 공을 돌렸다.

아나운서 이광용에게 이번 월드컵 중계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큰 히트 프로그램 없이 아나운서 생활을 해왔다”며 “때문에 이번 월드컵은 더욱 진한 인상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전을 ‘인생 경기’로 꼽기도 했다. 1000여 명의 ‘붉은 악마’가 훨씬 많은 독일 관중들을 압도하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 때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항상 더 좋은 해설을 위해 고심을 거듭한다. 마이크를 잡은 지 15년이 다 돼가는 지금, 이씨 역시 이런 고민으로부터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중계방송을 ‘영원히 100점 맞을 수 없는 과목’에 비유했다. 이씨는 “매번 완벽한 방송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오직 스포츠에만 집중한 결과 월드컵 메인 캐스터라는 자리에 다다랐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마음을 더욱 다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도중, 이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배경 사진을 내밀었다. 화면 속 사진에는 독일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신의 ‘인생 경기’ 사진을 자랑하는 그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걸을 수 있는 동안은 계속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활약하고 싶다는 이씨,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K리그 : K리그(K League)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프로 축구 리그(Korea Professional Football League)로서, 대한민국 축구 리그 시스템의 최상위에 위치한 프로 리그인 K리그1과 K리그2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글 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최능모 기자
phil413@yonsei.ac.kr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박건 기자, 윤채원 기자, 최능모 기자, 하광민 기자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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