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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낙태죄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 백지윤(행정·18)
  • 승인 2018.06.04 01:28
  • 호수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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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윤
(행정·18)

최근 낙태죄 합헌 위헌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 269조는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낙태죄 규정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지난 5월 23일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여성가족부는 이 의견서에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낙태 건수를 줄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법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낙태죄 폐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5월 24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낙태 급증을 막기 위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여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에게 자기 몸과 삶에 대한 통제권을 주지 않겠다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낙태죄는 국가권력에 의한 여성 시민권의 박탈이자 평등권 침해라는 주장을 일축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태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국가가 태아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나 아직 출생하지 않은 태아는 기본권 주체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 건강권,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7월 29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임신중절을 한 여성들에게 부과되는 처벌 조항을 삭제할 목적으로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임신중절과 관련된 법, 특히 형법을 검토하고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관리를 위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지난 3월 9일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문에서 재차 ‘임신중절 비범죄화’를 요구했다.

2017년 9월 30일에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 달 만에 23만 5천372명이 참여하기에 이르렀고, 2017년 11월 26일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둘 다 우리 사회가 지켜가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문제를 논의하려면 임신중절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고, 원인은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2010년 정부 조사 자료를 언급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추정 낙태 건수는 연간 16만 9천여 건이지만 합법적인 임신중절 시술 건수는 1만 8천여 건으로 6%에 불과하고, 불법 임신중절로 인한 기소 건수는 연간 10여 건에 그친다고 했다. 조국 수석은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국가가 29개국으로 전체의 80%에 이른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2년 결정에서 기본권으로서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모자보건법에서 낙태죄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침해성을 충족해 낙태죄는 합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그러나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면, 태아의 생명을 선별해 침해 할 수 있다는 모자보건법은 그 자체로 위헌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결정은 논리 모순되어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1973년 만든 모자보건법은 남성 중심 국가주의 상황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 실효성과 적합성을 재고해야 한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 임신 12주 이내에 임신부 동의하에 실시하는 임신중절술은 처벌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와 스웨덴도 임신 초기 본인이 요청한 임신중절은 가능하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시술 전 3~8일간의 숙려기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물론 낙태가 위헌이 되거나 가볍게 제재한다면 낙태가 만연할 수 있고,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할 수 있다. 하지만 감각적 욕망과 무책임으로 인한 생명경시 풍조를 막을 방안을 마련하고 사랑의 관계와 책임성을 중시한다면,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모두를 존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법적 제재보다 인간의 자율적 결정권을 향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따라서 낙태죄는 위헌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수많은 여성이 원치 않은 임신과 범죄로 취급되는 낙태로 인해 현재까지도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임신중절의 부분 합법화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대안으로는 모자보건법을 고쳐 임신 주수별로 위법 적용 여부를 달리하거나, 인정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백지윤(행정·18)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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