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10cm’의 권정열을 만나다

현실적이면서도 익살스러운 가사, 귀를 간지럽히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온 밴드 ‘10cm’. 한때는 그 목소리가 우리대학교 교정에 울려 퍼졌다. 우리신문사는 ‘10cm’의 보컬 권정열(36)씨를 만났다.

 

학력 : 연세대 교육학과 중퇴

 

Q. 대학 생활은 어떻게 보냈나.

A. 공부는 많이 안 했던 것 같다. 대신 동아리 활동을 재밌게 했다. 반 단위 농구동아리와 노래패 ‘노래사위’를 같이 했다.
 

Q. ‘노래사위’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나.

A.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노래사위는 민중가요를 하는 동아리였다. 생애 첫 자작곡도 동아리에서 썼는데 그 노래도 민중가요였다.
 

Q. 혹시 첫 자작곡의 가사가 기억나는가.

A. 그때 대학가의 구호는 ‘No War’, 즉 ‘반전(反戰)’이었다. 그래서 내 노래 가사도 아마 ‘피땀’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아, ‘피땀’이 아니라 ‘포탄’이다.
 

Q. 가수라는 꿈이 확고해진 계기가 있는가.

A. 원래 어릴 때부터 꿈은 가수였다. 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내 꿈을 말한 적이 없었다. 부모님께도 음악은 취미로 하는 것이고, 전공을 살려서 진로를 택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대학생 때다.
 

Q. 그래서 대학교 중퇴를 결정하게 됐는가.

A. 내가 직접 학과장을 찾아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면 멋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활동 때문에 바빠서 수업을 못 갔다. 그리고 그 탓에 학사경고를 3번 받아 제적당했다. 그래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사실 고졸인데….’
 

Q. 제적을 당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A. 당시 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크게 뭐라고 하시진 않았다. 다만 내가 졸업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셨기 때문에 많이 아쉬워하셨다. 혹시 지금도 재입학이 가능한가? (웃음)

 

10cm’는 될성부른 떡잎이다

 

Q.‘10cm’ 결성 초기에는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A. 집 근처에 있던 창천 공원에서 주로 곡을 썼다. 첫 히트곡인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도 그곳에서 만들어졌다. 작곡한 노래는 버스킹이나 작은 클럽에서 불렀다. 이때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Q.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A.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고, 팬도 점점 늘어났다. 처음으로 인기를 실감한 건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가 발매되고 나서다. 길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고, 거리에서 내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자의식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Q. 자의식이 강했던 만큼 숨기고 싶은 ‘흑역사’도 하나쯤 있을 것 같은데.

A. 영국 밴드 ‘오아시스’를 좋아했다. 그들의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활동 초기에 그들의 말투와 행동을 비슷하게 흉내 낸 적이 있다. 가령 ‘'10cm'는 처음부터 잘될 수밖에 없는 그룹이었고, 내가 모든 것을 설계했다’와 같은 이야기 말이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을 보면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Q.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A. 지금은 좋게 말하면 겸손해졌고, 나쁘게 말하면 자존감이 조금 떨어졌다. 그래도 남들보단 자의식이 강할 것이다. 원래 자기 분수를 모르는 스타일이어서. (웃음)

 

포장지를 벗긴 솔직한 노래

 

Q. 음악을 만들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가.

A. 전에 비슷한 질문을 받고 ‘좋아하는 이성을 만날 때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영감을 얻는다’고 답한 적이 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답변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라는 고민을 가장 많이 해온 것 같다. 거창한 소재보다는 일상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을 노래로 만들었다.
 

Q. 사랑이라는 주제를 독창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많은 것 같다.

A. 가사를 독창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쓰려고 한다. 지금은 현실적인 가사를 쓰는 가수들이 많아졌지만, '10cm' 활동 초기까지만 해도 사랑 노래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비현실적이고 멋있었다. 그런데 나는 주변에서 그렇게 멋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내 연애도 멋있는 연애와는 거리가 멀었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노래 속 주인공들은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았고, 불쌍하기까지 하다. 아마 내가 불쌍한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웃음)
 

Q. 혹시 본인에게 영향을 준 가수가 있는가.

A. 윤종신 선배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 나와 감성도 비슷하고, 그분의 가사만 봐도 그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노래 속 주인공이 불쌍하다는 점이 나와 비슷하다.
 

Q. 마침 윤종신씨도 우리대학교 동문이다.

A. 그럼 학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웃음)
 

Q. 본인의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

A. 정규 4집의 「Help」라는 곡이다. 내가 부르면서 심취하게 되는 곡들에 애정을 쏟게 된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노래를 할 때 가장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대개는 가사 속 주인공이 지나치게 불쌍한 노래들이다. 이상하게 그런 노래를 부르면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느끼곤 한다.

 

팬들과 10cm 더 가까이

 

Q. 자신에 대한 사랑을 실감할 때는 언제인가.

A. 공연에서 ‘떼창’을 하는 팬들을 볼 때 느낀다. ‘10cm’ 노래 중 팬들과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 많다. 그래서 어떤 때는 팬들에게 계속 마이크를 넘기기도 한다.
 

Q. 객석에서 팬들이 ‘10cm’를 응원하는 방법도 있나.

A. 이건 말하기 부끄러운데, 최근 점차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쓰담쓰담」이라는 노래 중 이런 부분이 있다. 내가 ‘쓰담쓰담 해볼까요’라고 노래하면, 팬들이 ‘해주세요’라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겐 정말 감사하지만, 아직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Q. 앞으로 어떤 창구를 통해 팬들을 만나고 싶은가.

A. 방송보다는 음반과 무대를 통해 인사드리고 싶다. 아직 촬영 현장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 출연은 여전히 내게 어렵고 힘든 일이다.
 

Q. ‘10cm’가 어떤 가수로 남길 바라는가.

A. 일단 내 이야기를 사람들이 듣고 싶게 만들고 싶다. 아직 내 노래는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노래 속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가수로 남고 싶다.

 

권씨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신을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망설임 없이 “나는 치명적인 가수”라고 답했다. 분명히 다른 노래 속 주인공들처럼 멋지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들이 ‘10cm’를 사랑하는 건 엉뚱한 듯 솔직한 그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일상을 노래하는 뮤지션’ 권씨의 목소리를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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