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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술, 음악이 어우러지는 ‘더 빠‘유쾌한 당신과 어울리는 독특한 술집
  • 이가을 기자, 천건호 기자
  • 승인 2018.06.04 00:27
  • 호수 42
  • 댓글 0

흔한 듯 흔하지 않은 가게를 찾고 있다면, 가게에 정을 붙여 단골이 되고 싶다면 주목해볼 만한 가게가 있다. 이곳은 사람과 술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오래된 ‘빠’다. 어딘지 모르게 친근한 사장님과 그 날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는 곳,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더 빠’의 김성민 사장을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소개 부탁한다.

2005년에 오픈해 13년째 영업 중인 ‘더 빠’이다. 원래 나는 헤나 디자이너였다. 그러다 장사가 잘 안되는 겨울철에 아르바이트 삼아 이 바의 매니저로 일하기 시작했다. 매니저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가게도 점점 자리를 잡아 갔다. 가게를 운영한 지 3년쯤 됐을 때 장사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가게를 인수했다. 그 때부터 가게를 바꿔나가 지금의 ‘더 빠’가 됐다.

Q. 가게 이름이 ‘더 바’가 아니라 ‘더 빠’다.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A. 내가 매니저로 왔을 때 가게 이름은 ‘The Bar’였다. 하지만 Bar의 ‘R’을 한국 사람이 발음하기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서 그런지 센 발음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입에 더 잘 붙는 ‘더 빠’라고 발음하곤 했고, 그게 아예 가게 이름으로 굳어졌다.

Q. 매년 개업일을 맞아 가게 생일 파티를 연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A. 초기에는 손님이 없어서 관심을 끌기 위해 이런저런 기획을 많이 했다. 그중에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게 가게 생일파티다. 매년 10월에 진행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를 달구기 위헤 ‘빨리 먹기 대회’ 같은 가벼운 프로그램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다 같이 술을 마시고 춤추며 논다. 그렇게 노는 것을 일명 ‘접신’이라고 한다. 특별히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가게 개업일을 맞아 다 같이 노는 게 목적인 파티다.

Q. 가게에서 전시회가 열린다고 들었다.

A. 평소 전시회장이나 갤러리의 흰 벽, 그리고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그림을 숭고하게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한밤중에 술 마시고 놀면서 보는 그림은, 갤러리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를 것 같았다. 그래서 전시회를 열었다. 일반적인 갤러리와는 달리 우리 가게에서는 그림을 만져볼 수도 있고 술 마시면서 관람할 수도 있다. 한마디고 관람객과 그림이 친해질 수 있는 전시다. 작품은 주로 큰 갤러리를 대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것을 전시한다. 물론 전시회를 어두운 곳에서 하다 보면 색감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술과 음악이 있는 상황에서 작품이 관람객에게 주는 색다른 감상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Q.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술이 많다.

A. 특별한 술이라고 하면, 점촌 IPA가 있다. 한때는 서울 내에 판매처가 대여섯 군데밖에 없었던 수제 맥주다. 한창 수제 맥주가 뜨고 있을 때 여러 군데에서 수제 맥주를 맛봤는데 점촌 IPA가 가장 괜찮아 가게에 들여놨다. 침실의 여왕, 달봉이도 특별한 술들이다. 우선 침실의 여왕은 우리나라 칵테일 대회에서 수상한 칵테일인데 맛있어서 들여놨다. 달봉이는 기존 칵테일 레시피를 내 입맛에 맞게 변형해 만든 칵테일이다. 달봉이라는 이름은 손님들한테 공모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달’달함의 최고‘봉’이라고 해서 달봉이다.

Q. 다른 곳에 없는 독특한 안주가 있다. 직접 개발 한건가?

A. 집에서 만들어 먹어 보고 맛있는 것들을 메뉴에 추가한다. 아쉬운 것은 가게에 제대로 된 주방이 없다는 것이다. 미니 오븐과 인덕션 하나가 전부라 아주 간단한 것들만 메뉴로 추가된다. 대표적인 예가 ‘에센뽀득샤워’다. 데친 소시지인데, 집에서 한번 먹어보고 맛있어서 내놨다. 양배추랑 같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양배추가 어울리냐고 물어보던 손님들도 나중에는 양배추만 추가해서 먹는다.

Q. 추천메뉴는?

아이맥스(IPA와 맥스)와 아이구엘(IPA와 산미구엘). 에일의 향과 라거의 청량함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보통 에일은 향은 좋은데 도수가 높고 라거는 청량감은 있지만 향이 약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둘을 섞음으로써 각각의 단점을 보완한 메뉴다. 안주로는 얼린 포도를 추천한다. 씨 없는 포도를 얼린 건데, 아이스크림같이 시원하고 달콤하다.

Q. 가게를 오래 영업했다. 가게를 영업하며 느낀 가장 큰 보람은?

A. 더 빠 단골들 중에 (나름) 유명해진 사람이 많다. 10년 전만 해도 ‘뭐해 먹고 살지’라며 신세 한탄 하던 사람들이었는데. 맥주가 힘이 됐는지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게 됐다(웃음). 유명해진 후에도 종종 가게를 찾아오더라. 그들의 무명시절을 함께 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곳이 지금까지도 그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Q. 본인에게 신촌이란?

A. 나는 신촌에서 학교를 나왔다. 고향은 부산이지만 신촌에서 더 오래 살았다. 스무 살에 대학을 온 뒤로 이곳에서 20년을 넘게 살았으니, 신촌이 또 다른 고향인 셈이다.

Q. 앞으로 어떤 가게가 되고 싶은지?

A. 술, 음악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는 가게가 더 빠의 지향점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런 가게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없다.

글 이가을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이가을 기자, 천건호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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