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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로 만든 좋은 음식. 제 뱃속에 ‘양보’하세요연희동의 브런치 카페 ‘양보’를 다녀오다
  • 김나영 기자, 박건 기자
  • 승인 2018.06.04 00:21
  • 호수 42
  • 댓글 0

연세대 북문 방향으로 난 한산한 길을 쭉 걷다 보면 주택가 사이에 숨은 가게가 하나 나온다. 간판 구석에 투박한 글씨체로 ‘yangbo’라고 쓰여 있는 게 꾸밈없는 멋이 있다. 몇 안 되는 테이블 사이로 서툴게 서빙을 돕는 아이들이 있는 곳. 얼굴이 그려진 돈가스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특별한 메뉴가 있는 곳. ‘양보’의 연수희 사장님을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 소개 부탁한다.

A. 연희로 28길에서 양보를 6개월째 운영 중인 연수희다. 8살, 5살짜리 남매의 엄마이기도 하다. 양보는 오전에는 브런치를 파는 카페, 낮에는 식사가 가능한 식당, 저녁에는 술과 간단한 안주가 있는 동네 사랑방이다.

 

Q. 가게를 차리게 된 계기는?

A. 원래는 마케팅과 푸드 스타일링 관련 일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먼 미래에 돈을 모아서 식당을 차리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그러다 큰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계획보다 일찍 가게를 차리게 됐다. 내 커리어도 쌓으면서 아이들도 돌볼 방법이 요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맞춰 1층을 식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집을 구해 차린 가게가 ‘양보’다.

 

Q. 얼굴이 그려진 돈가스가 대표 메뉴다. 어떻게 탄생한 메뉴인가?

A. 처음엔 평범한 돈가스를 팔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애호박이랑 당근이 조금 남아 돈가스 위에 올렸더니 꼭 사람 얼굴 같았다. 마침 그날 어린 손님이 와서 처음으로 내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게 이어져 대표 메뉴가 됐다. 지금은 그때그때 다른 재료로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며칠 전에는 돌나물로 눈썹을 표현했고 그 전에는 깍지콩, 팬지꽃 등 계절 식재료를 얼굴에 넣었다.

돈가스에 얼굴을 그려내는 것은 내게도 중요한 단계다.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다 보면 기계적으로 되곤 하는데 얼굴을 만들 때마다 정신이 확 든다. 얼굴을 대충 만들면 티가 바로 나니 정성을 들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릇 테두리까지도 한 번 더 닦는다.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다잡게 된다.

 

Q. 메뉴가 매일 조금씩 바뀌기도 하던데?

A. 우리 가게는 계절을 나누는 곳이다. 시댁에서 유기농으로 제철 채소를 기른다. 손님들에게 이를 맛있게 요리해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계절에 따라, 또 그날그날 들어온 신선한 식재료에 따라 메뉴를 조금씩 바꾼다. 시댁에서 쑥을 많이 캐온 다음 날이면 쑥국이, 누가 완도에서 전복을 보내주면 전복 돌솥밥이 메뉴가 된다.

 

Q. 꽃차도 꽤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A. 카페 손님 중 절반은 꽃차 손님이다. 한 번 접한 손님은 그 맛과 약효에 꾸준히 꽃차를 찾는다. 심신이 정화되고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어 지금도 꾸준히 차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꽃차는 자연의 섭리가 담겨있어 더 흥미로운 음료다. 목련차가 비염에 좋은데, 하필 비염이 심해지는 봄철에 목련이 핀다. 마치 자연이 우리를 돕는 것처럼 느껴진다.

 

Q. 브레이크 타임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어려움은 없나?

A. 사실 일 하다 보면 숨 돌릴 시간이 생긴다. 주 고객층이 동네 사람들이다 보니 우리 가게는 자연스럽게 이 동네 사람들의 일과에 따라 운영된다. 3시부터 6시까지는 거의 손님이 없어 그동안은 연락처를 가게 문에 붙여놓고 2층에서 살림을 한다. 처음에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 걱정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손님들이 아이를 키우는 내 입장을 알고 배려해주더라. 감사할 따름이다.

 

Q. 손님들끼리도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A. 나 스스로가 공생하는 삶을 추구해 아이는 물론이고 반려동물까지 출입을 허용한다. 그러다 보니 나의 가치관과 어느 정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손님들이 방문하시게 됐다. 일반적인 통념보다 사람들은 훨씬 예의가 있고 성숙하다. 반려견을 데리고 오려는 분들은 일부러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 방문하려 하시고, 아이들이 큰 소음을 내면 부모님들이 알아서 잘 타일러주신다. 이렇게 서로 양보하며 편안해지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분위기다.

 

Q. 앞으로 어떤 가게를 만들어나가고 싶은가?

A.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양보를 찾는 분들의 필요나 편의를 최우선에 둘 생각이다. 연희동의 특성이 잘 반영된, 연희동에 사는 손님들이 흡족해하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

 

Q. ‘양보’에게 연희동이란?

A. 아이들의 유년과 나의 양보가 시작된 곳.

 

사장님 한마디

“이 기사를 읽고 오신 연대생 분들에게 6월 한 달 동안 10% 할인해 드리려고 합니다. 많이 방문해주세요^^”

 

글 김나영 기자
steaming_0@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김나영 기자, 박건 기자  steaming_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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