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스포츠아나운서 최희를 만나다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시작과 끝, 안녕하세요. 아이 러브 베이스볼 최희입니다.’ 시즌 11을 향해 달려가는 중인 대한민국 대표 야구 해설 프로그램 『아이 러브 베이스볼』. 이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야구 해설 프로그램이라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자 스포츠아나운서는 최희다. 곧 입사 10년 차가 되는 그녀는 어떤 학생이었을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번 학기 「연세춘추」가 네 번째로 만난 사람. 스포츠아나운서 최희 동문(아동가족·05)다.

 

평범했던 소녀,
아나운서를 꿈꾸다

 

‘그저 조용하고 평범했던 학생’. 최씨는 우리대학교 재학 시절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녀는 눈에 띄거나 특별한 학생은 아니었다. 생과대 댄스 동아리 ‘헥스’에 들어간 것도 친구를 따라서였다. 대동제 때는 길거리나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공연도 했고 연습실을 빌려서 친구들과 밤샘 연습도 했다. 연고전 때도 경기보다 친구들과의 응원에 정신이 팔려있던 그녀는 우리와 똑같은 학생이었다.

무릇 20대가 그렇듯 최씨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했다. 취업 준비를 할 시기가 되자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대기업뿐이었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른 채 명망 있는 기업에 차례로 원서를 넣었다. 주위에서 다들 걷는 길이었다. 최씨는 “고등학교 땐 그저 남들이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한다기에 입시 공부를 했고, 대학교 땐 주위에서 토익 성적을 따야 한다고 해서 토익 공부를 했다”며 “남들을 따라 기업에 원서를 넣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가 기업에서 방송으로 눈을 돌린 계기는 학과에서 진행한 방송국 현장실습이었다. 최씨는 『긴급출동 SOS24』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취재를 맡아 몰래카메라를 들고 담당 PD를 따라다니기를 한 달.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엔 충분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아나운서가 되기로 덜컥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아나운서는 ‘예쁘고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자신은 그런 모습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아나운서를 꿈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녀는 “주위에 아나운서 되고 싶다고 말하면 비웃음거리가 될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남들은 대학교 2~3학년 때부터 시작한다는 아나운서 준비에 그녀가 졸업 직전까지도 선뜻 못 뛰어든 이유였다. 최씨는 “그러나 누가 뭐래도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었기에 남들보다 늦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아나운서 최희가 되기까지

 

수많은 스포츠아나운서 지망생들이 롤모델로 꼽는 그녀지만, 최씨가 지망생이던 시절만 해도 스포츠아나운서는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직업이었다. 더구나 여자 스포츠아나운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올해로 9년 차 스포츠아나운서인 그녀는 사실상 업계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셈이다.

최씨는 스포츠아나운서가 된 것을 인생의 행운 중 하나로 꼽는다. 그녀는 우연히 본 KBS N의 스포츠아나운서 모집공고를 통해 해당 분야를 처음 접했다. 막연히 아나운서를 꿈꾸던 최씨는 왠지 모르게 그곳에 눈길이 갔다고 전했다.

뉴스, 다큐, 교양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일반 아나운서와 달리 한 가지 종목의 전문가가 되는 스포츠아나운서가 잘 맞는다는 최씨. 스포츠아나운서의 매력에 관해 묻자 그녀는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며 “경기가 예상과 다르게 전개돼 대본이 안 나올 때도 있고 내 생각대로 전해야 할 때도 많다”고 대답했다.

매일 생방송을 하기에 변수가 많다는 것도 스포츠아나운서의 묘미다. 그녀는 “한 번은 생방송 중에 웃음보가 터져서 멈추지 못했는데, 그 영상이 지금도 인터넷에 ‘황당한 방송사고 영상’으로 돌아다니더라”며 기억에 남는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에는 스스로 자질이 없는 게 아닌가 괴로워했지만 지금은 즐거운 추억이 됐다는 것이다.

 

스포츠아나운서의 끝없는 도전

 

원하는 바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최희는 방송은 물론이거니와 못다 한 학업에 대한 열정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최씨는 하고 싶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최씨는 “라디오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운 좋게 『이윤석, 최희의 좋은 주말』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씨는 우리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사회학 석사과정도 밟고 있다. 그녀는 “스포츠 미디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부를 더 하면 일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진학 동기를 설명했다. 나아가 최씨는 이 분야를 제대로 공부한 뒤 자신이 일하며 느끼고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최씨는 대학생들에게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꼭 도전하라”고 당부했다. 과거엔 그녀도 타인의 시선에 얽매였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이라며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씨는 “당장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알려지지 않은 직업도 많은 만큼 길은 열려있다”고 조언했다.

 

최씨도 대학생 때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두려운 순간이 많았다고 한다. 그녀는 대학생들에게 “요즘은 어려운 취업과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더 심할 것 같다”며 “구체적 조언보다도 ‘힘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특별한 수식어보다 ‘여자 스포츠아나운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 ‘스포츠아나운서의 시작과 끝’, 최희의 꿈을 응원한다.

 

글 김가영 기자
jane1889@yonsei.ac.kr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