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0주년 맞은 로스쿨, 발전과 퇴보의 기로에 서다

올해는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아래 로스쿨)이 출범한 지 꼭 10년째다. 로스쿨의 등장은 법조인 배출 패러다임이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배출’로 변경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열 번째 생일을 맞은 로스쿨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로스쿨과 대한변호사협회(아래 변협)의 갈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격률 공개로 시작된 갈등이 로스쿨 제도 개편논의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공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지난 4월 22일 법무부가 공개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합격률은 로스쿨별로 상이했지만 대체로 지방에 위치한 로스쿨에서 낮게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대학교를 비롯한 수도권 로스쿨 등은 졸업자 수 대비 70% 이상의 합격률을 기록한 반면 지방 소재 로스쿨의 대부분은 합격률이 50% 미만에 불과했다. 이처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합격률 격차가 두드러지자 변협은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들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향후 로스쿨 정원과 입결 등이 걸린 예민한 사안이다. 이미 로스쿨 대부분이 입학생·졸업생·누적 합격률 등 자교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재공개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불만은 순위가 낮은 로스쿨로 갈수록 더 커진다. 지방 로스쿨 사이에서 ‘대놓고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만 확인한 꼴에 불과하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몇몇 로스쿨은 이번 합격률 공개를 두고 ‘신(新) 로스쿨 서열화’라고 강경히 비판하기도 한다. 전북대 로스쿨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에서 ‘하위권 로스쿨생’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며 “로스쿨 때리기가 연일 이어지는 요즘, 특히 ‘하위권 로스쿨 폐지론’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ㄱ씨 역시 “매년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해당사자의 합의 없이 합격률을 공개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변호사시험을 안정화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로스쿨 개편하자?
 

▶▶우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전경이다.

합격률 공개를 두고 시작된 논란은 로스쿨 제도를 개편하는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로는 ▲법조계 트랙 관리 주체의 이원화 ▲변호사시험 난이도 상승으로 인한 합격률 저하 등이 지적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길 주문하고 있다.

우선 현재 로스쿨 정원과 변호사시험 합격정원은 ‘법조계 인력이 시장 규모에 적합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로스쿨 입학 정원 결정권은 교육부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법무부가 관할한다*. 법조인 양성 시스템의 담당 주체가 이원화된 셈이다. 이를 두고 변협 소속 이율 변호사는 “로스쿨이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부가 합격정원을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법무부 중심으로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미국처럼 변호사단체가 주관하는 방향**또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아지는 현상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유독 낮은 데에는 합격정원이 입학정원의 최대 75%로 고정된 탓이 크다. 매년 선발되는 인원은 입학정원 2천 명의 75%인 1천500명으로 고정돼있다. 하지만 N수생이 많은 변호사시험 특성상 응시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40%대까지 추락한 올해 합격률을 두고 법조계에선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우리대학교 신현윤(법학전문대학원·경제법) 교수는 지난 10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로스쿨 제도를 비판했다. 신 교수는 ‘로스쿨의 취지는 충실한 교육과정 이수를 통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데 있다’며 ‘하지만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9%까지 하락하는 등 변호사시험 자체가 탈락을 위한 시험으로 변질·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다른 국가자격시험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의사·치과의사·약사 등의 국가자격시험 합격률은 90%이상이다.

심지어는 사법고시의 전철을 로스쿨이 그대로 밟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두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관계자 A씨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제1회 때 87%에서 올해(제7회) 49%로 급락해 사실상 두 명 중 한 명만 합격하는 셈”이라며 “이를 두고 응시생 수의 증가 때문이라고만 설명하는 현 교육당국의 설명은 모순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변호사시험은 기본적으로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 75%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애당초 로스쿨 설립취지였던 ‘특성화·국제화’는 공허한 외침이 된지 오래다. 로스쿨 내 교육 현장은 특성화·국제화 대신 ‘변호사시험 올인(All-In)’ 풍조가 자리 잡았고,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로스쿨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두고 이 변호사는 “기본적인 법학사 과정도 이수하지 않은 사람에게 3년 동안 실무 교육을 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한 문제”라며 “실무 능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특성화에 매달리니 지금의 로스쿨 제도가 삐걱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법고시가 폐지된 지금, 로스쿨은 유일한 법조인력 교육 기관이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로스쿨을 향한 법조계의 관심과 교육 당국의 행정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로스쿨 입학정원은 2천 명이지만 이중 75%만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변호사 시험은 현재 총 6회 실시됐으며 합격률은 최대 75.2%에서 최소 49.3%이다.

**미국의 경우, 로스쿨 대부분이 ‘미국변호사협회(ABA)’의 인증을 받고 있다. ABA가 미인증한 로스쿨의 경우 사법시험 응시기회가 제한되는 등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법조계 조직이다.

 

 

글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이찬주 기자
zzanjoo@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자료사진 법무부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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