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만둘 이유가 있다

조용인 (노문·16)

올해 5월 대한민국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공문을 보내, 축제기간동안 주세법 및 식품위생법을 준수할 것을 요청했다. 다시 말해, 대동제 기간 동안 술을 판매하는 부스를 운영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이번 공문의 내용이다. 교육부는 실질적인 감독을 학교 학생부의 재량에 맡겼으며, 주류판매 금지 외에 다른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이런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학교 전체는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축제 준비가 한창인 와중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이번 교육부의 방침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다시 말하자면 여러 해 동안 이어져 왔던 관행을 하루아침에 과연 바꿀 수 있을지를 의문스러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으나, 교육부의 방침이 마냥 실효성이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대동제 내부의 주막 운영은 예전부터 대동제 시기마다 이슈가 됐다. 당장 우리대학교만 하더라도 지난 2009년 원주캠 내부에서 주점 운영 찬반에 관한 간담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대부분 건전하지 않은 음주 문화에 대한 비판이었으나, 교육부의 방침에 가장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대동제 주막은 주로 학과나 학생회나 동아리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주막을 운영하며 같은 학과 학생들과의 결속을 다지고 추억을 쌓자는 좋은 취지지만, 많은 참여 학생들에게 부담이 가는 면도 있다. 그에 비해 얻어가는 점은 추상적이거나 실제 소득이 투자에 비해 적다보니,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필요 인원보다 참여인원이 적어지는 일 또한 적지 않은데, 때문에 자연히 참여 인원의 업무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해마다 ‘보람차지만 힘들었다’는 식의 반응을 종종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주점의 운영비용이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가격대비 양을 줄이거나 적자를 감안하고 많은 양을 주는 경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 당연히 주막을 찾는 손님들이 적어질 것을 감안해야 하는 한편, 후자의 경우 열이면 열 적자가 나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든 단체는 언제나 주막을 운영할 때 적자가 날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대동제 주막 운영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무거워지는 상황에서 이번 교육부의 방침은 주막 운영을 거부할 좋은 명분을 마련해줬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관행이 이러한 손실에 대한 불만을 억눌러 왔던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굳이 불법을 감행하면서까지 주막을 운영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다음에 언급한 단체 재정에 관련하여, 적자를 감수하고 싶지 않은 단체의 지도부에서도 주점 운영을 재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관행을 무시할 수 있는 적절한 명분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이어온 관행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으며 한동안 몰래 술을 파는 주점도 존재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한 웹 사이트에서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술을 판매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고, 어느 학교에서는 벌금을 모든 단위체가 낼 각오를 하고 주점을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나 정부 방침이 학교 내 주류 취급을 불법화 하겠다는 바인 관계로, 이전처럼 주류를 싸게 구입하기 힘들 뿐더러 운영 과정에서 있을 리스크는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닐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비용을 감당할 만한 단체 내부 동기가 있어야 할 것인데, 앞서 말한 결속다짐, 추억 만들기 등의 동기들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얻을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런 교육부의 제제는 비록 과정상에서 미흡하고 섣부른 측면이 있었을지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학 내부에서는 해마다 음주에 관련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며, 대학 운영회 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도, 음주만이 아닌 다양한 행사가 곁들어진 대학 생활들을 희망하여 자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분위기이기에, 교육부의 방침에 동조하는 의견을 상당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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