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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습’은 더 이상 ‘싫습니다’'현장실습생 실습비 논란', 헛방망이질에 열중인 교육부 탓?
  • 정준기 기자
  • 승인 2018.05.12 22:41
  • 호수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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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참으면 호구 된다’는 유명 코미디언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세 번 이상 참아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현장실습 대학생’이다. 계속 참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해본다.

 

 

언제나 그렇듯
피해는 학생이

 

현장실습이란 ‘학교’와 ‘현장실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산학협력 교육과정을 뜻한다. 이는 학생이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 보고 실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실제로 지난 2016년 4년제 대학 222곳과 전문대학 139곳에서만 각각 179곳(77.9%), 132곳(95.0%)이 현장실습 제도를 운용 중이다. 실습 참여 인원도 15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교육부가 내세운 적극적인 산학협력 정책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된다. 우리대학교도 현장실습 제도를 시행 중이다. 특히 원주캠은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단’(아래 LINC+ 사업단)을 유치해 지역 의료기기 및 바이오, 예술 산업 분야 등과 산학협력체계를 구축했다. LINC+ 사업단 유치 이후 정규직 비율이 86%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현행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로 인한 폐단이 존재한다. 학생들이 받아야할 실습비보다 적게 받는 ‘열정 페이’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실습비를 받지 못하는 ‘무급 페이’ 사례도 존재한다. 일례로 지난 2016년 전체 현장실습생 중 실습비를 수령한 학생은 전체의 58.8%에 불과했다. 15만 명 중 6만 명이 돈 한 푼 받지 못한 셈이다. 이는 우리대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16년 우리대학교 신촌캠에서는 123명이 현장실습을 이수했고 이 중 14명(11.4%)만이 실습비를 수령했다. 원주캠 또한 442명 중 59명(14.0%)만이 실습비를 지급받았다. 청소년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청년유니온’ 김병철 서울지역위원장은 “산학협력 현장실습은 시간당 평균 1천684원에 불과한 임금으로 노동착취를 하는 곳”이라며 “이미 교육적 기능을 상실한 채 상시적 단순노무를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교육부의 방관이 대학생들을 더욱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심모씨(22)는 “실습 과정이 졸업요건으로 정해져 있어 무조건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과정에서 최저시급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받으며 실습을 진행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열정 페이’ 논란을 두고 교육부는 실습비 지급을 기업들에게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최승복 취창업교육지원과장은 “(현장실습 대학생 제도의) 목적 자체가 교육을 통한 실무 능력 강화이기 때문에 실습비를 노동에 대한 보수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실습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대학과 기업이 실습비를 조율하는 형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과장은 “현장실습 제도가 가진 단점은 동의한다”며 “대학에도 참여율 높이기에 열중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습이 필요한 대학
실습이 불편한 기업

 

현장에선 ‘열정페이’, ‘무급페이’가 만연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모으는 대학·기업·교육부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이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에 대해 산학 협력 중단 등의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 수에 따라 재정 지원을 결정하는 기형적 구조 탓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총 3천270억 원을 투자하는 ‘LINC+ 사업’의 경우, ‘현장실습 참여율*’을 주요 평가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현장실습생 비율에 따라 최소 15%부터 많게는 20%까지 차등으로 대학에 점수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실습생 처우 개선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박한 대학들에게 뒷전일 수밖에 없다. 현행 현장실습 제도가 당초 목적인 ‘교육’이 아닌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이유다. 우리대학교 원주LINC+사업단 노성철 교수(보과대·환경)는 “현장실습 대학생 수는 정부의 재정 지원에 있어 매우 중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라며 “해당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이를 무조건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로서도 가장 신경 쓰고 있는 항목”이라고 전했다.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않는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현장실습 대학생은 기업들에게 마냥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학생 신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장실습 대학생이 일정 수준의 업무 능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실습 기간이 평균 4~8주에 불과해 일에 능숙해졌다 싶으면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기업들로서는 새로운 현장실습 대학생을 재교육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현장실습 대학생에게 ‘실습비’ 명목으로 적잖은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경기도 내 한 중소기업 ㄱ대표는 “실습 기간이 4주인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이 일에 익숙해지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된다”며 “기업으로서는 차라리 한 달 단기 계약직을 뽑는 게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책상’과
실제 ‘현장’의 괴리

 

대학 교육 전문가들은 현장실습생 제도가 대학·기업의 책임보다도 교육부의 정책적 실패라고 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이는 교육부가 평가 지표에 현장실습생 숫자만을 반영하는 행태와 ‘학생 실무능력 향상’을 외치는 모습이 모순적이라는 비판이다. 이는 ‘책상’과 ‘현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교육부가 깨닫지 못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상황에도 교육부는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눈치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실습이 당초 도입 취지인 ‘교육’ 목적에 맞게 운영되면 열정 페이 문제 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며 원론적인 얘기를 반복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현장실습 제도 개선 계획」(아래 개선 계획)은 교육정책이 실제 현장을 반영하지 못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개선 계획은 ‘실습비를 대학과 산업체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장실습생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겠다면서 엉뚱하게도 기업이 현장실습생에게 실습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마련해 준 셈이다. 또 기존 운영규정은 실습지원비의 범위를 ‘숙식비·교통비·실습 수행비·교육 장려금 등 금전으로 제공되는 지원금’이라고 규정했지만 이 조항을 삭제해버렸다. 이와 함께 기업이 실습시간을 연장하는 경우 별도의 실습비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이를 두고 교육부는 “기업이 학생에게 실습 지원비를 반드시 지급하도록 확인했다”면서 “실습비 세부 사항을 대학과 기업이 협의하도록 한 이유는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선 ‘현장실습 대학생에 대한 부당노동 가능’을 법적으로 보장한 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대학교육연구소 ㄴ연구원은 “기업과 대학에게 현장실습생 처우를 맡겨버린 꼴이 됐다”며 “당장 평가 지표 충족이 시급한 대학이 기업들에게 실습환경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ㄴ연구원은 “이를 기업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교육 당국이 실제 현장을 전혀 파악하지 못 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실습비 지급 문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산학협력의 주체인 '교육부-대학-기업' 중 교육부만 빠져나가는 현 모양새가 바람직하진 않아 보인다. 교육부에게 보다 더 강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장실습 이수 학생 비율은 ‘사회맞춤형 학과 중점형’과 ‘산학협력 고도화형’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각각 4점(총 20점), 15점(총 100점)이 배정돼 있다. 우리대학교는 ‘산학협력 고도화형’으로 선정된 상태다.

 

 

글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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