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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창조적 파괴를 하는 '미술 인문'으로 국격 높이기
  • 우리대학교 경영대 연강흠 교수
  • 승인 2018.05.12 17:01
  • 호수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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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교수
(우리대학교 경영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게 한 경제적 성공으로 우리 사회도 문화가 차이를 결정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아 한류로 표현되는 대중문화는 국민 자긍심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한편, 대중 매체에 익숙해져 우리의 사고와 취향이 획일화되는 몰개성화(deindividuation)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개인이 예술 문화와 관련된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 각자 개성적인 취향을 발견하고 꾸준히 계발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취향계발이 국가의 문화 진보로 연결돼 경제력에 걸맞은 문화력을 키우고 국격을 올릴 것이다.

미술은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속성이 있다. 근현대미술사는 미술(fine arts)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를 통해 창조적으로 파괴함으로써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정립해 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술은 그림으로 대표되는 회화는 물론 조각, 건축, 공예, 설치물, 사진, 만화, 벽화, 미디어, 영화, 행위 자체 등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다른 예술 및 문화 분야와 상호 연계되면서 진화해 왔다. 이제는 미술이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미적 표현이라는 고유 영역을 넘어 촉각이나 청각 그리고 아름답지 않은 느낌까지 끌어안고 있다.

17세기의 바로코, 18세기의 로코코, 19세기의 고전주의, 낭만주의, 신고전주의, 자연주의와 사실주의는 인상주의(impressionism)로 파괴되고 혁신했다. 사진의 발명과 함께 사실 묘사에서 벗어나 평면이라는 그림 고유의 독자성을 찾게 되는 등 형식 개발로 양식을 변천시키면서 20세기 들어 현대미술(modern arts)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감정을 건드리는 데 관심을 쏟기 시작한다.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 감정을 색채로만 담아내는 야수파(fauvism), 형체만으로 담아내는 큐비즘(cubism)은 기존가치를 파괴하는 다다이즘(dadaism), 미래주의(futurism), 파리파(Ecole de Paris) 그리고 초현실주의(surrealism)로 이어지고 주관적 순수구상을 표시하는 추상미술(abstract art)은 디자인을 통해 번창했다.

20세기 중반에는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의 등장으로 아방가르드 미술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졌다. 1960년대 이후 뉴욕은 추상표현주의가 퇴조하며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인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 시대를 열어 팝아트(pop art)와 미니멀리즘(minimalism) 그리고 개념미술(conceptual art)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개념미술은 기성품을 새롭게 해석하는 아이디어로 다양한 장르를 복합적으로 수용해 새로운 형식의 미술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

뉴욕의 미술시장은 갤러리, 경매회사, 미술관과 작가를 축으로 아트딜러와 비평가가 모이며 세계 최대시장의 입지를 굳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미술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2017년에는 637억 달러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미국과 함께 중국과 영국의 3대 시장이 83%를 차지했으며 딜러 매출은 53%이고 경매 매출이 47%였다. 최근 미술시장은 아트 페어(art fair)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대형화된 메이저 갤러리들이 전 세계 거점도시에 직접 진출해 과점체제가 구축되는 양상이다. 동시에 서구의 메이저 갤러리가 관리하는 서구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던 국내 갤러리의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그리고 미술관과 작가도 극소수에 집중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베이징, 홍콩, 상하이를 바탕으로 물량과 속도 면에서 막강해진 것도 특이사항이다. 국제적 수준과 관점에서 전시와 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아트 마켓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미술의 성장이 동북아 미술을 선도해 일본의 현대미술과 한국의 단색화 인기를 높이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 작가들에 밀려 국내 당대 작가가 주류시장에 진출할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그나마 뉴 미디어의 등장으로 실력 있는 작가를 세계 미술시장에 노출시킬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다.

국내 당대의 작가 스스로 단일화되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는 동시대적 작품을 고민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국내 갤러리들은 해외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에서 유망 국내 작가를 발굴해 세계시장에 선보이는 역할로 선회해야 한다. 개인과 콜렉터도 국내 당대 작가를 주목하고 성원하기 위해 취향을 발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대학교 미래교육원이 문화경영 리더를 위한 미술인문 최고위 과정 ‘취향의 발견’을 개설한 것도 창조적 파괴로 혁신해 나가는 미술을 통해 국격 제고에 동참함으로써 연세 문화예술의 혼을 이어나가기 위함이다.

우리대학교 경영대 연강흠 교수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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