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계도시상 수상에 기여한 신촌 연세로

지난 3월 서울시가 도쿄, 함부르크 등 세계 유명 도시를 제치고 ‘2018년 리콴유 세계도시상’(아래 세계도시상) 수상 도시로 선정됐다. 이때 신촌 연세로는 서울시의 수상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The Y』가 신촌 연세로의 혁혁한 공을 알아봤다.

서울시의 세계도시상 수상
그 비밀은 신촌 연세로에


슬럼화, 환경오염, 도심 공동화 등이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되는 오늘날의 도시들. 이 속에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세계도시상.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 도시의 모범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2010년부터 2년 단위로 시상하고 있는 세계도시상은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이전 수상 도시에 스페인 빌바오, 미국 뉴욕 등 유수의 도시가 있는 걸 보면, 이번 수상은 서울시도 이에 견주는 도시가 됐음을 보여주는 셈.

올해 서울시는 ▲보행재생(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시민참여(2030 서울플랜) ▲역사문화재생(청계천 복원) ▲산업재생(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등에서 도시재생의 성과를 인정받아 수상 도시로 선정됐다. 세계도시상 사무국 관계자는 도시 선정 사유에 대해 “서울시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계획의 틀을 마련했다”며 “도심 공동화와 침체한 상권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시민참여를 통해 서울을 변혁시킨 점”을 꼽았다. 이때 ‘신촌의 줄기’라고도 볼 수 있는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서울을 대표하는 ‘보행재생’ 사례로 높이 평가받았다.

 

완전히 달라진 연세로,
활기찬 젊음의 공간으로

 

지난 2014년 이전까지 연세로는 각종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좁은 인도에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수많은 생활도로*, 만성적인 교통체증, 불법 노점상들까지. 보행자들은 늘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됐을 뿐더러 거리의 혼잡함은 감출 수 없었다. 이런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대문구청은 ▲걷기 편한 거리 조성 ▲대중교통과 보행자 우선 도로 조성 ▲문화 공간의 조성을 통한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도입했다. 

이 사업으로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에 이르는 연세로(550m)와 명물거리(450m)의 구간 보행로가 대대적으로 넓어졌다. 또한, 보행에 지장을 주는 요소를 제거해 기존 연세로의 도로 폭을 최대 8m까지 늘였다. 대중교통 전용지구의 운영과 더불어 보행자들의 보행권을 위해 연세로는 ‘Zone 30*’과 ‘보행전용지구*’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교통약자의 이동을 고려해 보도와 차도를 같은 높이로 조성하고 연세로 상 모든 정류소에 ‘버스 도착 안내 단말기’를 설치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도 고려했다. 문화 공간의 조성을 위해 연세로에서는 각종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명물 거리 사거리에 ‘오아시스(Oasis) 0.5’라는 콘셉트로 광장과 쉼터를 조성해 보행자가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차 없는 거리’의 시행 이후 결과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연 약 250회 정도(2015년 기준) 문화 행사가 증가하면서 지난 2017년 11월 조사결과 시민들의 보행량이 한 시간 당 789명 증가했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일 평균 11.4% 늘어났다. 이로 인해 통행 속도가 일 평균 4.6배 증가하며 교통 혼잡은 물론 그 일대의 교통사고 발생 수 또한 전년 대비 46%(25건) 줄어들었다. 또한, 신촌 일대의 상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약 5억 4천700만 원이 증가해 전년 대비 5%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중교통 전용지구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 역시 변경 전 대비 60%p 상승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김대권씨는 “주말에 버스킹이나 각종 행사가 다양하게 열려 신촌 상권이나 분위기에 많은 도움이 되는 같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에 차까지 다녔다면 복잡하고 불편했을 것”이라고 차 없는 거리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차 없는 거리 요일 확대,
더 나은 신촌 연세로 기대!

 

살기 좋은 도시로 서울시가 선정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신촌의 연세로는 현재 ‘차 없는 거리’를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 28일 차 없는 거리 확대 안건이 통과돼 5월 4일부터는 차 없는 거리가 금요일 낮 2시부터 일요일 밤 10시까지 확대됐다. 기존에 시행됐던 차 없는 거리는 문화 행사로 인해 교통통제 시간이 불규칙하게 시행되곤 했다. 이로 인해 방문객의 불편과 혼란이 가중됐다. 또한, 각종 안내물과 홍보물을 제작하게 되면서 불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소모됐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신촌에 거주 중인 임수연씨는 “당시 신촌에서 행사가 있어 금요일이었는데 교통을 통제한 적이 있었다”며 “미리 상황을 안내받지 못해 버스를 타러 멀리까지 갔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때문에 거리 상황도 매우 혼잡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2017년 6월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 없는 거리의 평일 운영과 연세로 550m 구간을 보행 중심의 공원으로 재구조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 구청장은 이어 ‘지속적인 문화 행사를 통해 신촌을 대학문화의 상징이자 거점지역으로 재정비해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차 없는 거리의 확대에 대해 일부 상인들은 차 없는 거리 시행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차들이 신촌에 들어오지 못해 상권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상인 400여 명은 서대문구청에 반대 서명을 전달했다. 서대문구의회 또한 “상인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보행 전용지구를 지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촌의 차 없는 거리는 이미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리콴유 세계도시 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세계의 보행재생 우수사례로 떠올랐다. 이번 차 없는 거리의 확대로 서대문구청이 의도하는 ▲방문객에 대한 편리성 증진 ▲보행자들의 보행권 확보 ▲각종 행사와 축제의 다양화 ▲상권 활성화 ▲젊음과 활기가 넘치는 대학 문화 공간 조성을 통해 신촌의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본다.

 

*대중교통 전용지구: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구급차 같은 긴급차량과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보행자, 자전거 등만이 통행이 가능한 지구를 말한다. 
*생활도로: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도로로, 좁은 도로 폭 때문에 자동차와 보행자가 뒤엉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5천392명 중 3천93명이 생활도로에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Zone 30: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버스를 포함한 모든 차량이 30km/h 이하로 통행해야 하는 구역. 
*보행전용지구: 매주 토요일 낮 2시부터 다음날인 일요일 밤 10시까지는 대중교통을 포함한 모든 차량이 전면 통제되고 오직 보행자들만 출입할 수 있다.

 

글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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