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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좀 지나갑시다!연세대 서문, 신촌, 이대 자취촌의 좁은 골목
  • 김가영 기자, 윤현지 기자, 김나영 기자
  • 승인 2018.04.02 00:25
  • 호수 40
  • 댓글 0

8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접수 직후 재빠르게 소방차에 탑승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신고 장소로 이동한다.

8시 5분, 원칙대로라면 골든타임제에 따라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를 위해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런데, 좁디좁은 골목길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다. 소방차가 현장에 진입할 수 없어 화재현장과 가장 가까운 장소에 차를 정차한 뒤 대원들만 내려 빠르게 이동한다. 

8시 10분, 현장에 도착한 다음에는 화재진압팀, 인명구조팀, 응급처치 세 팀으로 나눠 활동한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화재진압 팀의 경우 차량에서 장비를 끌어오기 마땅하지 않아 비상소화함의 호스를 찾아 사용한다. 차량에 연결된 호스에 비교해 수압은 약하지만 별 수 없다.

실제 소방대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지난 2017년 12월 29일, 불법 주정차로 인해 소방 차량의 진입이 막혀 골든타임을 뺏긴 제천시 화재사건은 결국 29명의 사망자를 만들어났다. 이후 소방차량 통행을 막는 불법 주정차 문제는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그렇다면 신촌·연희동 지역은 화재에서 안전할까. 『The Y』에서 직접 알아봤다.

 

화재 진압에 취약한
우리들의 신촌동 자취촌

 

대학생 자취촌과 화재 안전 사이의 관계는 긴밀하다. 좁은 지역에 많은 가구를  수용하려다보니 건물 사이의 간격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물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면 차량이 통행하는 골목 역시 좁아지게 된다. 좁은 골목은 화재 사건 발생 시 소방차량의 통행에 취약하다. 소방차 통행을 위한 최소 도로 폭 3.5m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인구에 비해 주차공간이 부족하자, 주민들은 좁은 골목에 불법주정차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생 자취촌은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화재 진압에 더욱 취약해진다. 

신촌·연희동 지역의 골목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대학들이 모여 있는 신촌의 연희동·창천동에는 원룸과 고시텔이 즐비하다.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에 집계된 가구수는 2015년 기준 1만 1천268가구에 달한다. 실제 거주민 수 자체가 많고, 대다수가 원룸과 고시텔 등에 거주한다는 것이다.

 

3.5m, 화재와 인재 사이의 거리

 

서대문 소방서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신촌동, 연희동, 창천동에 접수된 화재 건수는 총 72건이었다. 그 가운데 창천동은 41건의 화재사고가 접수돼 서대문구 전 지역 중 가장 높은 화재 발생 횟수를 기록했다.

화재 위험에 놓여있다는 신촌·연희동 지역은 어떨지 기자들이 직접 연세대 서문 근처(연희동)와 신촌·이화여대(창천동) 자취촌의 골목 폭을 재봤다. 아래 표는 해당 도로 중 가장 좁은 골목의 폭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조사 결과,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연세대 서문 근처 연희동의 경우 골목 14곳 중 8곳이 3.5m 미만이었으며, 창천동의 경우 명물길을 제외한 모든 길이 3.5m 미만이었다. 도로 너비는 좁게는 1.9m부터 가장 넓게는 3.5m까지 다양했으나, 상황은 모두 유사했다. 유일하게 3.5m를 충족한 연세로 2다길 역시 구청에서 제공한 주차공간을 제외하면 도로 폭은 2.5m에 그쳤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 정현수(22)씨는 “골목이 워낙 비좁고 주변이 주거단지로 둘러싸여 불이 나면 쉽게 번질 것 같은데 소방차까지 진입할 수 없다니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연세대 서문 근처 연희로10길 골목에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오토바이가 겨우 지나가는 모습이다.

 

좁은 골목길 속 동상이몽

 

화재에 취약한 모습이 여과 없이 노출되자 서대문구청은 ▲불법 주정차 단속 ▲좁은 골목길 내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제거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서대문구청에서는 관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매일 24시간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의 불법 주정차 단속 결과 연세로 388건, 연희로 70건, 이대 주변 160여 건이 단속됐다. 불법 주정차 단속에 걸리면 승용차 기준으로 4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감면의 대상이다. 서대문구청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의해 과태료가 감면돼 실제로 부과되는 과태료는 3만 2천 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단속이 능사인 것도 아니다. 잦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불법주차 차량을 목격할 수 있다. 창천동 자취생 김민정(24)씨는 “집 앞에 항상 불법주차 차량이 있어 24시간 단속이 진행되고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구청의 단속만으로는 불법주차 문제의 해결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과 더불어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제거 역시 함께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2017년 12월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 제천 화재 참사 이후, 서대문구청은 지난 2월 골목 너비를 재고 도로 폭을 줄이는 거주자 우선 주차대 관련 전수조사를 했다. 도로의 너비가 2.5m 미만인 곳에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었다. 전수조사 결과 서대문구의 골목 전체에서 총 4천400여 개의 거주자 우선 주차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대문구청은 그 중 도로 폭이 2.5m가 되지 않게 하는 주된 원인인 9개의 거주자 우선 주차대를 제거해 통행 도로를 넓히기로 했다. 서대문구청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거주자 우선 주차대는 교통행정과 소관으로 오는 4~5월에는 제거할 것”이라고 구청의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차장법에 따르면, 폭이 6m가 넘는 도로에만 거주자 우선 주차대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인 셈이다.   

결국 서대문구청이 제시한 해결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서대문 소방서 측에서 말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최소 도로 폭 3.5m와 달리, 서대문구청에서는 이를 2.5m로 기준을 잡고 있었다. 서로 긴밀히 협력해야 할 두 기관의 이러한 기준 차이는 1m라는 간격을 두고 좁혀지지 않아 화재 안전 문제의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결 위해 만들어진 ‘골든타임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대형 화재사고 발생에 지난 2월 28일 국회에서는 소방기본법 개정안, 이른바 ‘골든타임법’이 통과됐다. 해당 개정안에서 주목할 부분은 불법 주정차 차량의 이동에 관한 부분이다.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이동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보유 주차단속용 견인 차량이 재난 현장에 직접 투입된다. 민간 견인 업체에 의뢰할 시엔 지자체가 그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서대문구청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구청에는 견인차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며 “소방서에서 제때 협조요청이 온다면 충분히 소방 환경 개선에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고 ‘골든타임법’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 실효성에 있어 모두가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협조요청을 보내자마자 견인 차량이 현장에 바로 도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서대문소방서 박성규 소방대원은 “출동 중에 지자체에 연락하고 골든타임 내에 견인차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최소한 그 법으로 인해 불법주정차의 소방 방해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깨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골든타임법’이 주축을 맡은 지자체와 소방서가 법안이 개정되기 전부터 엇갈린 시선을 가진 것이다.

 

‘골든타임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결국엔 소통의 문제다. 지자체와 소방서뿐 아니라 불법 주차에 대한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개정안도 무용지물이다. 화재문제는 안전과 직결된 만큼 하루빨리 지자체와 소방서, 시민들의 거리가 좁혀지기를 바란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18조(자진납부자에 대한 과태료 감경) 행정청은 당사자가 제16조에 따른 의견 제출 기한 이내에 과태료를 자진하여 납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과태료를 감경할 수 있다. 

*골든타임법: 2017년 12월 22일에 발의된 소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가칭.

글 김가영 기자
jane1889@yonsei.ac.kr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김나영 기자
steaming_0@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김가영 기자, 윤현지 기자, 김나영 기자  jane188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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