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치는 SNS 허위·과장광고… 규제 장치는 미비

김슬기(가명)씨는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구독하지도 않은 페이지의 광고를 접했다. ‘입고 자기만 했는데 허벅지가 5cm 줄어드는 스타킹’부터 ‘열 달 만에 키 10cm 크는 약’까지 하나같이 혹하는 효능의 제품들이다. 그런데 계속 김씨를 자극하는 SNS 광고들은 과연 어디까지 진짜일까?

 

바이럴(viral) 마케팅으로
바이러스(virus)처럼 확산되는 광고

 

바이럴 마케팅은 온라인 상, 특히 SNS를 주요 광고 플랫폼으로 삼아 소비자들에게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새로운 마케팅 현상이다. 누리꾼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광고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단 광고가 SNS에 게재되면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댓글을 달거나 게시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확산된다. 바이럴 마케팅 시장 규모는 온라인 광고시장의 30%로, 지난 2017년 매출은 3조 9천747억 원에 육박했다.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 배경에는 타겟 수용자 특정과 전략적 광고 집행이 용이하다는 SNS의 특징이 있다. 계정 주인이 관심 을 갖고 있는 주제의 광고를 피드에 집행하니 자연히 마케팅이 유효할 가능성은 높다. SNS 마케팅 회사 관계자 A씨는 “모든 것은 맞춤형으로 진행된다”며 “각 광고주의 타겟을 분석해 SNS에 노출되는 방법·빈도 등을 다르게 정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A씨는 “SNS 플랫폼별로 프로그램을 돌려 최고의 수익을 낼 수 있게끔 광고 노출 방식을 정하기 때문에 성과가 좋다”며 “유사 마케팅 대행사 1위는 연매출이 600억이 넘는 정도”라고 전했다.
 
바이럴 마케팅은 확산성을 필두로 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바이럴 마케팅이 기존 마케팅에 비해 갖는 가장 큰 강점은 동조효과를 불러일으켜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광고가 지인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전달된 광고에 동조하는 글이나 댓글도 소비를 부추기는 데 한 몫을 한다. 고려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김원경 교수는 “이러한 경향은 암묵적인 사회적 압력에 대한 동조행동”이라며 “개인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소외되지 않으려는 동조심리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살까 말까,
저게 진짜일까?

▶▶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한 허위·과장광고는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이럴 마케팅의 확산성을 이용해 SNS 광고는 일상 속에 쉽게 침투한다. 그런데 이런 광고는 ▲내용이 과장됐을 가능성 ▲댓글 알바가 활동하기 쉽다는 점 ▲협찬을 통한 후기 조작이 쉽다는 점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 

적잖은 광고사들이 더 널리 광고를 퍼뜨리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단적인 예가 제품의 효과를 과장하는 것이다. 한 광고사는 다이어트 보조제 광고를 기획하며 두 명의 배우를 모집했다. 복용 전과 후의 모습을 담당할 배우를 따로 구한 것이다. 한 명은 ‘통통하고 말랑말랑한 뱃살을 정신없이 흔들’어야 하고 한 명은 ‘예쁜 몸매와 얼굴을 노출’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미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을 광고 배우로 구하는 게시물도 있었다. 다른 방식으로 10kg 이상 감량한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며 광고 대상인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었다고 홍보하는 수법이었다. 블로그에 허위·과장 광고성 게시물을 게재한 성형외과들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병원들이 ‘성형 후 사진은 전에 비해 색조화장 추가와 머리 손질 등의 다른 조건에서 촬영해 성형효과를 부풀렸다’고 밝혔다. 

광고 자체에 신빙성이 떨어지자 광고 게시물 댓글을 보며 제품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보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드라마틱한 광고 연출에 소비자들은 혹하면서도 광고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보기 위해 광고 게시물 댓글로 눈을 돌렸다. 와세다대 이가영(사회과학부·17)씨는 “페이스북 광고만 보고 제품의 성능을 믿을 수 없을 땐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자주 보는 편”이라며 “댓글을 보거나 검색을 통해 블로그나 다른 SNS 게시물을 보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댓글에도 광고 후기로 둔갑한 댓글 알바는 상주하고 있다. A씨는 “댓글 알바는 상당히 일차원적인 방식”이라면서도 “아직 댓글 알바도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는 페이스북과 블로그의 댓글 알바를 구하는 게시글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리얼 후기’들도 믿을 수 없다. 회사들은 광고 효과를 위해 파워블로거나 팔로워 수가 많은 인스타그램 유저에게 협찬 제의를 한다.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제품 관련 게시물을 올릴지 가이드라인까지 주어진다. 인스타그램으로 여러 번 화장품 협찬 제의를 받았다는 조모씨는 “협찬 받은 수분크림을 발라보지도 않고 좋다는 식으로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다”며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로거 박모씨도 “화장품 회사에서 협찬 제의가 와 무료로 화장품을 받고 ‘매일 쓰는 화장품’이라면서 후기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다”며 “하지만 사실은 그 날 한 번 쓴 게 전부”라고 밝혔다.

 

쏟아지는 과장광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우리


이처럼 SNS 과장광고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가지 이유는 허위·과장광고 규제 담당 부처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아래 표시광고법) 제3조 1항에는 ‘사업자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적용되는 대상은 나와 있지 않다. 실례로 성형 관련 광고는 표시광고법으로 규제할 수 있지만 화장품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박지아 사무관은 “어떤 제품 광고인지에 따라 관리하는 부처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최난설헌 교수(법학전문대학원·경제법)는 “실제로 소관 주무관청이 중복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해당 법률에서 어느 법이 더 우선한다는 규정이 없으면 신고를 받은 관청에서 사안을 조사해 이첩 등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SNS 광고에 특화된 규제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SNS 광고는 기존의 방송 광고나 다른 포털사이트의 광고와는 플랫폼 자체가 달라 기존의 광고 규제법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SNS가 새로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광고 플랫폼이라 규제 장치가 미비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어떤 법익을 보호하는지에 따라 온라인상거래와 관련된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법」, 인터넷을 통한 경우 「정보통신망법」으로 규제한다. 즉, 플랫폼에 따른 규제보다는 보호 대상의 범주에 따른 규제가 중심이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SNS 과장광고가 법적으로 문제된 구체적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며 “어떤 상품과 관련된 것인지에 따라 여러 가지 법률의 검토를 요하게 되므로 규제가 원활하지 않다”고 전했다. 


인터넷이 발전함에 따라 광고 방식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이 본래의 말뜻대로 ‘자발적인’ 홍보가 되려면 역설적이게도 법적 규제 보완이 필요하다. SNS 규제 사각지대에서 범람하는 허위·과장광고에 경종을 울릴 시점이다.
 

글 이찬주 기자
zzanjoo@yonsei.ac.kr

<자료사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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