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_내_성폭력 #me_too #with_you #우리들의_현주소와_가야할_방향

너도 나도 ‘me too’를 외치고 있다. 검찰 내 성폭력에 대한 서지현 검사의 고발 이후 연예계, 종교계 가릴 것 없이 SNS에는 ‘#me_too’가 뒤덮여있다. 지난 2월 6일에는 최영미 시인이 JTBC 뉴스룸에서 유명 시인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지난 2016년의 문단 내 성폭력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것이다. 지금의 고발운동 확산에 앞서, 우리나라에선 ‘#me_too 운동’(아래 미투운동)*의 선구자로 용기를 냈던 문단 내 성폭력 고발자들이 있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1_지금까지_문단_내에서는

시작은 SNS였다. 문단 내 성폭력은 ‘고발자5’라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고발자5는 배용제 시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5명의 연대였다. 고발자5에 의한 문단 내 성범죄 폭로 이후 SNS를 통해서는 ‘#문단_내_성폭력 운동’(아래 해시태그 운동)이 뒤따랐다.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문학 교육 및 문학인들의 모임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돼온 성폭력이 밝혀졌다. 배용제 시인을 비롯한 몇 명의 유명문인들은 범죄 사실을 시인했다.

SNS를 통해 시작된 해시태그 운동은 오프라인에서도 꾸준히 이어졌다. 피해자를 지지하기 위해 고양예고 졸업생 107명이 연대해 단체를 꾸린 것이다. 이렇게 꾸려진 오프라인 단체 ‘탈선’은 낭독회를 개최하는 등 꾸준하게 고발자 지지 활동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탈선은 고발자들을 지지하는 포스트잇, 기사 스크랩북 등의 자료를 정리한 아카이브 전시, 기자회견 등의 방법으로 오프라인 활동을 주도했다. 탈선에서 활동했던 우롱센텐스 운영진 정민재씨는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의미가 깊다고 느꼈다”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자리를 지키고 연대하고 있다는 생생한 감각과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용기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2_참고문헌_없음_여성문인들이_힘을_모으다

탈선의 활동과 더불어 또 다른 방향으로의 고발운동을 촉진시킨 ‘참고문헌 없음’ 프로젝트도 있다. 여태껏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문헌들에 맞서 여성 문인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취지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총 30명의 여성문인 기고글로 만들어진 책 『참고문헌 없음』이 출간됐다. 『참고문헌 없음』에 글을 기부한 익명의 여성 문인은 “남성중심의 문단 사회에서 등단시인인 내가 가진 권력과 혜택들에 대해 반성하고 고백하기 위해 글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내 글을 읽고 ‘나도 그랬어’라는 고백을 어렵게 건네줬던 몇 사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는 ▲문단 내 성폭력 피해고발자에 대한 비용 지원 ▲문단 내 성폭력 기록물 출간 ▲여성 문인들의 연대라는 취지를 갖고 있다. 먼저 ‘참고문헌 없음’ 프로젝트는 문단 내 성폭력 피해고발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비용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원금을 내면 『참고문헌 없음』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모금을 했다. 이를 통해 물질적 비용을 충당하고 성폭력 사건 지원 시스템과의 연대망을 구축하기도 했다. 수익금 전액으로 문단 내 성폭력 피해 고발자들에 대해 법률비용과 의료비를 지원한 것이다. ‘참고문헌 없음’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글들을 안정적인 기록물로 출간해 SNS와 문단 너머로 확산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참고문헌 없음’ 팀 관계자는 “SNS와 문예지에 흩어져서 발표된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시기가 지나면 휘발될 것”이라며 “책으로 묶어서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집단적 발화를 기록물로 남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피해고발자들의 목소리를 지지하는 개별적인 여성 문인들의 움직임을 ‘연대자’의 이름으로 모으려는 목표도 있다. ‘참고문헌 없음’ 프로젝트는 문단 내 성폭력이 공동체 내 성폭력이며 공동체로서의 대응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일념 하에 이루어진 프로젝트였다.

#3_탈선_이후_틀린_문법을_바로잡다

오프라인 고발 및 지지활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탈선은 ‘고양예고 졸업생’이라는 정체성에 그치지 않고자 했다. 더 많은 이들과의 연대를 위해 탈선은 후속활동으로 ‘우롱센텐스(Wrong Sentence)’팀(아래 우롱센텐스)을 결성했다. 우롱센텐스는 등단 여부로 습작생과 문인을 구분 짓는 개념을 허물고자 했다. 이를 통해 ‘글 쓰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련기사 0호 ‘#문단_내_성폭력, 그들의 틀린(Wrong) 문법을 바로잡는 그날까지’> 

우롱센텐스 운영진 정민재씨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론장을 많이 만들고자 한다”며 “앞으로 단행본 출간, 아카이브 전시 등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의 구조적인 문제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4_문제를_해결하기_위해서는

고발 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문단 내 성폭력 고발에 있어 각 주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인식의 변화를 외쳤다. 정씨는 “문단 내 성폭력에서 위계로 작동했던 문단과 제도, 성폭력을 은폐하는데 이용된 문학을 다시 고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씨는 “이러한 사건들을 특정 집단의 특수한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성폭력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차별과 혐오의 매커니즘을 성찰하고 전반적인 성인지감수성을 끌어올려야한다”고 말했다.

제도적/비제도적 개선 방안 마련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참고문헌 없음 프로젝트 팀 관계자는 제도적 개선 방안으로 상설 성폭력 제보기관 설립,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를 역설했다. 또한, 참고문헌 없음 관계자는 “남성 중심적인 문학주의, 등단 여부로 작가의 자격을 가르는 문제 등 문단의 불공정하고 허술한 관례에 대한 성찰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제도적인 부분에서 문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짚어줬다. 

궁극적으로는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르렀다. 검찰 내 성폭력 폭로로 수직적 권력구조를 가진 공동체 내의 성폭력 문제는 문단만의 문제, 소수의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님이 드러났다. 이러한 한국 사회 내의 문제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센터 관계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OO내 성폭력 문제는 가해자 소수의 문제로만 볼게 아니다”라며 “이는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성 인식과 연결된다”고 전했다. 이어서 “결국에는 공동체문화가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 사회의 공동체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일터 안에서 지켜져야 하는 윤리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미투운동에 동참하는 지금은 처음 용기를 낸 고발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우리 역시 힘들게 침묵을 깬 이들의 입을 다시 막지 않고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성숙한 문화를 조성해야할 것이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고발 운동으로 미국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배우들의 『타임즈』 지면 폭로로 시작됐다.

 

글 김가영 기자
jane1889@yonsei.ac.kr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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