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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내 기억 속 언저리에 언제나 존재하는 곳, 대학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곳.
  • 신은비 기자, 하수민 기자
  • 승인 2018.03.05 00:07
  • 호수 39
  • 댓글 0

지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간 대학생들의 아지트를 자처하고 있는 곳이 있다. 아이돌의 노래 대신 김광석의 노래, 대중가요 대신 민중가요가 흘러나오는 이곳, ‘아름다운 시절’. 특별한 사연으로 아름다운 시절을 5년 째 운영 하고 있는 구윤규 사장을 만났다.

Q.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 소개를 부탁한다.

A.아름다운 시절을 운영 중인 30살 구윤규라고 한다. 아름다운 시절은 지난 1999년부터 신촌의 어느 골목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누구나 와서 술을 마시고 갈 수 있는 가게다.

Q. 원래는 아름다운 시절의 단골손님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A. 나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다. 대학생 때 동아리 선배들이 아름다운 시절에 나를 데려오면서 나와 이곳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사장님 두 분께서 가게를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가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들의 아지트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다들 막막했다. 아름다운 시절은 우리에게 단순히 대학 시절을 보낸 술집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내가 잠깐 맡겠다고 한 게 벌써 5년이 넘어가고 있다.
 

Q.가게를 물려받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A.충남 논산에서 청년 농부 생활을 했다. 농활을 다녀와 농사에 관심이 생겼다. 사실 언젠가는 귀농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어차피 나중에 할 거라면 젊을 때 고생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농사를 지었던 2년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농사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작물을 어떻게 키우며 한 해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연속이다. 농사를 지으며 인생도 결국 선택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선택의 갈래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하고,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가게에 무대와 악기가 마련되어 있다. 주로 누가 공연하나?

A.사실 내가 만든 무대는 아니고 전 사장님들께서 만들어놓으셨다. 공연이라고 하긴 무색하다. 내가 단골일 때부터 손님들이 와서 노래를 자주 불렀다. 지금도 정기적인 공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라도 기타를 잡고 연주를 시작하면 초면인 사람들도 너도나도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른다.
 

Q.가게 추천 메뉴는?

A.바지락 술찜과 자취방 냉장고를 추천한다. 바지락 술찜은 물 대신 백포도주나 청주, 소주를 넣어 바지락의 비린내를 빼고 포도향이나 곡향을 가미한 일본요리다. 자취방 냉장고는 어느 술에나 다 잘 어울리는 간편한 요리다. 자취방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달걀, 소시지, 볶음 김치, 만두로 구성돼있다.
 

Q.아름다운 시절은 레몬 소주가 유명하다. 실제로 인기가 많은가?

A.손님들이 굉장히 많이 찾는다. 아름다운 시절에 처음 방문하시는 손님에게는 레드락과 더불어 레몬 소주를 꼭 추천한다. 하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술에 다른 것을 섞어 달콤하게 만든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해 술이 달게 느껴지는 것과 달콤한 술은 엄연히 다르다. 나는 소주, 맥주, 위스키를 좋아한다.

 

Q.본인의 대학 시절과 비교해 지금의 신촌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A.내가 대학생이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신촌에 신입생들이 바글바글했다. 꼭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더라도 ‘번개’라는 모임이 굉장히 잦았다. 사람이 매우 많았고 붐볐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신입생들이 송도에 가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규모가 큰 술집들의 하락세가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촌에는 이런 것도 있어’라며 소개해주고 싶은 공간이 많았는데, 거의 없어지고 모두 프랜차이즈가 돼버렸다.
 

Q.프랜차이즈 가게가 많아진 신촌이 아쉽지는 않은가?

A.물론 아쉽다. 이건 사실 하나의 문화가 없어지는 것이다. 대학약국이 있는 골목은 연대생들의 골목이었다. 연대생이 줄 서서 들어가는 술집과 밥집이 많았는데 하나둘씩 없어졌다. 사실, 누군가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 건물주와 세입자가 편한 것은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가게들이 프랜차이즈화됐다. 치킨 붐이 일어나면서부터는 신촌에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우후죽순 생기더라. 신촌은 이제 획일화됐다.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술집과 치킨집이 있다. 굳이 찾아올만한 매력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Q.아름다운 시절에게 신촌이란?

A.신촌이 없었으면 아름다운 시절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아름다운 시절에게 신촌은 낳아준, 만들어준, 공간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Q.아름다운 시절이 신촌에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는가?

A.이 공간이 언제까지 있을지 확답은 못 하겠지만 계속 누군가가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졸업 후 10년 후에 와도 ‘이 공간은 아직 여기 있구나. 변한 게 크게 없구나. 내 추억이 여기 있었구나’라고 느끼면 좋겠다. 돈 많이 버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김광석과 술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아름다운 시절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추억’일 것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시절 한 켠에 나의 추억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글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신은비 기자, 하수민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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