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만을 위한 고양이 카페, ‘지구별 고양이’

그냥 고양이 카페가 아니다.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카페가 여기 있다. 이화여대 가는 길, 좁게 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이곳은 손님이 아닌 고양이들이 왕이다. 오직 입양만을 위해 운영되는 ‘지구별 고양이’의 조아연 사장을 만나봤다.

Q. 간단한 가게 소개 부탁한다.

A. 길에서 다치거나 집에서 학대받던 고양이들,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며 머물고 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는 고양이 카페들과는 달리 ‘지구별 고양이’는 버림받은 고양이들의 입양을 위한 쉼터 개념의 카페다.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아이들을 보고 입양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Q. ‘지구별 고양이’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A. 가게 자체 수익금으로는 월세나 난방비 같은 운영비를 내기도 빠듯하다. 이곳에 데려오는 고양이들의 구조비와 치료비는 대부분 다른 개인 사업이나 박람회에서 번 수입 또는 사비로 충당한다. 가게 직원들은 대부분 무급으로 일하는 봉사자로 이루어져 있다. 고양이들에게 정을 붙여 자주 오시다가 봉사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Q. ‘입양카페’를 하게 된 이유는?

A. 솔직히 고양이 카페를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카페가 망하는 게 내 목표다. (웃음) 입양카페를 하기 전에는 우리 집에 구조한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다. 그런데 쉼터가 가정집이다 보니 입양을 원하시는 분들이 집에 자주 방문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더라. 그래서 이렇게 고양이 카페를 차리게 됐다. 이제 입양에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이곳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아이들을 볼 수 있다.

 

Q. 입양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들었다. 입양 절차는 어떻게 되는가.

A. 맞다. 매우 까다로운데도 불구하고 입양 문의가 많이 오는 편이다. 우선 입양 의사를 갖고 계신 분들에게 충분히 고민해보시라는 말씀과 함께 신청 양식을 보내드린다. 가족 소개 등이 적혀 있는 양식을 받고 나서 통화를 한 뒤, 나와 입양 상담 선생님이 직접 만나본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가정 방문을 통해 가정환경을 파악하고 입양을 진행한다. 입양 후에도 임시 보호 기간으로 일주일 동안 다른 식구들과 고양이가 잘 지낼 수 있는지 확인한다.

고양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필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 입양 절차 초기에 탈락하시는 분들이 많다. 입양 관련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사람과 10분만 이야기를 나눠도 그 사람의 성향이 파악된다. 이제는 전화통화만으로도 파악이 가능할 정도다.

 

Q. 외대 근처에 있다 이화여대 쪽으로 온 계기는 무엇인가.

A. 개인 사업을 이화여대로 옮기면서 사업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다가 이곳을 보게 됐다. 외대에 있을 때는 지하였는데, 이곳은 햇빛이 너무 잘 들어와서 지하에 있는 우리 고양이들 생각이 났다. 미안하더라. 복층 구조로 돼 있어 중성화가 안 됐거나 싸우는 고양이들을 분리할 수도 있고, 유동 인구도 훨씬 많은 골목이라 손님이 늘어 입양도 원활히 진행될 것 같았다. 실제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자연스레 입양률도 늘었다. 그래서 무리해서 옮겨왔다.

 

Q. 외대에 있을 때는 ‘지구 정복을 꿈꾸는 고양이’, 이화여대로 와서는 ‘지구별 고양이’가 됐다. 이름에 숨겨진 특별한 뜻이 있나?

A. 친구가 가볍게 던진 말에서 비롯됐다. ‘언젠가는 고양이가 지구 정복을 하고 말 거야. 나를 이렇게 홀리고 너를 이렇게 홀리니까’며 장난으로 한 말이었다. 완전히 동의해 ‘지구 정복을 꿈꾸는 고양이’로 가게를 열었다. 그런데 가게 소개를 할 때마다 이름이 너무 길어 애를 먹더라. 그래서 이화여대로 옮기면서는 ‘지구별 고양이’라고 바꿨다. 고양이별로 돌아가기 전에 잠깐 머무는 지구별에서 행복해지라는 의미다.

 

Q. 입양 카페 일을 그만두려 했다고 들었다. 계속하게 된 계기는?

A. 한때 입양 카페 일이 힘들고 돈도 많이 들어서 그만두려고 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다. 가입했던 고양이 구조 관련 커뮤니티들도 탈퇴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유일하게 남아있던 동네 커뮤니티 카페에 고양이 구조 관련 글이 올라왔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만취한 상태로 ‘나비탕’을 끓여 먹겠다며 구타해 거의 죽어있는 아이였다. 바로 그곳으로 향해서 보니, 전문 치료를 받아도 못 살 것 같았다. 그래서 보호해주시는 분께 잘 묻어달라고 부탁하던 중 아이가 내 팔을 꽉 물더라. 그때 ‘살려달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집에 데려와 몇 번의 병원치료를 통해 겨우 죽을 고비를 넘겼다. 덕분에 이제는 우리 집에서 잘살고 있다. 그렇게 이 일을 계속하게 됐다. 다 그 친구 때문이다. (웃음)
 

Q. 상업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는 일반 고양이 카페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A. 사실상 고양이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애들이 한 번 아프면 몇 백만 원이 치료비로 들어간다. 일반적인 고양이 카페에서 그 고양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그 고양이들이 늙어서도 카페 주인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심지어 가게가 망했을 경우 그 많은 고양이가 버려지게 된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구조해 우리 카페에 데려다 놓게 된다. 악순환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런 동물 카페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구별 고양이’는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고양이들은 고양이들 나름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런 고양이들과 나란히 행복을 누리고 있다. 고양이들이 지구별을 떠나기 전에 ‘지구별 고양이’에서 차 한 잔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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