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스 MT 풍속도의 빛과 그림자

대학교 신입생 자녀를 둔 50대 A씨는 얼마 전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동아리 MT에 가 다음날 점심 즈음이나 집에 올 것으로 예상했던 자녀가 아침 6시에 귀가한 것이다. MT 장소가 강남역에서 5분 거리인 레지던스 호텔이었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A씨는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MT를 강남으로도 가는 건가?’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어느 레지던스 호텔의 모습이다.

 

되도록 가깝게, 되도록 싸게

 

대학가에서 ‘MT는 교외로 떠난다’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경기도 가평군과 남양주시 일대, 인천광역시 을왕리 등은 MT촌으로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전과 같지 않다. 남양주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5년 전과 비교해 대학 MT 예약의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좋지 않은 접근성 ▲숙박비 부담 등의 이유로 전통적인 MT촌을 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017학년도 모 단과대 학생회장 C씨는 “가평은 거리가 멀고 교통편도 지나치게 불편해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업소가 근처의 역까지 픽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다수 인원이 교외까지 나가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다. 이는 MT 참여율과 직결된다. 2017학년도 언론홍보영상학부 학생회장 류희림(언홍영·15)씨는 “학과 차원에서 가거나 학기 초에 가는 MT의 참여율은 접근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도 “동아리·사적 차원에서 가거나 학기 중에 가는 MT는 가까운 곳에서 할수록 참여율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숙박비도 문제다. 전보다 객실 규모가 소형화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단체 숙박업소에선 가장 작은 객실도 1박에 15만 원 이상이다. 애초에 다수의 투숙객을 받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일정 규모 이하의 객실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성수기엔 10만 원가량이 더 붙는다. C씨는 “30명 넘는 대규모 MT가 아니면 가격 때문에 MT촌을 가기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바비큐 대신 치킨·피자…
레지던스 MT가 가져온 변화

 

전통적 MT촌이 쇠락하는 동안 대학생 MT의 대안 선택지로 떠오른 숙박업소는 ‘레지던스 호텔’(아래 레지던스)이다. 레지던스는 일반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하는 숙박시설로, 비즈니스호텔과 혼용되기도 하는 개념이다. 도심 업무지역 근처에 위치하는 만큼 여행객보다도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서울특별시 중구의 모 레지던스 관계자 D씨는 “회사가 근처라 집 같은 개념으로 장기투숙하는 고객도 많고 업무차 한국에 온 외국인도 많이 묵는다”며 “장기투숙객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레지던스는 본래 외국인 장기투숙객에 특화된 숙박업소의 형태지만 수년 전부터 MT목적의 투숙객들이 점차 많아졌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도 뛰어나며 술이나 일회용품을 미리 사서 숙소까지 운반할 필요도 없다. 마트가 지척에 있을뿐더러 적잖은 레지던스는 그 안에 상가를 갖추고 있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대부분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호텔을 표방하는 만큼 각종 부대시설이 잘 구비된 것도 장점이다. 냉난방시설, 욕실, 각종 전자제품과 주방용품까지 빠지지 않는다. 

장소의 변화는 곧 MT 문화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식사는 함께 만들어 먹기보다 아예 근처의 식당가에서 해결하거나 숙소에서 배달시켜 먹는다. 사전에 장을 보지 않아도 되고 교통도 편리하니 굳이 선발대와 후발대를 정할 필요가 없다. 각자 편한 시각에 숙소에 도착하고 편한 시각에 집에 간다. 계획된 프로그램에 따라 단체 운동경기를 하거나 가무를 즐기기보다는 게임을 하며 술을 마시거나 대화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전반적인 사회문화의 변화로 설명한다. 전북대 심리학과 강혜자 교수는 “과거와 달리 핵가족 환경에서 자라난 요즘 세대는 다수와 어울려 노는 것이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며 “개인주의 경향이 강해진 만큼 집단적 이동과 모임이 즐겁기보다는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들만의 MT

 

그러나 MT 목적으로 레지던스에 묵는 경우 빈번히 객실 투숙 정원을 지키지 않는다. 숙소 측은 기본적으로 투숙 정원을 초과한 인원에 추가적 비용을 받는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레지던스는 단속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사실상 정원을 초과한 투숙을 묵인하고 있다.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레지던스 객실의 최대 수용 인원은 보통 6명을 넘지 않는다. 그중 2인실이 가장 보편적인데, 별도의 할인 서비스 등을 이용하지 않을 시 10만 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객실 투숙 정원을 준수한다면 애초에 MT가 가능한 객실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인당 지불해야 할 숙박비가 일반 펜션의 몇 배에 달한다. MT 목적으로 레지던스를 찾은 학생들이 사실상 정원을 지키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우리대학교 E씨는 “동아리 MT 차원이나 친구들끼리 놀러 가서 2인실에 최대 17명까지 들어가 봤다”라고 말했다.

공간은 좁고 사람은 많으니 소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목적의 투숙객과 장기투숙객이 많은 레지던스는 소음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강남의 한 레지던스 관계자 F씨는 “목소리나 게임하는 소리로 인해 객실 간·층간소음이 발생한다”며 “소음 민원이 반복적으로 들어와서 확인해보면 정원을 넘겨 파티·MT 중인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레지던스 측은 단속의 어려움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D씨는 “정원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긴 하지만 객실이 워낙 많다 보니 CCTV를 일일이 확인해 막을 수는 없다”며 “일단 초과 숙박이 적발되면 퇴실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레지던스가 정원을 초과한 투숙객을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E씨는 “직원이 직접 와서 주의를 주는 선에서 조치가 끝났다”며 “사실상 레지던스 측에서도 눈감아주는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레지던스가 짭짤한 수입원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과 공실률을 낮추려는 레지던스의 사정이 맞아떨어져 맺어진 공생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투숙객의 불만이 언제 임계점에 달할지 모른다. 이 속에서 대학생과 레지던스의 불안정한 공생관계가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글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사진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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