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2길 40

신촌에 있는 북카페와 북카페 사장님의 책을 소개해주는 코너입니다. 북카페 사장님이 직접 추천한 몇 권의 책과 함께, 커피 한잔의 시간을 보내 보는 건 어떨까요.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인 그는 소설가가 되기 전 부인과 함께 7년 동안 재즈바를 운영했다. 그의 20대는 소설가가 아닌 재즈바 사장님이었다. 음악과 요리를 좋아하는 그가 운영한 재즈바의 이름은 ‘피터캣’.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이 북카페의 이름 역시 ‘피터캣’이다. 『The Y』가 찾아간 마지막 북카페는 신촌에서 홍대 쪽으로 가는 골목길에 위치한 카페 피터캣이다.
 
카페 피터캣의 사장님인 이한구씨의 취미는 가게 앞에 위치한 ‘숨어있는 헌책방’에 책을 보러가는 것이다. 서재 꾸미기를 좋아하던 이씨가 책을 보러 다니면서, 그의 서재는 점점 더 책으로 채워졌다. 단지 책과 하루키 작가를 좋아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이씨. 그는 “책으로 먹고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동안 한 뒤 이곳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이곳에 어울릴만한 책들로 카페를 채우다 보니, 카페 피터캣은 하루키의 전집이 꽂힌 서재가 됐다. 하루키는 소설가로 데뷔를 하고 40년 동안, 약 50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오래된 작가다 보니 판본이 쌓이면서 이곳에는 하루키의 책만 약 120권 정도다. 카페 피터캣은 그야말로 하루키가 가장 좋아할만한 서재이지 않을까.
 
이씨가 카페를 운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악이다.
하루키는 음악을 좋아했고, 레코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재즈 마니아였다. 하루키가 가지고 있던 재즈 음반의 수는 약 6천 장.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그의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카페 피터캣의 음악도 하루키를 담고 있었다. 이곳은 잔잔한 클래식 음악부터 재즈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틀고 있다.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과, 카페 피터캣에 어울리는 음악들이 함께 재생되고 있다.
 
하루키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불편해 주로 외국에서 지낸다고 한다. 그런 그와 닮아서인지 이곳은 골목길 안쪽에 위치해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카페 피터캣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르는 곳이라기보다는 책 읽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이다. 이씨가 바라는 카페 피터캣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여 같이 대화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오늘날의 사회. 이씨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씨는 “이곳에선 책 읽는 사람들이 주인”이라며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편하게 쉬고, 책에 대한 대화가 자유롭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롭다.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때로 그에게 “책을 읽으면 따돌림을 받는 느낌”이라며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는 그런 학생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카페 피터캣을 책을 읽는 외로운 이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사장님의 추천 도서
 
1.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는 이 소설을 통해 어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부조리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전한다. ‘해변의 카프카’는 부조리의 바다 앞에 선 소년이란 뜻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학생들이 앞으로 다가올 부조리의 바다를 잘 헤쳐나가길.
 
2. 『바깥은 여름』 - 김애란
한국문학은 현재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우리사회를 가장 잘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은 바깥만 여름이고, 안은 여름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3. 『소립자』 - 미셸 우엘베크
요즘 인기 있는 책 『사피엔스』처럼 인간이 더 나은 종으로 진화를 한다는 점에서 결말이 비슷하다. 소립자는 문학과 철학의 관점에서 멸종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멸종과 진화의 과정을 문학적 측면으로 접근해본다면, 인류의 존재와 진화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가게 이용 Tip!
1. 고양이는 없다.

2.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추천한다. 고급 원두를 사용한다. 아메리카노가 맛있으면 다른 커피도 다 맛있을 것이다.

3. 하루키의 소설에 나오는 칵테일이 준비돼있다. 저녁에 커피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4. 4개로 구성된 피터캣 독서모임이 있다. 하루키 소설, 한국문학, 세계문학 그리고 인문교양을 읽을 수 있다.
<12월 모임 일정>
-2일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 소설 다시 읽기
-9일 한국문학 『희랍어 시간』
-13일 세계문학 『데미안』
-23일 인문교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글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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