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The Y
[따릉따릉 따릉이] 한강편한 해를 돌아보며
  • 이가을 기자, 천건호 기자
  • 승인 2017.12.03 23:49
  • 호수 38
  • 댓글 0
목적지로 향하는 모든 순간이 의미가 있는 이동을 해 보자. 바퀴를 통해 바닥의 질감을 그대로 느끼고, 오르막길의 힘겨움과 내리막길의 시원함을 느끼는 감각적인 여행을 떠나봤다. 길을 느끼며 이동하기에 더욱 새롭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기자가 직접 서울 여행을 떠나봤다. 직접 페달을 밟으며 지난 길이기에 더욱 소중한 나만의 여행을 『The Y』와 함께 떠나보자.
 
서울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다: 한강 편

힘겨운 한 해였다. 대학에서의 첫 해로서 지난 학기 학번 대표와 학보사 일을 병행하면서 여유란 찾을 수 없었다. 바쁜 일정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대중교통 속에서는 꼭 한강이 보였다. 모든 서울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강은 짧은 되새김의 공간이다. 그래서 한 해의 마무리는 한강에서 하려고 한다.
#대학가만의 독특함
: 연세대 정문 건너편부터 서강대까지
신촌을 한번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연세대 정문 건너편에서 따릉이를 탔다. 신촌역으로 내려오는 동안 스치는 바람에 귀가 시렸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신촌 곳곳은 벌써 전등으로 가득 찼다. 빨간잠수경 뒤에 자리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였다. 한 달가량 남은 크리스마스를 벌써 준비하는 건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갈수록 크리스마스를 무덤덤하게 보내면서 내심 독특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다. 사실 신촌에 필요한 것은 이른 크리스마스 준비가 아니라 신촌만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아닐까?
신촌역을 지나 서강대 쪽으로 향했다. 바로 신촌 옆에 있지만, 평소엔 찾아갈 일이 없어 오랜만에 보는 서강대였다. 서강대 캠퍼스는 작지만 알찬 느낌이다. 길을 따라 심어져 있는 단풍나무와 건물 세 개가 이어져 있는 큰 도서관이 매력적이다. 캠퍼스의 풍경도, 도서관의 구성도 도톰한 스웨터처럼 작고 촘촘하게 짜인 느낌이다. 전체를 둘러보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다만 캠퍼스가 언덕에 있어 오르막길이 많아서 따릉이를 타고 둘러보는 것은 조금 힘들다. 
서강대 앞의 경의선 숲길은 공덕역까지 이어져 있다. 숲길을 따라 비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대학가답게 싼 한 그릇 식당들과 술집이 있다. 연세로의 화려한 느낌보다 대학교 바로 앞의 싸고 외진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경의선 숲길과 작은 가게들을 지나쳐 공덕역에 다다랐다.
# 혼자, 자유
: 한강을 건너며

공덕역을 거쳐 한강으로 향했다. 강변의 신축 아파트들 사이로 뻗어있는 신수로를 따라 어두운 터널을 지나자 탁 트인 한강이 보였다. 한강을 바라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신촌의 군중 속에서 ‘신촌 사람’이라는 소속감을 느꼈다면, 탁 트인 한강 주변은 속박에서 벗어난 듯한 자유를 줬다. 점점 가까워지는 마포대교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강변에는 혼자 걷는 아주머니, 혼자 자전거를 타는 사람 등 생각보다 혼자인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인 사람들을 지나쳐 마포대교에 올랐다. 추운 날씨 탓인지 마포대교 위에는 나 혼자였다. 다리 위에서 강북을 보니 N서울타워가, 강남을 보니 국회의사당과 63빌딩이 보였다. 도심 속 절경이었다. 강의 한가운데였기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경치를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살펴볼 수 있었다.
마포대교에 오르자 유명한 ‘자살방지 문구’들이 보였다. 흔하디흔한 ‘힐링’ 문구보다 난간 너머의 전경이 더 좋았다. 힐링 문구를 곱씹기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스쳐갔다. 다리 중반쯤에는 거울 위에 ‘이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거울을 보자 말 그대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노을 때문에 분홍빛으로 물든 구름이 마치 필터를 넣은 것만 같은 효과를 줬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강바람이 강해서 거울 속 스스로가 별로 안 예뻐 보였다는 것.
 
#남는 건 있다.
: 마포대교부터 여의도 한강공원까지

버스에서 항상 바라봤던 국회의사당이 코앞이었다. 평소 신촌이 편하게 먹을 걸 사러가는 집 앞 슈퍼라면, 여의도는 백화점과 같다. 그만큼 특별한 것을 얻어갈 수 있으니까. 밤에 여의도에서 빛나는 불빛들은 꺼져가는 나의 눈꺼풀에 일말의 열정을 불어넣었다.
여의도의 모습은 번잡한 신촌 거리와는 이질감이 들었다. 반듯하고 정갈한 여의도 금융가는 싱가폴이나 홍콩을 연상시켰다. 어두워지는 하늘 탓인지 건물의 불빛들이 더욱 빛났다. 조경에 필요한 만큼의 나무와 자연물들은 여의도의 차가운 느낌을 강조했다. 여의도 한강공원 하면 빈손으로 편히 놀러오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랫동안 여의도에 머무는 것은 힘들다. 하룻밤을 지새우기에는 여름에도 조금 춥고, 파티룸이나 다른 숙박시설의 가격도 높기 때문이다.
도심 속 소풍의 공간인 공원과 빌딩 사이로 달렸다. 봄에는 사람이 가득한 벚꽃 길이었는데, 지금은 앙상한 나무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앙상한 겨울을 버티고 봄이 찾아오면 윤중로의 나무들은 나뭇가지에 가득 벚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 때가 차가워 보이는 여의도가 감성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비즈니스가 아닌 벚꽃 때문에 여의도에 사람들이 붐비니까.
 하지만 겨울이기에 공원은 추웠다. 칼바람이 불어서인지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공원 한가운데에 자전거 묘기를 연습하는 중학생들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여의도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이 칼바람에도 밖에 나온 게 너무 신기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말을 건넸다. 중학생들은 여의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서로를 알게 됐다고 한다. 서로 다른 곳에 사는 친구들을 엮어준 것은 자전거였다. 자전거라는 연결고리 하나로도 스스럼없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중학생들과 헤어져 한강공원을 한 바퀴 걸었다. 사람은 얼마 없지만 잔잔한 분위기와 쪽빛 하늘이 예뻐 겨울의 여의도도 꽤나 괜찮았다. 특출 나지는 않아도, 소중한 것이 남는 한 해였다. 더 가지려고 몸부림치는 것보다 남은 것을 소중하게 껴안는 겨울을 만났다.

 

 

따릉이 꿀팁!


1. 따릉이 이용권을 구매한 미등록 카드로 따릉이 잠금을 해제할 수 없다. 카드로 잠금을 해제하고 싶다면 서울시 따릉이 홈페이지에서 잠금 해제용 카드를 새로 등록해 손쉽게 따릉이를 빌리자. 

2. 낙엽이나 모래가 있는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를 잡지 말고 천천히 내려오자. 브레이크를 잡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글 이가을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이가을 기자, 천건호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