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LP바, 비틀즈로 가자

시끌벅적한 신촌 골목 중에서도 가장 시끄러운 다모토리 골목을 지나 오래된 건물 지하로 들어섰다. 화려하지 않은 통로, 화려하지 않은 문 안에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공간이 숨어있다. 음악으로 27년간 신촌을 지켜온 ‘비틀즈,’ 비틀즈의 서준오 사장을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 소개를 부탁한다.
A. 지난 1990년 5월 문을 연 정통 LP바 비틀즈의 사장 서준오다. 원래는 본업으로 이런저런 사업을 하고 따로 휴식공간으로 차렸던 곳이어서 저녁때만 들르곤 했다. 그러나 IMF 이후 다른 사업은 정리하고 지금과 같은 LP바로 새로 단장하게 됐다. 이전에는 메탈이나 락만 틀었는데 지금은 직접 운영하며 음악 장르도 많이 바꿨다. 요즘은 원래 좋아하던 일반 팝과 록, 올드 뮤직, 옛날 가요를 많이 튼다.
 

Q. 손님이 신청한 노래를 LP 레코드로 틀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A. 비틀즈는 올드 뮤직바이자, 정통 LP바이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로 음원을 찾아 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요즘 LP는 진열만 해놓고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한 파일을 틀어주는 자칭 ‘LP바’가 많은데, 진정한 LP바라면 이런 식으로 속여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 가게에서는 없는 곡은 없다고 말하더라도 반드시 가게에 있는 LP판 음악만을 틀어준다. 또 사장인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도 있지만 아무래도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게 좋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선곡하기보다는 손님들의 신청을 받아 트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Q.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며, 어떤 노래를 많이 신청하는가?
A. 워낙 다양한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딱 정리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크게 가게 홍보를 하려 한 적이 없고 보다시피 접근성이 좋은 곳이 아니다 보니 뜨내기손님보단 음악을 좋아하는 단골이 많다. 다양한 손님들이 기분에 따라 신청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듣고 싶은 곡도 항상 다르다. 신청곡은 날씨에 따라 다르고 기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많이 신청하는 곡을 정하기는 어렵다.


Q. 구비해 둔 LP가 상당히 많아 보인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LP를 모으기 시작했는가?
A. 중학생 때부터 좋아하는 팝을 들으려고 사기 시작했다. 지금은 LP가 낯설지 모르지만, 별다른 놀이 문화가 없던 우리 세대는 LP를 많이들 모았었다. 어렸을 때 누나들의 영향으로 비틀즈 노래를 들으며 팝에 입문했다. 그 뒤로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위해 꾸준히 모아온 것이 계기였다면 계기라고 생각한다.


Q. LP는 몇 장이 있으며, 가지고 있는 LP 중 추천하는 곡은?
A. 한창 모았을 때는 5만 장 정도 모았었는데, 지금은 알짜배기 2만 장 정도만 남았다. 여기에는 그중 8천 장 정도를 갖다놨는데 모두 자주 틀고 듣는 노래다. 손때 묻은 것만 봐도 그렇지 않나. 그 중에는 개인적으로 미키 뉴버리(Mickey Newbury)의  「Bless us all」을 추천한다. 70년대 캐나다 가수의 노래인데 잔잔하면서 지루하지 않고 듣기 좋다.

 

Q. 27년이 된 가게인 만큼, 세월의 흔적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인테리어 상의 독특한 흔적들에 대해 설명해달라.
A. 원래는 테이블 유리 밑에 빈 곳이 보기 싫어 비틀즈의 화보를 넣어뒀었다. 그런데 언젠가 누군가 화보를 훔쳐간 뒤로, 또 다른 누군가가 명함을 하나 집어넣더니 그 뒤로 오는 사람마다 명함을 넣더라. 지금 테이블 유리 밑 빼곡한 명함들이 다 그런 경유로 들어온 것이다. 빼라고 말하지 못해 놔둔 것이 시작이지만, 지금은 이게 우리 가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 위 깨지고 닳은 유리도 세월의 흔적이고 멋이니 그냥 두라는 사람이 많아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Q. LP바라는 특성상 음향장비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음향장비에 대해 소개해달라.
A. 현재 이 가게에 있는 오디오 장비는 마란츠 7과 9로 6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진공관이다. 스피커는 '알텍 7'을 개조한 것인데, 이 장비들 덕분에 라이브 홀 같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이러한 점이 가게에 찾아오게 되는 나름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자기 집에서 듣는 만 못하면 굳이 LP 바를 찾아올 필요가 없지 않겠나.

 

Q. 추천 메뉴는?
A. 기네스 흑맥주가 가장 잘 팔린다. 여기는 서울 시내 몇 곳 없는 기네스 생맥주 마스터업장이다. 흑맥주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일반 라거인 크롬바커 생맥주도 있다. 다만 손님들이 주로 식사를 하고 2차로 많이 오는 장소기 때문에 안주는 마른안주나 간단한 일반 맥주 안주밖에 없다.

 

Q. 비틀즈에게 신촌이란?
A. 27년간 뜨지 못한 곳이다. 왜 아직도 신촌을 뜨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나름 내린 결론은 사람 때문이다. 2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며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대학 신입생이던 친구들이 회사원이 되고 사장님이 돼 찾아오더라. 일본에는 한 공간에서 오래 머물며 계속 장사하는 곳이 있지 않은가. 비틀즈도 가게와 주인, 손님이 모두 같이 늙어가는 그런 가게가 됐고, 그 자리를 신촌에 잡았다고 생각한다.

 

기자 역시 직접 들어봐야 되지 않겠느냐며 틀어주신 추천곡 「Bless us all」은 신촌의 시끄러운 활기와는 다른, LP 특유의 따뜻함이 묻어있었다. 음악을 사랑한다면, 어느덧 추워진 날씨를 피해 라이브로 듣는 듯한 노래들과 맥주 한 잔을 권해보고자 한다. 


글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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