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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캐디, 노동법 사각지대에 선 ‘여성 고소득 전문직’폭언에 성희롱은 기본…… 타구 사고 위험에도 무방비
  • 송경모 기자
  • 승인 2017.11.18 22:43
  • 호수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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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천만 원’, ‘고소득 유망직업’, ‘주부도 가능한 고연봉 전문직’……. 자사의 유료 교육을 듣고 골프장 경기보조원(아래 캐디)이 되라는 한 업체의 광고문구다. 하루에 다섯 시간씩 성실하게 일하면 1년에 4천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여성에겐 흔치 않은 고소득 전문직의 기회란다. 그런데 의문이다. 정말 캐디가 대우받는 고소득 전문직일까. 그들은 어떤 근무환경에서 일한 대가로 매년 4천만 원을 받아드는 걸까.

 

▶▶ 다음 카페 ‘캐디 세상’ (http://cafe.daum.net/caddie1004)에 올라온 진상고객 관련 글

 

존중 없는 일터,
출구 없는 감정노동

 

지난 4월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앞서 2014년에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였다. 박 전 의장은 3년 만에 유죄 판결을 받아들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캐디들은 여전히 일터에서 존중받지 못한다.

채용 정보, 전국 골프장 정보 등이 교환되는 한 캐디 커뮤니티에 성추행과 관련된 게시물을 검색했다. 곧바로 골퍼에게 희롱 발언과 추행을 당했다는 현직 캐디의 사연이 여러 개 나왔다. 성추행·성희롱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알려달라는 게시물, 골프장 성희롱 법정의무교육 지원 사이트 링크를 공유한 게시물도 있었다. ‘고객 100명을 만나면 80명은 언어 성희롱을 하고 그 중 2~3명은 직접적인 터치까지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년간 캐디로 일했다는 이민지(22)씨는 “고객의 절대다수가 남자이다 보니 성희롱·성추행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보통 한 팀이 네 명이고 하루에 한 팀씩 받는다고 할 때 한 달에 120명의 골퍼를 마주한다”며 “그중 100명 정도는 성적인 발언이나 제스쳐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성추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상적인 음담패설 외에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와중에 캐디에게 몸을 밀착하는 골퍼, 골프채로 주요 부위를 고의로 건드리는 골퍼도 있다. 이씨는 “18홀 내내 번호를 요구하던 중년 남성 골퍼도 있었다”며 “끝까지 거절했더니 마지막에 악수하자며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긁고 갔다”고 말했다. 원래 유니폼 상의에 부착했던 캐디 명찰을 몇 년 전부터 모자에 부착하도록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이름을 확인한다는 핑계로 가슴을 만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욕설 등 모욕적인 언사도 다반사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라운딩을 하러 왔거나 돈 내기에서 진 골퍼가 캐디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소재의 골프장 관계자 A씨는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캐디를 어엿한 직업인으로 대우하지 않는 고객들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모든 서비스업이 그렇겠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감정 노동 강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난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업 730개 중 골프장 캐디의 감정 노동 강도는 40위에 해당한다. 이는 감정 노동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선박·열차 객실 승무원,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캐디 구인난 또한 캐디가 겪는 감정적 고충을 보여준다. A씨는 “고객 응대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소모가 크다 보니 이직률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다른 직업을 모색하던 중 올 초 일을 그만뒀다.

 

의지 못 할 골프장, 의지의 문제?
  

골프장이 캐디의 노동 문제에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한 보호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라운딩 중 문제가 발생하면 캐디는 대개 골프장 경기과에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보고한다. 그러나 언어적인 희롱 등 그 정도가 비교적 약할 땐 보고는커녕 딱 잘라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워낙 빈번한 일일뿐더러 불편함을 드러내면  캐디를 더 힘들게 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측에서 처음 교육시킬 때부터 ‘융통성 있게 넘어가라’고 하고, 실제로도 불쾌한 내색을 하면 캐디만 피곤해질 공산이 크다”며 “경기과에 얘기를 해도 ‘그 정도는 참고 넘기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심각한 추행 문제가 발생하면 ‘진상 고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해당 고객의 이용을 제한하는 골프장도 느는 추세다. 그러나 체계적인 고객 관리가 힘든 골프장에서 이용 제한 등의 조치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경상남도 소재의 골프장 관계자 B씨는 “회원권을 구매한 골퍼들은 한두 번 보고 말 사이가 아니니 심한 문제를 덜 일으키는 편”이라며 “비회원 골퍼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이용을 제한해도 가명을 써서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골프장이 캐디를 철저히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진상 고객으로부터만이 아니다. 안전사고 문제도 있다. 실제로 타구 사고는 그 빈도가 매우 낮기는 하지만 골프 타구의 특성상 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잘못 휘두른 골프채에 의해 부상당한 사례도 있기에 캐디는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캐디가 네 명의 골퍼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철저한 안전 관리는 ‘그림의 떡’이다. 이씨는 “손님의 안전도 안전이지만 캐디들도 타구 사고의 위험을 항상 안고 일한다”며 “옆 홀로 타구가 날아가도 소리를 지르거나 무전으로 알려주는 것 외엔 아무런 대처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저 캐디는 우리 직원이 아니에요’

 

전문가들은 캐디 노동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독특한 고용 형태를 꼽는다. 캐디는 법적으로 특수고용직(아래 특고직)에 해당한다. 특고직 근로자는 현행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으며 업체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 활동하는 개인사업자로 취급된다.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을 규정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은 캐디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노동자와 달리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권두섭 변호사는 “산재보험은 예외적으로 적용이 되지만, 그마저도 당연적용이 아니고 임의로 가입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돼 있다”며 “캐디 입장에선 눈치가 보이니 가입을 안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도 노동 3권도 이들에겐 ‘해당 없음’이다. 퇴직금 역시 지급할 의무가 없다. 사업장에서 지급하는 임금의 개념도 없다. 한 번 라운딩을 나갈 때마다 골퍼에게 받는 캐디피가 곧 이들에겐 임금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캐디 포함 230만 명으로 추산되는 특고직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이면서도 노동법의 보호로부터 배제돼왔다”며 “특수고용은 최소화해야 할, 기형적인 고용형태”라고 못 박았다. 

라운딩 도중 발생하는 사고와 관련해 캐디가 부담을 떠안는 문제도 이런 모호한 법적 지위 때문에 발생한다. 근로기준법상 캐디의 근로자성이 성립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일부 보험회사가 골프장의 배상 책임까지 캐디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특수고용 문제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의 업무지시관계’ 조항**과 관련 있다”며 “사업장 내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라면 이는 사업주가 보험 등을 통해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꼬집었다. 또 권 변호사는 “고객이 다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캐디가 다칠 가능성이 더 많다”며 “그럼에도 사업주가 보험이나 안전사고 방지책을 소홀히 하는 것 역시 책임전가가 손쉬운 구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제가 명백한 만큼 그간 특고직의 법적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덜 이뤄졌다는 이유로 그간 논의는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지난 10월과 11월 초 정부가 ‘특수고용직 특별법’ 제정 방침을 내비친 데 이어 전국택배연대노조의 설립을 허가하며 특고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5일에는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의 주최로 국회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합리적 보호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고려대 박지순(법학전문대학원・사회보장법)교수는 토론회에서 ‘특고직의 노조 설립을 허용할 경우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집단 쟁의를 인정할 경우 서비스 산업 발전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일반 노동자와 특고 노동자 사이에 노동자성을 부정할 정도의 근본적 차이는 없다”며 “예외적으로 노동자성이 다르게 판단돼야 할 일부 직종이 있을 순 있으나, 엄정하게 실태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소장은 “잦은 성희롱과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캐디들에게 노동 3권 보장이 든든한 방벽이 되리라 확신한다”며 “더 나아가 캐디의 사회적 위상과 이미지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캐디피: 캐디가 한 번 라운딩 나갈 때 수고비 형태로 골퍼에게 받는 돈. 평균적으로 10~12만 원 가량이다.
**민법 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을 규정하는 민법 조항.
(1)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3) 전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위한 명확한 법제화와 적절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자료사진 다음 카페 ‘캐디 세상’ 캡쳐본>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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