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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 가족의 무게
  • 신용범 사진·영상부장
  • 승인 2017.11.11 23:49
  • 호수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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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범 사진·영상부장
(정경경제/언홍영·14)

입동(立冬) - 동장군이 다가오는 시기, 나는 가족의 무게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16년을 함께해온 내 가족은 앞으로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삶의 반절 이상을 차지한 그와의 시간은 현재의 내 삶을 짓누르고 있다. 살이 빠지다 못해 이제는 한 손으로도 들 수 있는 그의 물리적 무게는 심적으로 거대한 하늘에 짓눌리는 듯 너무나 무겁다. 종(種)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생물학적 수명은 아끼는 마음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나의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을 회고하고자 한다. 그와 함께한 시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입춘(立春) - 대서(大暑)」

 

그는 내가 11살 무렵 ‘우리’가족이 됐다. 그때의 그는 아직 아이 티를 벗지 못했으며, 건강이 좋지 않았다. 또, 항상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런 그를 위해 가족은 부단히 애를 썼고, 6개월이 지나 그는 새로운 환경에 완벽히 적응했다. 가족들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그의 건강도 회복됐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가족에 봄이 찾아왔다. 그는 세 마리의 아이를 출산했다. 그 중 두 마리는 분양했고, 한 마리는 아직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서로를 북돋아 주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그는 큰 병을 앓았고 결국 자궁을 들어냈다. 아픈 것도 잠시, 그는 다시 건강을 회복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족의 일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둘째「입추(立秋) - 한로(寒露)」

 

나는 성인이 된 이후 첫 직장에 다니면서 반년을 그와 떨어져 살았다. 그 후엔 나라의 부름을 받아 2년, 수능을 준비하느라 1년, 대학교 기숙사에 거주하느라 3년을 떨어져 있었다. 낙엽이 떨어지듯 빠르게 흩날린 6년 치의 추억은 어느새 바닥에 수북하게 쌓였다. 어쩌다 한두 달에 한 번 집을 찾아도 그는 언제나 나를 즐겁게 맞이했고, 언제나 내 옆을 따뜻하게 해줬다. 젊었을 때 보다는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식탐이 많았고 산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낙엽이 떨어지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나뭇가지와 남은 잎사귀들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는 이제 ‘우리’가족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셋째「상강(霜降) - □□(□□)」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관절염이 원인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백내장이 생겼고, 체중이 반으로 줄었다. 대형 병원을 다섯 군데나 돌아봤지만, 병원에서는 이미 노화가 많이 진행됐고 체력이 약해져 마취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말만 했다. 아무리 답답해도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사는 말했다. 그가 느끼는 1개월은 사람이 느끼는 1년과 같을 것이기에 이제는 우리가 그를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우리’가족은 일원을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했다. 그의 절기 중 겨울이 찾아오는 소리가 들리고, 머릿속에는 후회가 메아리쳤다. 더 잘해주지 못한 후회.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주지 않고, 하루라도 더 함께 산책을 나가지 못한 후회. 아쉬움과 미안함이 쌓인 공기는 겨울 아침 공기처럼 고요하고 무겁다. 살을 에는 듯하다.

‘우리’가족은 마지막 절기, 대한(大寒)을 준비해야 한다. 큰 추위가 찾아오고 있다. 

 

반려자(伴侶者) - 짝이 되는 자

 

혹, 누군가 내게 반려동물과 사는 것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반대할 것이다. 가족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와 함께한 모든 것이 칼날이 되어 내게 돌아오리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반려동물은 아름답다. 그들은 부서질 것 같이 연약하고, 지켜주고 싶기에 모성 혹은 부성본능을 일으킨다. 동시에 그들은 가족의 옆자리를 지켜주고,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그렇기에 ‘남은’가족은 본인의 옆자리를 지켜줬던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야 한다. ‘그의 삶’ 중 연약했던 봄이 지나 건강한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다시 연약한 겨울이 올 때, 우리는 힘들어하는 그들을 지켜야한다. 말 못 하는 그들이 우리의 짝이 되어 줬듯, 우리는 그들의 마지막을 지키는 짝이 되어야 한다.  

 

반평생을 함께한 그의 자리는 그루터기가 되어 내가 죽을 때까지 남아있을 것이다. 

신용범 사진·영상부장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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