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말삼초’라는 말이 유행이다. 2학년 말에서 3학년 초까지 연애를 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학교생활 내내 연애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학점 관리, 스펙 경쟁, 취업 준비에 연애할 시간조차 부족한 청춘들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말삼초, 연애를 꿈꾸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그 때, ‘연애’를 하기 싫다는 사람들도 있다. 연애에 조바심을 느끼게 되는 이말삼초의 문화에 당당히 ‘비(非)연애’를 외치는 대학생 네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연애가 두려워

천지인(가명), 여자, 성균관대 2학년

1년 전 마지막 연애

Q.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A. 전 남자친구가 사귀는 도중에 끊임없이 했던 “늦게 다니지 마라”, “짧게 입지 마라” 등의 말이 강압적이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새로 만나 연애를 한다 해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특히 오래 알던 지인이 아니라 만난 지 얼마 안 된 상대의 경우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두려움이 더하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Q. 연애 자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가?

A. 연애가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연애를 통해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다. 친하게 지내던 ‘남사친’들과는 연락을 끊어야 하고, 친했던 친구들과도 멀어진다. 데이트 비용으로 돈도 많이 쓰게 된다. 그에 비해 결과적으로 얻는 것은 감정소모 뿐이다.

 

Q. 연애를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문화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A. 흔히들 사람들은 연애를 안 하면 “무성애자냐”, “레즈비언이냐” 등의 말을 많이 한다. 나도 그런 말을 듣다 보니 내가 정말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없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나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데서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연애는 내 선택일 뿐, 그런 문화에 치여 억지로 연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2. 연애 없이도 만족해

이성호(가명), 남자, 연세대 원주캠퍼스 3학년

3년 전 마지막 연애

Q.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A.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소개팅 제의도 많이 받았고 ‘썸 아닌 썸’도 많이 탔지만 실제 연애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다. 연애를 하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니까 차라리 그 시간에 혼자 여행을 다니거나 책을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Q. 연애를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문화를 느껴본 적 있는가?

A. 허우대는 멀쩡한데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게이가 아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심지어 운동 동아리를 하다 보니 형들과 어울릴 일이 잦았는데 그중 한 명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나는 외롭지 않아 연애를 하지 않았던 것인데 많이들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더라.

 

Q. 연애 자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가?

A. 그렇지는 않다. 지금까지는 내 이야기일 뿐이다. 나한테 오롯이 투자하는 시간과 돈을 통해 나는 만족감을 얻었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연애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연애 중에도 고독감을 느낀다면 별 효용이 없는 것 같다.

 

Q.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막상 결혼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연애를 강요하는 문화처럼 결혼에 있어서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부족한 점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내가 ‘정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해야겠다고 생각해온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는 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3. 연애하기엔 너무 바빠!

권현우(가명), 남자, 인하대학교 2학년

마지막 연애는 중고등학교 시절

 

Q.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A. 학교생활이 정말 바쁘다. 지금 강연기획 동아리와 합창단이라는 큰 동아리 두 개에서 임원직을 맡고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연애를 하면 상대방을 늘 생각하고 챙겨주어야 하는데 바쁘다보니 그럴 여유가 없다. 또, 입대를 앞둔 시점이다 보니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꺼려지기도 한다.

 

Q. 연애 자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가?

A. 그렇지 않다. 비록 지금은 여유가 없고 바쁘다보니 연애를 할 수 없지만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연애하는 친구들과 같이 있거나 혼자 걸을 때,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어 외롭더라. 그리고 바쁜 삶을 살다 보니 하루하루가 지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Q. 병역 문제가 연애에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나?

A. 아무래도 20대 초반의 남자라면 연애를 할 때 병역문제를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주변에서 잘 사귀다 군대에 가면서 헤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기도 했고, 커플 양측 모두 서로의 부재로 인해 힘들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20대 초반의 커플에게는 매우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이면 아마 군대를 갈 텐데 지금 워낙 바빠 그때까지는 연애할 여유가 없다는 말이 가장 어울릴 듯하다.

 

Q. 연애를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문화를 느껴본 적 있는가?

A. 씁쓸하게도 그런 분위기가 사회에 있는 건 사실이다. 나만해도 명절에 친척 집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늘 받는 질문은 딱 두 가지, “군대는 언제 가냐”, “여자친구는 있냐”다. 뿐만 아니라 커플인 친구들도 나를 솔로라고 놀리기도 한다. 나는 아직 연애할 상황이 아니라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연애를 부추기니까 당혹스럽기도 하고 부담이 된다. 대부분 나를 걱정해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가끔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4. 연애, 굳이 해야 해?

이수연(가명), 여자, 한밭대학교 2학년

마지막 연애 2년 전

Q.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A. 그냥 하고 싶지 않아서다. 평소 SNS를 많이 보는 편인데 인터넷상에서는 남을 비난하거나 이상한 게시물을 쓰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사람들이 티가 나지 않다 보니 내가 만난 사람이 뒤에서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연애 자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가?

A. 필요 없다.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계속 남자친구 얘기를 하면서 왜 너는 ‘썸’을 타지 않느냐 물어봤다. 그런데 나는 굳이 연애를 하지 않아도 만날 친구가 많아 딱히 외롭지 않다. 게다가 연애는 돈도 많이 들고 감정 소모도 심하지 않나. 친구랑 싸워도 감정소모가 큰데, 연인과 다툰 뒤에는 더 힘들 것 같다.

 

Q.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결혼에 대해서는 배우자가 필요하다기보다 아이를 키우고 싶단 생각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연애를 해서 결혼을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미래의 가족계획을 생각하다보니 필요하겠다 싶더라. 나 같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결혼도 필수일 이유는 없다.

 

Q. 연애를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문화를 느껴본 적 있는가?

A. 바로 이번 추석 때 겪었다. 동갑인 여자 친척이 있는데 계속해서 남자친구를 사귀더라. 그러다보니 추석이나 설에 항상 비교를 당하고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왜 내가 굳이 이런 일로 잔소리를 들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도 나와 같이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으니 이런 문화도 자연히 없어질 거라 생각한다.

 

글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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