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의 위기.

우리신문사와 같은 학보사뿐만이 아니라 기성 언론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문제다. 사실 ‘종이신문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신문의 틀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질 높은 뉴스를 제공하는 매체들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신문을 사, 뉴스를 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현재 뉴스는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정보’에 가깝다. 무엇보다 거의 공짜다.

그렇다고 뉴스 자체에 대한 소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뉴스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더 커져 있다. 작년 이맘때쯤 우리나라를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언론이다. 사건을 처음 수면 위로 올린 것도 언론사들이었지만 국민들의 뜻을 한데 모으고 이를 대변한 것도 이들이었다. 이에 응하듯 언론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 높아졌으며, 실제 이때 뉴스 자체에 대한 소비와 관심도 많았다. 따라서 언론 자체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며 먼 미래에도 언론은 존속할 것이다. 다만 언론, 특히 신문사에게 변화할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우리신문사와 같은 학보사들에게는 혁신이 더 절실하다. 과거 학보사들은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대학생 사회의 수호자’라는 이름 아래 안정적인 출간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점점 줄어드는 독자 수와 ‘읽지 않는 신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찾아온 재정난. 이젠 고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폐간이 된 학보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신문사도 예외는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못한다면 누구에게도 내일은 찾아오지 않는다. 

신문사에 있어서 변화는 근본적으로 그리고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작은 플랫폼의 변화다. 지면에 더 이상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 학보사는 항상 20대, 젊은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지닌다. 그러나 현 20대는 종이보다는 스마트폰이 더 익숙한 세대다. 따라서 앞으로도 대학생과 함께 호흡하는 매체로서 생존하려면 플랫폼의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와 함께 콘텐츠 파워를 강화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조건 조회 수가 높은 뉴스를 창출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자극적인 소재와 가십거리만을 쫓는 언론사는 찌라시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을 애도하는 기사들도 많았지만 그 안에서 실리를 찾는 기사들도 많았다. 고인이 당시 승차했던 차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른 회사의 제품을 광고하는 기사도 있었고 고인과 관련된 유명인들을 언급해 조회 수를 늘리려는 시도도 보였다. 이는 좋은 모델이 아니다. 언론은 공익성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대학 언론도 항상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고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앞으로 모든 학보사의 10년을 좌우할 것이다.

돈, 자본은 모든 신문사의 운영에 있어 현실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의 학보사들은 대개 대학 재정에 묶여있다. 학교로부터의 물적 지원이 어려운 학보사 운영에 큰 보탬이 된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지만, 대학언론사가 대학으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사실 양날의 검이다. 낮아지는 학보의 열독률과 함께, 학교가 지원하는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현재 보편적인 현상이며, 이와 함께 편집권 침해나 자체 인력난에 시달리는 학보사들도 적지 않다. 물론 학보의 기본적인 성격이 공익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수익성에만 매달리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러나 재정적인 기반이 없다면 좋은 콘텐츠도, 플랫폼의 개편도 불가능하다.

위기는 항상 변화를 가져온다. 위기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이를 받아들이고 변화할 것일지, 아니면 이를 회피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을지. 막 자라난 나무는 유연하게 휘어지지만 죽음이 가까워진 나무는 단단하게 굳어져 꺾이기 쉽다. 대학 언론이 꺾이지 않으려면 시대에 맞춰 새롭게 탈바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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