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한권은 신촌에 있는 북카페와 북카페 사장님의 책을 소개해주는 코너입니다. 북카페 사장님이 직접 추천한 몇 권의 책과 함께, 커피 한잔의 시간을 보내 보는 건 어떨까요.

 

『The Y』가 찾아간 세 번째 북카페는 신촌에서 이대 방향으로 음악 몇 곡을 들으며 걷다 보면 나오는 ‘북카페PAO’다. ‘PAO’의 뜻은 영어로 ‘몽골 텐트’로, ‘이동식 주택’이라는 의미다. 언제든지 접고 옮길 수 있는 텐트와는 달리, PAO에는 책이 너무 많아 언제든 옮기기에는 여간 무리일 것 같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왼편에 커다란 스피커가 눈에 띄었다. 스피커의 음악 소리는 잔잔히 스피커가 없는 오른편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공간을 구분 짓는 벽이 하나도 없어서인지, 카페는 커다란 하나의 공간에 오롯이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독특한 점은 카페의 양쪽 끝, 벽면이 있어야 할 곳은 벽이 아니라 창문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한쪽 창문으로는 건물들의 간판이 보이지만, 다른 쪽으로는 은행나무가 보여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PAO는 일상 속 아름다움이 있는 낭만적인 공간처럼 느껴진다.

“저는 원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와인평론가도 했고, 음식평론가도 했었지요.” 이곳 사장님은 책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의 저자 고형욱씨다. 지금도 예술, 요리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고씨가 생각하는 카페는 ‘생산적인 공간’이다. 고씨는 “19세기와 20세기 카페는 토론과 창조의 공간이었다”며 “이곳 역시 그때의 카페처럼 무엇인가의 발화점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런 고씨가 주로 비치해둔 책은 문화예술 책이다. 그는 문화예술이 우리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책이 너무 많아 집이 무너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곳을 만든 것이기도 해요”

커다란 책장과 그 속에 빼곡한 책들. 눈에 보이는 책들만 해도 그 규모가 대단했는데, 책장이 깊어서 책 뒤에 또 다른 책들과 DVD가 꽂혀있었다. 너무 많은 책과 DVD는 마치 미로 속에 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고씨는 “이곳에서 보물찾기를 한다면, 그 보물은 내가 즐기고 싶은 책과 음악일 것이다”고 전했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자고로 좋은 음악은 기본이다. 고씨는 “음악다운 음악을 손님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클래식, 재즈음악, 팝송, 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의 CD와 LP판을 카페에 비치했다. 그는 음악을 듣는 것 또한 즐거운 문화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귓가를 맴돌던 성악가의 음악이 멈췄다. 플레이어의 재생목록이 끝난 것이다. 무슨 음악이 듣고 싶은지 물어보는 사장님에게 “비틀즈 음악이요”라고 답했다. 이윽고 비틀즈의 Yesterday가 재생됐다.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게. 좋은 음악이 흐르는 평화로운 공간이 되길 원해요.”

이곳이 신촌과 인접한 곳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씨의 대학생활 낭만과 추억들이 고스란히 깃든 곳이 바로 신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그때 느꼈던 신촌과 지금의 신촌은 다르다. 고씨는 “지금은 예전보다 신촌에 낭만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그는 이곳에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랐다. 그가 생각하는 문화는, 사람들이 바쁘고 지친 와중에도 삶의 여유를 얻게 해주는 것이다. 고씨는 “이곳에서 사람들의 진짜 ‘문화’ 공부를 돕고 싶다”며 말을 마쳤다. 이곳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러 보물들을 직접 찾아보길 권한다. 그것이 책이 될 수도, 음악이 될 수도 있다.

 

 

사장님이 추천하는 책

1. 『에도산책』 - 다니구치 지로

주인공의 걷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이다. 지도를 만드는 것 같은 주인공이 풍경을 보면서 걷다가 멈추고, 바라보고, 혹은 가끔 무엇인가를 먹는다. 별다른 사건이 없는 책의 내용에 충분한 심심함과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읽다보면 만화도 인간을 사색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 『건축가들의 20대』 - 도쿄대학 안도 다다오 연구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젊은 시절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여행을 다녀라. 뛰어난 일을 하고 싶다면 여행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혀라.” 이 책은 건축가들의 이야기지만, 결코 건축에만 한정된 내용이 아닌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

 

3. 『세기말 비엔나』 - 칼 쇼르스케

1900년대의 비엔나는 세기말과 함께 다음 세기가 열리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시기의 비엔나는 세기 간의 상징적인 시간이 담긴 곳이며, 이곳에서는 모든 문화적 영향이 집중돼있었다. 당대 최고의 인문학과 예술의 통합이 발생한 곳을 담은 이 책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게 좋은 책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할 것이다.

 

가게 이용 Tip!

1.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이 비치돼있다. 이유는 두 개다.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그리고 책 리뷰가 가장 잘 돼 있는 신문이기 때문이라고.

2. 달지 않은 자몽에이드와 새콤한 요구르트가 준비돼있다. 맛이 없다고 오해하지마라. 설탕이 많이 안 들어가는 것뿐이다.

3.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추천한다. 다소 진한 커피가 마시기 힘들다면, 카페라떼를 추천한다.

4. 10월부터 가게에 와인을 들여놨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와인을 즐길 수 있다.

5.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으면 사장님에게 추천을 받아라. 두 명이 베고 잘 수도 있는 두께의 앤디워홀 책을 추천해 줄 수도.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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