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 (국문·15)

‘사장님~~사장님~~’ ‘저희가~~ 저희가~~’ 연고전의 승부가 난 토요일 저녁, 또 한 번 연이은 소리통의 목소리가 신촌을 울렸다. 응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랫소리 또한 신촌을 북적이게 했다. 정기전 뒤풀이의 핵심은 단연 기차놀이, 하지만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누구를 위한 기차놀이인가’라는 물음이 끊이지 않는 듯하다.

본디 정기전은 단순한 연세대와 고려대 간의 행사만이 아닌, 전국적인 대학 스포츠의 중심이자 신촌과 안암 상권의 활기를 책임지는 거대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정기전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듦과 동시에, 연고대의 위상과 신촌 상권의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신촌에 늘어난 프랜차이즈 영업점은 기차놀이의 양상을 크게 바꿨다. 

우리대학교 학생과 아무런 유대감이 없는 치킨집과 술집 그리고 심지어 화장품가게에 들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술과 음식을 요구한다. 한 발자국 떨어져 이 상황을 지켜본다면, 그 누가 음식을 받지 못한 학생들을 위로하고 안타까워하겠는가? 물론 그 시절의 따뜻한 정과 추억을 되새기는 것은 좋지만, 이제는 우리대학교 학생이 변화한 신촌 문화의 모습에 적응하고 다른 방식의 상권 활성화를 함께 모색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뿐만 아니라 기차놀이에서 일어나는 차별적 문화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유지한 채 해결되지 못하는 지점들이 보인다. 먼저 기차놀이에서 매년 발생해왔던 성폭력은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를 찾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고 있다. 서로의 신체를 이어야 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못하는 환경과, 인파로 꽉 찬 좁은 신촌 거리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모두에게 즐겁지 못한 기차놀이를 만들게 된다. 

그럼에도 기차놀이가 전통 행사라는 이유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가해자를 색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건들은 공론화되지도 못한다. 신고를 받은 단위의 대표자들은 가해자들을 찾지 못한 채, 행사 관리자, 학교 본부 등 어디에 사건을 보고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기차놀이 또한 정기전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이어져 온 우리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자랑이자, 우리의 즐거운 자부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즐거움을 유지할 수 없이 허울만 이어져 오고 있다면, 이제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시점이 아닐까? 이제는 볼멘소리라고만 말할 수 없는 학생들의 기차놀이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 모두 즐길 수 있는 정기전 마지막 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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