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만큼 동물사랑이 컸던 때도 없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명 시대가 도래했으며 동물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각종 SNS의 타임라인을 뒤덮고 있다. 동물카페는 그 트렌드에 편승해 등장한 대표적인 동물 관련 사업이다. 이렇듯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동물카페, 하지만 그 카페의 동물들은 과연 행복할까?

사랑해서 만져도
아플 수 있어요

 

동물카페는 말 그대로 동물이 함께하는 카페다. 동물과 사람의 공간을 구분해놓지 않은 것이 동물카페의 일반적인 형태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동물과의 접촉으로 인한 ▲질병 ▲스트레스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은 동물카페 내의 동물들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 몇몇 동물카페는 위생을 위해서 손 소독제를 갖추고 있긴 하다. 그러나 지난 2015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발표한 동물카페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작위로 선정한 서울·경기권 카페 20곳 중 5곳에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동물카페 이용경험이 있다는 송익헌(스포츠응용·17)씨는 “내가 가본 라쿤 카페의 경우 손 소독제는커녕 화장실에 비누도 없었다”고 말했다.
손 소독제가 비치된 카페의 상황이 소독제가 없는 카페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동물을 만지기 전이 아니라 만지고 나서 소독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손 소독제의 사용이 동물들의 질병 노출을 예방한다고 확언할 수도 없다. 엉클장동물병원 장익진 원장은 “손 소독제를 한 번 사용하는 것은 위생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며 “수의사들은 수술하기 전에 손을 7번씩 씻는데도 감염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 원장은 “동물 간 교차 감염과 더불어 인수공통전염병* 역시 우려된다”며 “특히 인수공통전염병의 일종인 피부사상균증은 곰팡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질환인데 이 경우 원인체가 곰팡이라 알코올 소독만으로 예방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러 사람·동물과의 교류가 잦은 동물카페의 환경은 동물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 원장은 “다른 동물과의 접촉이 행동학적 측면에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본연의 서열 본능과 영역 본능 면에선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찾은 인천 소재의 한 고양이 카페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고양이들을 분리해놓기 위한 철장이 카페 한쪽에 존재했지만, 사람들이 카페 내에 풀어진 고양이들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는 권고문 외의 제재가 없었다. 송씨는 “운동 부족 탓인지 동물카페의 라쿤들이 비만 상태였다”며 “그게 귀엽다고 사람들이 만지는데 내가 괜히 라쿤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김석환(CTM·12)씨는 “카피바라 카페에 가본 적 있는데 카피바라들이 구석에만 있는 등 스트레스를 받은 듯했다”고 언급했다.
 

폐업한 동물카페,
동물들의 갈 곳은

 

폐업 후 동물들의 거취 역시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동물카페는 영업장 하나당 다수의 동물이 존재한다. 이 영업장이 하나만 폐업해도 순식간에 많은 동물들이 갈 곳을 잃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카페 주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데려가 기르거나 타인에게 무료로 분양하는 것 등이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유기 및 방치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올해 초 폐업했던 경기도 안양시의 한 동물카페의 주인이 자신의 원룸에 동물들을 방치해 논란이 됐던 바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 동물권단체 케어는 카페 주인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케어 관계자는 “카페 운영에 필요해서 동물들을 입양했다가 필요가 없어져서 버려지는 경우들도 이번 건만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여러 건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많은 동물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 흔히 쓰는 방법으로는 무료분양이 있다. 실제로 대구광역시 달서구에서 몇 달간 영업하다가 폐업한 고양이 카페의 경우, 열댓 마리 고양이들의 소재를 묻자 폐업한 자리에 새로 들어선 카페의 주인이 “이전 주인이 모두 무료로 분양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무료분양은 언뜻 듣기엔 마치 동물들이 따뜻한 가정에 맡겨진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동물보호법」상 무료분양이라는 핑계 앞에 그 동물들이 실존하는 가정에 입양된 게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또한 설사 무료분양된 동물들이 실제 가정에 입양됐다고 할지라도, 분양이 무료로 이뤄지는 만큼 책임감 없이 동물들을 데려가는 경우가 발생해 문제가 된다. 케어 관계자는 “무료분양에서는 동물을 분양받는 것이 무료이기 때문에 단순한 호기심으로 동물들을 데려갈 확률이 높다”며 “이런 경우에 동물이 자라서 귀염성을 잃거나 그 가정의 상황이 바뀌면 유기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동물카페는 요식업으로 등록할 수 있어 「동물보호법」의 감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카페가 폐업했을 때 그 카페의 동물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물카페 속 법의 사각지대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으론 동물카페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아래 농림부) 소관의 「동물보호법」은 현재 동물카페를 관리의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예정인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영업 관리대상에 동물전시업을 포함하게 된다. 농림부 동물복지팀 관계자는 “동물카페 내의 동물들 역시 동물전시업의 범주 안에 들어가 등록제로 바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형찬 변호사 겸 수의사는 “동물카페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를 도입하면 동물복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첨언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 역시도 모든 동물카페를 포괄하지는 못한다. 「동물보호법」상 영업 관련 조항은 ‘농림부령으로 정하는 개·고양이·토끼 등 가정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만으로 그 대상을 제한한다. 이 영역에 들어가는 것은 개,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페럿, 햄스터로 총 6종뿐이다. 라쿤, 카피바라 등 희귀동물을 다루는 동물카페가  있음에도 그 카페들은 「동물보호법」 의 관리대상에 속하지 않는 것이다.
「동물보호법」에서 제외된 동물카페들은 환경부 소관의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동물원수족관법)」**에도 해당하지 않아 법적 규제 방법이 없다. 이에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노희경 과장은 “통상적으로 동물원은 동물의 전시 관람이 목적이지만 동물카페는 카페 영업을 목적으로 한다”며 “목적이 달라서 동물카페를 동물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동물원수족관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라쿤, 카피바라와 같은 동물들을 다루는 카페에는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이에 대해 장 원장은 “희귀동물 역시도 그 동물의 질병에 대해서는 전문 수의학지식을 갖춘 수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관리 하에 운영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동물카페의 운영도, 동물카페의 방문도 동물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랑은 행복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한 개체의 행복에는 그 개체에 적합한 환경 제공 역시 필수적임을 기억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인수공통전염병: 동물과 사람 모두 서로에게 병원체를 전파할 수 있는 전염병
**「동물원수족관법」: 동물원과 수족관을 정부의 관리 아래 두기 위해 지난 2016년 5월 제정된 법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그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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