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친구들과 친하지만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아"

올해 정기전 축구 경기를 승리로 이끌 우리대학교 축구부의 주장 두현석 선수(스포츠레저·14,MF·13)를 만났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두 선수는 경기장에서의 진지한 표정이 아니라 편안한 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함박웃음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터뷰에 응해 준 두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축구 선수로서의 생활은 일반 학생들과는 다를 것 같다. 축구를 해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A. 아쉬운 점은 훈련을 하느라 공부를 못한다는 점이다. 운동하며 공부까지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다. 동시에 축구를 해서 좋은 점은 공부를 안 한다는 점이다. (웃음) 아쉬움보다 좋은 점이 더 크다. 나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공부했다면 앉아서 20분도 못 있었을 것이다.

 

Q. 축구 선수로서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A. 동료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있다. 특히 경기할 때 집중을 못하고 실수가 많은 선수를 잘 이끈다. 물론 동료 선수들이 이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웃음) 그리고 어떤 포지션을 맡아도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며 같은 포지션의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춘다. 다만 아직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경기 분위기에 따라 템포를 빠르거나 느리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저돌적인 스타일이라 템포를 잘 늦추지 못한다. 하지만 템포가 빨라도 드리블 능력이 좋고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Q. 본인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축구 선수가 있나?

A. 최성국. 훈련할 때 코치들이 나와 최성국 선수가 키와 외모, 드리블 스타일 등 다양한 모습에서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나 롤모델로 삼고 싶지는 않다. 지난 2011년 K리그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해 프로축구에서 영구제명됐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축구 선수는 누구인가?

A. 지오빈코. 나처럼 키가 크지 않은데 어떠한 포지션도 실수 없이 소화하는 다방면으로 뛰어난 선수다. 작은 키 덕분에 민첩해 볼 소유 능력이 좋다. 무엇보다 골 결정력이 좋아 매력적인 선수라고 생각한다.

 

Q. 경기에서 이런 반칙 해 봤다?

A. 반칙은 많이 해봤다. (웃음) 지난 추계대학축구연맹전의 한 경기에서 우리 팀이 역습당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수비를 하러 가면서 역습을 저지하기 위해 공격수를 몸으로 치고 갔다. 공격수가 화가 나서 달려오는데 나는 수비를 도우러 가는 척 계속 도망갔다.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 쫓고 쫓기는 장면이 연출돼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Q. 다른 경기와 비교했을 때 정기전은 부담이 더 클 것 같다.

A.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보는 자리에서 뛰니까 부담감이 더 크다. 다른 경기보다 정기전은 우리를 아는 사람이 많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정기전에서 평소보다 실수가 더 많이 나온다. 코치들도 다른 경기는 다 져도 정기전만은 이기자고 할 정도로 중압감이 큰 경기다. 그러나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

 

Q. 고려대에 라이벌이 있다면?

A.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우리가 앞서기 때문이다.

 

Q. 연세대와 고려대 선수끼리 기 싸움이 있는가?

A.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 대표팀에서 함께 뛴 고려대 선수가 엄청 기어올랐다. 밥을 먹다가도 “연대 안 되잖아”라며 신경을 건드렸다. 내가 “죽여 버릴 테니 밥 먹고 내 방으로 와라”라고 했다. (웃음) 사실 서로 친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사이다.

 

Q. 그래도 정기전에서는 몸싸움이 치열하고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는가?

A. 경기장에서는 친구고 뭐고 없다. 그런 생각을 갖고는 경기를 제대로 뛸 수 없다.

 

Q. 골을 넣고 어떤 세레머니를 준비하고 있는가?

A. 첫 번째 골을 넣고는 우리대학교 관중석에 달려가서 박지성 선수의 산책 세레머니를 할 것이다. 두 번째 골을 넣고는, 지난 5월 아카라카에서 운동부 주장 인사 때도 밝혔는데, 춤을 출 것이다. 물론 막춤이다. (웃음)

 

Q. 정기전이 끝난 후의 계획이 있나?

A. 최근에 바쁜 일정 때문에 쉬지 못했다. 정기전이 끝나면 망나니가 될 생각이다. (웃음) 내가 술을 싫어해서 다른 분야의 망나니가 될 것이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들과 만나고 여행을 다닐 계획이다. 오는 10월부터는 운동하면서 몸 만들고 프로팀 입단 준비를 계속할 것이다.

 

Q. 주장으로서 경기에 대한 포부를 밝혀달라.

A. 지난 2013년 이후 정기전 축구 경기에서 이긴 적이 없다. 이번에는 학우 여러분이 실망하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경기, 압도적인 플레이로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겠다.

 

글 이지훈 기자
chuchu@yonsei.ac.kr

박진아 기자
bodonana119@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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