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환경 조성 부족하다는 비판 제기돼

 

예전부터 운동선수들의 학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우리대학교는 지난 2007년부터 운동선수를 위한 1대1 멘토 제도를 준비하는 등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에 앞장서왔다. 이러한 노력은 농구부 김진용 선수(체교·14,PF·13)가 지난 2015년 우수한 성적으로 연세체육회에서 ‘학업우수상’을 수상하는 등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C0 규정* 도입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 역시 우리대학교다. 올해 우리대학교 축구부는 28명 중 14명의 선수가 C0 규정 때문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U리그 참가를 포기했고, 농구부는 주전 센터 김경원 선수(체교·16,C·14)가 대학 리그에 출전하지 못해 큰 타격을 입었다. 
 

학교 체육 정상화를 위한 변화
성급한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있어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은 과거부터 학생 운동선수들을 학생보다는 선수로 인식했다. 이러한 관행은 대학교까지 이어졌고, 이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용관 교수(교과대·특수체육)는 “박정희 대통령 당시 도입된 체육특기자 제도는 우리나라의 운동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나 ‘공부하지 않는 운동선수의 대량양산’이라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초래했다”며 “국제대회 성적 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질적인 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허훈 선수(스포츠레저·14,PG·9)는 “작년까지는 수업이 있어도 수업을 빠지고 운동에 가야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나라와 달리 여러 선진국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전미대학체육연맹(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NCAA)에서는 C0 학점 미만 학생 운동선수의 대회 경기 출전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도 성과중심주의 운동선수 양성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이한주 교수(교과대·스포츠교육학)는 “2012년부터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운동선수들의 학업을 장려하는 제도가 논의돼왔다”며 “올해부터 그 일환으로 C0 규정이 처음 시행됐다”고 전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기 위한 장치들은 대학 체육계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긍정적인 입장의 사람들은 그 목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하대 김병준 교수(사범대·스포츠심리학)는 “C0 규정을 포함한 변화는 단순히 운동선수들을 공부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며 “운동선수들이 앞으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교육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 교수는 “이러한 변화야말로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조 개혁”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성급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야구부 최승순 코치는 “성급한 변화에 선수들은 학업과 운동, 모두를 해내야 한다”며 “선수들의 휴식권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아주대 이현서 교수(사과대·스포츠레저학)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 결과만 따지는 현재의 C0 규정으로는 원래 목적인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기 어렵다”며 “운동선수 최저학력의 기준으로 성적만 강요하기 이전에 교육 내용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허 선수는 “초중등 교육의 변화 없이 대학에서만 이러한 변화를 시행한다면 운동선수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며 “초등학교 때부터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빠르게 변화에 대처한 학교들
 

타 대학들은 이러한 변화에 재빠르게 대처하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다. 전공수업과 훈련시간의 조율 외에도 고려대는 ▲운동선수들만 수강할 수 있는 체육특기자 수업의 별도 개설을, 인하대는 ▲학습멘토링 제도를, 아주대는 ▲실습중심 전공수업 교과의 마련 ▲보충 수업 실시 등을 진행해 운동선수들의 학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먼저 고려대의 경우 시간표의 조정을 통해 전공수업과 훈련시간을 조율하고 있다. 이천희 교수는 “고려대는 운동선수들이 아침 9시부터 낮 3시까지 학습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조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는 운동선수들만 수강하는 체육특기자 수업이 개설돼 있다.
 
인하대 또한 오전 수업 교과 편성을 통해 운동선수들의 수업과 훈련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체육부와 학과가 협의해 전공수업의 교과들을 모두 오전으로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동료 학생들을 학습 멘토로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덕분에 선수들이 훈련과 공부를 모두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 역시 훈련시간과 수업시간을 조율해 배치했다. 또한 아주대는 운동선수들의 훈련을 정규 수업으로 인정해 실습중심 전공수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현서 교수는 “스포츠레저학과에 개설된 전공수업 156학점 중 45학점(29%)에 해당하는 수업이 훈련과 경기 참여에 관련된 수업”이라며 “해당 수업에서는 코치진과 전문 교수진이 함께하는 팀티칭 수업이 이뤄진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아주대는 운동선수들의 학업을 위해 보충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현서 교수는 “매주 월, 화, 수요일 저녁시간에 보충수업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타 대학들의 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고려대의 체육특기자 수업의 별도 개설과 아주대의 실습중심 전공수업이 실제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이러한 변화들이 실질적으로 운동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대학교의 상황은?
 

현재 우리대학교는 이러한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별다른 변화 없이 여전히 ▲훈련 스케줄과 강의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흔하고 ▲운동선수들의 공부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미비하다.

먼저 훈련 스케줄과 강의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운동선수들은 수업과 훈련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수업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팀의 역량 저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축구부 두현석 선수(스포츠레저·14,FW·13)는 “축구부의 경우, 훈련과 강의시간이 겹치면 학생들은 강의를 선택한다”며 “이는 팀의 운동 역량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반면, 훈련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경기 출전 자체에 대한 걱정을 표했다. 빙구부 조지현 선수(체교·15,LW·10)는 “팀 운동이다 보니 훈련을 빠질 수 없다”며 “훈련 때문에 수업을 빠지면 결석으로 인해 성적이 떨어지고, 경기를 출전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대학교 학칙은 각 운동부의 훈련은 오전 학교 수업을 마친 이후부터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운동부의 훈련시간이 강의와 겹치는 이유로는 ▲학교본부와 코치의 소통 부족 ▲학교 자체의 시설 부족 등이 지적된다. 손태광 선수(체교·14,CF·21)는 “교수와 코치는 서로 자신이 맡은 일만 강조한다”며 “강의와 훈련시간이 겹치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이에 최 코치는 “감독과 코치는 운동부의 좋은 성적을 끊임없이 요구 받는다”며 “때문에 강의 시간에 훈련을 요구하는 코치나 감독들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현서 교수는 “학교운동부 지도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로 연간 경기성적에 의해 자신의 일자리 여부가 결정된다”며 “안정되지 않은 일자리 때문에 경기성적에 연연하게 돼 운동선수의 학습권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빙구와 야구의 경우 교내 시설이 없어 외부로 나가 훈련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의 원인이다. 최 코치는 “야구부의 경우 캠퍼스 내에서 훈련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일산 삼애캠퍼스까지 가고 있다”며 “그 결과 수업과 훈련이 겹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운동선수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미비하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대학교는 과거 운동선수들의 공부를 위해 동일학과의 일반 학생들이 운동선수들의 공부를 1:1로 돕는 튜터링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폐지됐다. <관련기사 1660호 7면 ‘운동부 학생들, “운동·학업 두 마리 토끼 잡고 싶어요”’> 이에 이한주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급할 장학금과 관련한 비용 때문에 튜터링 제도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학교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공부도 운동도 놓친 선수들, 
그들의 미래는 어디에


이러한 부족한 대처에 우리대학교 운동선수들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운동선수들의 경기감각 저하 ▲운동선수 개개인의 공부에 대한 의욕 저하가 야기되고 있다. 

먼저, 운동선수들의 경기감각이 저하됐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우리대학교는 6년 동안 정기 연고전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또한 부족한 시스템 때문에 야기되는 운동선수 개개인의 공부에 대한 의욕 저하도 문제로 꼽힌다. 조 선수는 “훈련과 강의가 겹치는 상황에서 훈련을 출석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1/3 이상 출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F를 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때문에 공부에 대해 의욕을 잃게 되고 이는 사기 저하 및 운동 능력 저하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동선수들은 공부와 운동, 그 어떤 것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선수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운동선수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손 선수는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제한된 인원 안에 들지 못해 선수생활을 그만두는 선수들도 많다”며 “학교의 지원 없이 이들은 공부를 비롯한 그 어떤 것도 해나갈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손 선수는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팀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비율도 높다”며 “프로에 데뷔하지 못한 선수들이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바로 군대에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 교수는 “프로에 진출한 소수 중에서도 주전급으로 안착한 극소수의 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수년 내에 소속 팀에서 방출돼 대책 없이 사회로 내몰린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한주 교수는 “운동선수들의 학업을 돕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학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현재의 선수들은 대학에 들어와 학생으로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위해 대학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지난 1982년 우리신문사가 지적한 상황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련기사 934호 7면 ‘연고전 무엇이 문제인가: 되풀이되기만 하는 여러 문제점들’> 운동 성적만으로 학생의 모든 것을 평가했던 체육특기자 제도를 바로잡고 학교 체육을 정상화시키려는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대학교는 어떠한 대책을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C0 규정: 평점이 평균 C0 이상을 받지 못한 학생 운동선수들은 국내 대학리그 경기 출전하는 것이 전면 금지된다는 규정
 

글 김가영 기자 
jane1889@yonsei.ac.kr
안효근 기자 
bodofessor@yonsei.ac.kr
그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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