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명”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정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교육정책을 보면 이러한 정책목표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먼저 고등교육 관련하여 뚜렷한 계획이 제시되고 있지 않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취한 정책은 대학 입시전형료 인하와 대학 입학금 인하였다. 대학 입시전형료 인하의 경우 입시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대학과의 상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려 소위 ‘자발적 협조’를 통해 의도한 바를 이루었다.

특히 우려할만한 것은 이미 입시계획이 모두 세워지고 관련 예산과 집행계획이 함께 수립된 2018년 입시가 임박하여서 입시전형료 인하를 지시한 것이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전형료를 인하하였다’는 교육부의 발표는 예전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안에 관하여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가 취약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받는 국공립대학들은 ‘자발적’으로 입시전형료를 인하하였고 사립학교들도 전형료를 인하하기도 결정했다. 모두 대통령이 대학 입시전형료의 인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명한 지 4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어디에 있는가.

대학입학금 폐지도 공약으로 제시되어 교육부는 입학금의 폐지를 유도하고 있다. 애초에 입학금 의존도가 낮은 국공립대학들은 입학금의 인하와 폐지에 쉽게 나서고 있지만, 입학금이 주요 수입원의 하나인 사립대들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전국 156개 사립대 총장이 모인 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정부의 대학 입학금 폐지에 반대하고 등록금동결에 따른 재정확충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등교육의 주요 공급자인 대학의 상황과 의견은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 기조를 ‘자발적인 협조’ 운운하며 밀어붙이는 것은 국정과제인 ‘고등교육의 질 제고’ 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대학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놓은 채 대학의 자율성을 제고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입맛에 맞는 고등교육정책을 강요해 온 교육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큰 비판을 받아왔다.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이러한 정책에 대한 반성과 변화 없이 과거의 모습을 지속하는 것은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는 거리가 멀다. 국정역사교과서 사업을 추진하였던 이들을 포상한 후, 정권 교체 후 이를 진상 조사하는 테스크 포스를 다시 만든 교육부가

‘고등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이미 8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대학들의 재정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가고 있으며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지원 약속 없이 일방적으로 대입 입시전형료 인하와 입학금 폐지를 강요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대학의 자율성을 해치는 정책이다. 

수험생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입시전형료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며 입학금도 부담이 될 수 있는 것도 인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손쉽게 일방적인 지침을 통해 대학들의 ‘자발적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자율과 창의를 근간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대학의 자율성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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