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X Story, My Sex Story]

처음의 날들은 언제나 서툶을 수반했습니다.
첫 사랑, 첫 포옹, 첫 키스, 첫 섹스까지 이어졌던 그 서툰 몸과 많은 마음은 
우리를 숱하게도 흔들고 잡아놨습니다. 
'처음' 그 날들의 우리의 표정과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까만 밤 같은 것들을 기억하시나요?
오늘보다 어렸던 어제의 밤들에서 우리는 참 작고 어렸습니다. 
마음 깊은 곳까지 솔직할 수 없었던 그 때의 우리를 다시 불러봤습니다.
The X story의 첫 번째 주제는 '첫경험'입니다.

 

어떤 행위부터 섹스로 정의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손으로 남자의 사정을 유도하고 두 눈으로 정액을 본 건 열여덟이 처음이었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권장 섹스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첫 경험을 한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나에게 있어 첫 경험은 언제나 죄책감을 주는 하나의 짐이자 숨기고 싶은 대상이었다.

 

그러니까 그 때, 내 남자친구의 정액을 보고 난 후에, 나는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던 것 같다. 최소한의 양심-학생의 마지노선-같은 걸 지키느라 삽입은 하지 않았었는데, 그 애매하고 막연한 '순결'의 선을 넘지 않고자 노력했음에도 언제까지고 착하고 어린 딸이 되고자 했던-혹은 그렇게 바라져왔던-나의 인생이 단박에 구겨져버린 느낌이었다.

 

엄마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 나 섹스했어. 엄마가 생각하는 깨끗한 딸이 아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 뿐은 아니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입단속 철저히 하라며 어깃장을 놨다. 학교에서 열심히 자율학습을 하던 내가 뒤에서 그런 짓을 한 줄은 아무도 모르겠지, 생각하며 남모를 죄책감과 부끄러움 속에 숨어 살았었다. 섹스가 싫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는 섹스한 내 자신은 싫어했어야 했다. 첫 경험, 소중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줄만 알았던 단어가 나를 옥죄어올 줄 알았더라면 생각도 말 걸. 첫 경험 후의 나는 후회만 할 줄 알았다.

 

성인이 되고 내가 새로운 남자친구와 다른 섹스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나의 첫 경험, 그리고 경험들을 타인과 쉽게 공유하지 못했던 건, 또 여전히 말하지 못하고 있는 건, 내가 비단 청소년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성인이 된 지금에도 내가 나의 섹스에 당당하지 못한 것을 보면, 그 때의 내 생각의 기원은 그렇게나 폭력적인 '순결 이데올로기'에 있었을 테다. 얼마 전 친한 언니와 콘돔 얘기를 하다가 언니가 '그 콘돔 되게 좋다'며 자신의 섹스를 은연 중 고백하는 일이 있었다. 언니의 섹스 경험을 알게 됐다고 해서 내가 언니를 '순결을 지키지 못한 가엾은 여성' 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고, 이제는 그 순결의 의무나 강박, 시선 같은 것에 내가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걸 숨기려고 애를 썼나 생각했다. 내가 스스로를 옥죄어왔던 순간들은 결국 나의 이런 '애씀'을 관둠으로써 멈춰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진작 그랬었다면, 나는 내 첫 경험을 좀 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으레 우리의 '처음'들이 그러하듯. 그러나 다시 돌아가도 작고 어리고 떨고 있던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좀 더 크고 단단해진 내가 그녀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기자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내기 위해 부득이하게 실명이 아닌 필명을 사용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글(필명) 이,기적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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